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조항 5% 막았지만
선거운동 봉쇄조항들
1차 예비 비례대표 후보 확정
정책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초점
녹색당에게 기후위기 문제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공직선거법 189조 1항에 따르면 의회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 3% 이하를 받거나 지역구 당선자 5석 이하를 배출한 정당은 의석을 배분받을 수 없다. 일종의 ‘봉쇄조항’인데 선거법에는 이외에도 선거운동상의 봉쇄조항이 많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12월30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3%만 봉쇄조항이 아니라 우리나라 선거법 곳곳에 봉쇄조항이 있다”며 “돈없는 소수 정당은 선거운동 뿐만이 아니라 뭘 할 수 없게 만들어놨다”고 밝혔다.

일단 5%로 봉쇄조항을 상향하는 문제와 관련 하 위원장은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에서 그걸 올리려는 시도를 마지막까지 했는데 그걸 막았다(기존대로 3% 유지). 그것 때문에 기자회견, 유튜브 라이브, 민중당과의 콜라보 등을 했다”며 “선거제도의 큰 틀을 독일식으로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지역구와 비례대표 정원 1대 1에 100% 연동률 적용)를 하는 것도 아닌데 겨우 준연동형에서 상한제 캡 3석까지 씌워놓고 봉쇄조항을 5%로 올리려고 한다는 것은 정말 기득권의 집착이 강하다는 점을 이번에 또 느꼈다”고 묘사했다.

정의당이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 원내외 소수 진보정당들이 겹치는 지지층의 표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봉쇄조항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주장과 관련 하 위원장은 “정의당은 원내에 있는 진보 정당이니까 이걸 막을 책임이 있다”며 “이번에 좀 의지가 약하지 않았나 하는 얘기들은 나도 듣고 있는데 정의당이 공식 성명이나 여러가지를 통해서 봉쇄조항 상향에 반대했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일축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전국 선거는 2018년 지방선거이고 그때 기준 유권자 수는 4290만 7715명이다. 여기서 3%는 128만 7231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8차례 실시된 총선의 평균 투표율은 61%(2617만여명)이고 여기서 3%는 78만여표다. 올해 총선부터는 한국 나이로 19세(만 18세)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30만표(50만명×평균 투표율)가 더해져서 2647만여표의 3%라고 계산해보면 대략 79만표 이하를 득표한 정당은 봉쇄조항에 따라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 전국에 기초단체는 총 226개가 있고 이중 인구 순위 8위는 경기도 화성시(80만7983명)다. 그렇다면 웬만한 기초단체 규모의 표가 통째로 날라간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인구 50만명 규모의 경북 포항시와 서울시 관악구 정도 되는 유권자의 표심이 쓰레기통에 쳐박히는 것이다. 

하승수 위원장은 선거운동을 할 때도 여러 봉쇄조항이 많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9년 8월29일 서울 여의도 모처의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공직선거법 79조 1항에 따르면 “비례대표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는 공개 장소에서 (소속 정당의 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등과 관련) 연설이나 대담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68조 2항에서는 “(후보자 본인/배우자/배우자 대신 신고한 직계존비속 1인/선거사무장/선거연락소장/선거사무원/활동 보조인/회계책임자 등을) 제외하고는 선거운동 기간 중 어깨띠, 모양과 색상이 동일한 모자나 옷, 표찰·수기·마스코트·소품 그밖의 표시물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 위원장은 “사실 한국 선거법에 여러 독소조항이 많은데 간단하게 개정할 수 있는 게 많다”며 “우리가 헌법소원 해놓은 비례대표 후보 유세 금지 조항도 간단하게 고칠 수 있다. 유권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원봉사를 하는 지지자들이 스스로 손피켓 만들어서 들고 나오는 것도 불법으로 돼 있다. 선거사무원이 아닌 사람은 피켓도 못 들게 돼 있다. 내가 어느 당을 지지하면 피켓도 들고 티셔츠에 그림도 그리고 그러는 건데 우리나라만 못 하게 돼 있다. 외국에서는 다 허용된다”며 “선거가 과열될 수 있다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사실 이런 건 허용하고 돈 많이 드는 유세 차량 같은 것을 규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하 위원장은 “녹색당이 말하는 것들은 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정 권고한 것들(2013년 5월)이지만 거대 정당들은 그런 것도 안 바꾸고 있다”며 “거대 정당들은 다 돈써서 선거운동을 한다. 유세차량 돌리고 유급 선거 운동원들 돌리고 그렇게 하니까 자기들은 이런 필요성을 못 느끼고 괜히 이런 걸 해봐야 소수 정당들에 유용할 것 같으니까 다 막아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선경 청년 민중당 대표가 협력해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간다든지 여러 활동을 했고 유튜브 컨텐츠로 만들어서 널리 알렸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위원장은 비례민주주의연대와 정치개혁공동행동의 공동대표를 겸직하고 있고 원내 정당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선거법 개정을 주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밖에도 하 위원장이 들려준 녹색당 월간 소식으로는 △비례대표 후보군 확정 △총선 공약 준비 △기후위기 관련 활동 등이 있다. 

먼저 하 위원장은 “정당 중에 가장 먼저 순번을 안 정했지만 비례대표 후보군을 정했다”며 “비례대표 예비 후보 선출 1단계를 거쳤다”고 전했다.
 
녹색당의 총선 대비 계획은 1단계와 2단계가 있다. 

