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자동차 시장 2년 연속 부진 이어가…중국 내수부진 영향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 글로벌 판매 800만대선 붕괴…현대차만 내수시장 증가세
올해 목표 낮추는 현대·기아차…글로벌 경기 둔화 대비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 위축과 판매 부진에 따라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 전년 대비 4% 줄어든 7750만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의 국내외시장 판매 대수 800만대 선이 무너졌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감소했으며 특히 수출이 전년대비 4% 이상 줄어들며 판매 부진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생산·판매절벽을 맞은 완성차업계는 무리한 밀어내기를 하며 양에 집중하지 않고 내실을 기하겠다는 분위기다.

한편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이후 기록한 가파른 하락세는 진정되겠지만 기대할 만한 반등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 2년 연속 부진 이어가…중국 내수부진 영향

3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7750만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2009년 이후 9년 여간 줄곧 늘었으나 2018년 중반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자동차 판매량은 2017년 8180만대를 정점으로 2018년 8060만대, 2019년 7750만대 등 지난해 8000만대 아래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세계 자동차시장 1위인 중국의 내수부진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1~11월중 평균 11%나 급감했으며 자동차 판매량도 2600만 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피치사는 세계 자동차시장 2위 미국 역시 2% 정도 줄어든 1690만대 판매에 머문 것으로 추정했다. 브랜드별 판매순위는 GM, 토요타, 혼다 등의 순이었다.
 
일본, 독일, 인도, 프랑스, 브라질, 러시아 등 다른 빅 마켓들도 예외없이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쌍용차 G4 렉스턴 (사진=쌍용차)
쌍용차 G4 렉스턴 (사진=쌍용차)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 글로벌 판매 800만대선 붕괴…현대차 내수시장 증가세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한국GM)는 내수와 해외시장에서 전년대비 3.8% 줄어든 792만3176대를 판매했다.

2015년 처음으로 900만대를 돌파했던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6년 800만대 선으로 다시 내려앉았고 2019년에는 결국 800만대 선까지 무너졌다.

지난해 완성차 5개사의 글로벌 판매량은 수출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5개사의 수출은 전년대비 4.5% 감소한 639만82대를 기록했으며, 특히 르노삼성(-34%), 쌍용차(-19.7%)의 마이너스 폭이 두드러졌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4.8%, 1.3%씩 감소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차를 제외하곤 모든 업체들의 판매가 부진했다. 현대차는 전년대비 2.9% 증가한 74만1842대를 판매했으며, 나머지 4개사는 모두 내수 시장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2018년까지 연간 9만대 이상을 판매했던 한국GM이 7만6471 수준으로 줄었다.

현대차는 2019년 한해 동안 국내 74만1842대, 해외 368만802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총 442만2644대를 판매했다. 전년대비 내수 판매는 2.9% 증가한 반면, 해외 판매는 4.8% 감소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주력 차종과 신차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과 선진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신흥 시장에서의 수요 위축과 판매 부진의 영향으로 전체 실적은 감소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내수 52만205대, 해외 225만488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277만693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국내 판매는 2.2% 감소, 해외 판매는 1.3% 감소한 수치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 8만6859대, 수출 9만591대로 총 17만7450대를 판매했다. 내수 판매의 경우 전년대비 3.9%, 수출은 무려 34% 급감한 수치다.

한국GM은 2019년 한 해 동안 총 41만7226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한 성적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내수 10만7789대, 수출 2만7446대 등 총 13만5235대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내수 판매는 한층 치열해진 경쟁 시장에서 코란도를 비롯한 주력 모델들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 2016년 이후 4년 연속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12월 한달간 실적도 내수 1만574대, 수출 2349대를 포함해 총 1만2923대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 5월(1만2338대) 이후 7개월 만에 1만2000대를 돌파하며 전월 대비 20.2% 증가한 실적이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시장 경쟁 심화 상황에서도 주력모델들의 판매가 회복되면서 내수에서 10만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현재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만큼 판매 역시 점차 회복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차)
현대차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차)

올해 목표 낮추는 현대·기아차…글로벌 경기 둔화 대비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는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도 밝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이후 자동차 판매량 감소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미중 무역분쟁이 조기에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는 한 주목할 만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완성차업체들은 '양보다 질'을 선택하는 보수적 목표를 세웠다. 2015년 이후 5년 연속 목표달성에 실패한 현대·기아자동차는 판매목표를 낮춰 잡았다.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자동차 생산은 361만3077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1.6% 감소했다. 12월 누적 생산은 395만대로 400만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기아차는 2일 공시를 통해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가 457만6000대와 296만대로 총 753만6000대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인 760만대보다 6만4000대(0.8%) 적은 수치다. 지난해 판매실적(719만3000대)과 비교해도 보수적인 수치다.

현대차는 국내 73만2000대, 해외 384만4000대를 목표로 세웠다. 기아차는 국내 52만대, 해외 244만대를 목표로 세웠다. 공격적 목표를 세우고 판매를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는 내실을 기하겠다는 의도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완성차 사업은 권역별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 체제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사업전반에 걸쳐 체질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불필요한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원가혁신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