1년 4개월만에 정치 복귀
정치권 데뷔 이후 내리막길
쪼개진 바른미래당 놓고 어디로 갈지
향후 행보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년 4개월 만에 정치권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2일 8시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며 “우리 국민께서 나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내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상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전 대표는 2009년 MBC에서 방영됐던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전국구 스타가 됐다. 그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안 전 대표가 출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민적인 환호를 받아 소위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외로운 길 일지라도 나를 불러줬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안 전 대표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9월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가 작년 10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독일의 산업 정책을 탐구하고 마라톤 관련 책을 쓸 정도로 자신을 비워내고 국가 경제 비전을 모색하는 데에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방문학자 신분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년여간 해외에서 그동안의 내 삶과 6년간의 정치 활동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나의 부족함으로 그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실 안 전 대표는 정치권에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내리막길이었다. 

안 전 대표는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에 후보직을 단일화해준 뒤 △2012년 대선 출마 및 중도 포기 △2013년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 및 당선 △2014년 초 새정치연합 창당 △2014년 3월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및 초대 공동대표 역임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2016년 초 국민의당 창당 및 초대 공동대표 역임 △2016년 4월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38석 당선시켜 돌풍 △2016년 6월 리베이트 의혹에 따라 공동대표직 사퇴 △2017년 조기 대선 출마 후 3위로 낙선 △2017년 7월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으로 사과 △2017년 8월 국민의당 당대표로 선출 △2018년 2월 바른미래당 창당 △2018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 및 3위로 낙선 △2018년 9월1일 성찰의 시간 차원에서 독일로 출국 등의 과정을 밟아왔다.

국민의당으로 20대 총선에서 파란을 일으킨 것 외에는 딱히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특히 2012년과 2017년 대선에 출마해서 한때 당선권에도 들어갔던 안 전 대표가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서 3위를 기록한 것은 너무나 뼈아프다. 

안 전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실패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전 대표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현실을 진단했고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세계는 미래를 향해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바라본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8년 전 나를 불러줬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고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면서 “국민이 대한민국의 부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 혁신과 사회 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현직 시장에 맞서 강력한 네거티브 전략을 취한 안 전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안 전 대표는 큰 선거를 앞두고 제3당의 외연확장은 필수적이라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였고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현재 바른미래당은 3개 세력(당권파/비당권파 안철수계/새로운보수당)으로 쪼개졌고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4.15 총선을 100일 정도 남겨두고 복귀 선언을 한 만큼 보수 통합을 비롯 야권의 정계개편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안 전 대표가 새로운보수당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려왔지만 또 다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 전 대표가 기존 정치권 인맥 라인을 교체하고 새로운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결국 안 전 대표의 목표는 대권 도전으로 수렴될 것이기 때문에 친문(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진보진영과 대척점에 서 있는 보수진영으로 갈 것이란 이야기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중심으로 정설로 굳어 있다. 

신당을 창당할지, 기존 정당의 특정 세력을 밀어줄지, 제3지대 중심의 야권 정계개편에 집중할지, 보수통합에 몸담을지 안 전 대표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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