하 위원장은 “선거법 확정(12월27일)되기 전에 준비하는 1단계와 확정된 뒤의 2단계로 대비하고 있었다”며 “1단계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당원 투표수의 3%를 넘어야 통과하도록 돼 있는데 이번에 6명의 예비 후보들은 3%를 넘겨서 1단계를 통과한 상태다. 2단계는 선거법 세부사항을 분석해서 정할 것이라 아직 룰을 최종 확정하지 못 했다. 2월에 최종적으로 비례 후보 순번까지 확정하는 투표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출마 예정자 6명은 △하승수(26.5%) △고은영(24.7%) △정다연(14.3%) △김혜미(13.3%) △성지수(12%) △김기홍(9.1%) 등이고 지역구 출마 예정자는 신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녹색당은 이번에 신 위원장 주도로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를 총선 1년 전부터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출마를 결심하게 된 4명(김기홍·김혜미·성지수·정다연)은 1단계 투표 종료일 12월14일 이후에도 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에 참가한 여성 정치인들과 녹색당 당원들의 모습.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첫 번째 김기홍씨, 세 번째 김혜미씨, 네 번째 정다연씨, 다섯 번째 성지수씨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두 번째 총선 공약에 대해 하 위원장은 “정책 당대회(11월9일)를 했고 정책 공약집 초안 작업을 정책위원회에서 하고 있는 중”이라며 “저희가 2월에 2단계 후보 선출을 할 때 그때 정책 공약도 확정돼서 발표될 것”이라고 알렸다.

녹색당이 내놓을 정책은 “크게 보면 기후위기 시대에 차별과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에 대응하는 방향”이다. 

한 마디로 기존에 경제성장 지상주의적 관점에서 탄소를 끊임없이 배출하는 재벌 대기업과 부동산 토목건설 위주의 경제 정책을 바꾸지 않고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고 불평등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민주당의 오카시오 코르테즈(뉴욕주를 지역구로 둔 연방 하원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강조하고 있는 ‘그린뉴딜’ 개념이 각론은 다를지라도 큰 틀에서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하 위원장은 “세부적인 공약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2016년 총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기본적으로 내놓은 공약들이 있다”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총선 때 밀었던 기본소득이나 주거 안정 정책들이 대표적이다. 그때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계약자동갱신청구권 같은 것을 주장했었는데 한국 사회가 워낙 자산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녹색당이 좀 더 파격적인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6년 총선에서 기본소득은 청년, 장애인, 노인 등에게 우선 지급하는 것으로 월 30~40만원을 말했었는데 그것도 업데이트되는 형태로 나올 것”이라며 “성평등과 소수자 인권은 녹색당의 기본적인 관심사라 준비되고 있고 동물권이나 채식 선택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채식 선택권과 관련 하 위원장은 “녹색당이 헌법소원을 하고 있는데 입법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2017년 포르투갈(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덜란드도 채식 선택권 제도화)에서 공공 급식에서부터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그걸 모델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 위원장이 작년 9월21일 열린 서울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석했다. (사진=녹색당) 

마지막으로 하 위원장은 “요즘 우리나라 겨울 날씨를 보면 예년에 비해 따듯한 편이다. 호주도 산불 때문에 국가적인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녹색당에게 제일 큰 화두이자 고민이고 총선 공약의 핵심”이라며 “당내 미세먼지나 기후위기 대책위원회 차원에서 당원들부터 활동가 양성과정을 통해 전문가로 길러보자고 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기후위기를 정책 의제화시키려면 많은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1월4일~5일 전남 구례에서 겨울 농민 당원대회를 열어 기후위기 시대에 농민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해보려고 한다”며 “농사짓는 분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 기후위기 현상이다. 다들 농사짓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농촌을 보면 초고령화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농사짓기는 힘들어지고 있는데 농민 숫자는 점점 줄고 있다. 지금 농지도 줄고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하 위원장은 “농업이 심각한 위기인데 기후위기는 기본적으로 식량 위기로 연결된다. 한국은 식량 자급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다. 완전 무대책”이라고 환기했다.

녹색당에 따르면 농민 기본소득 정책은 농사짓기 어려운 농민들의 상황을 타개하고 식량 자급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 위원장은 “녹색당은 2012년 총선 때부터 제일 먼저 농민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지금 (전국 여러 지자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농민수당은 농가 단위로 제공되고 있는데 그것과 달리 녹색당은 기본소득 취지에 맞게 개인 단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자체의 농민수당 정책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국가 단위의 시행을 제안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유엔은 현재 회원국들에게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손놓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2020년 중으로 ‘장기 저탄소 전략’을 완성해서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가 운영 우선순위에서 기후위기가 밀려나 있는 상황”이라며 “기후위기는 환경부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환경부가 아니라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부처이기 때문에 거기에 맡겨놓으면 기후위기에 따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재부에 있는 경제관료들의 머릿 속에는 오로지 경제성장 밖에 없고 그 사람들을 절대 바꿀 수가 없다. 그래서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려면 정부조직 개편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게 내가 주장하고 있는 전환부 신설”이라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대전환 정책을 총괄하는 것이 전환부인데 하 위원장은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우리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유럽도 몇 년 전과 현재 사람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전세계적으로 인식이 빨리 변하고 있는 중이니까 한국에서 그런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당장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기후위기와 쌍둥이인 것이 미세먼지”라며 “배출 자체를 줄여야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대기 정체 현상이 더 심각하다.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기 위해 산업이나 전기 생산이나 여러 분야에서 좀 파격적인 대전환을 할 수 있는 그림을 녹색당이 총선에서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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