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2곳 중 1곳, 계획한 만큼 채용 못해
인사담당자 48%, “올해 채용경기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

한 채용박람회에서 면접을 기다리는 지원자들 (사진=중앙뉴스 DB)
한 채용박람회에서 면접을 기다리는 지원자들 (사진=중앙뉴스 DB)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얼어붙은 구직 시장 한파가 지속되는 중에도 지난해 기업 2곳 중 1곳이 원하는 만큼 인재를 뽑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 가운데 국내기업 인사담당자 절반은 올해 국내경제나 채용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업 2곳 중 1곳, 계획한 만큼 채용 못해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대표 김용환)이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2019년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채용을 진행한 기업(275개사) 중 절반이 넘는 50.9%가 ‘계획한 만큼 인원을 채용하지 못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 기업은 당초 계획한 만큼 채용하지 못한 이유로 ‘적합한 인재가 없어서’(63.6%,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42.1%), ‘묻지마 지원이 많아서’(19.3%), ‘합격자가 입사를 포기해서’(17.9%), ‘입사자가 조기 퇴사해서’(15.7%) 등을 들었다.

계획한 인원만큼 채용하지 못한 직급은 ‘사원급’(67.9%,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계속해서 ‘대리급’(36.4%), ‘과장급’(28.6%), ‘차장급’(5.7%), ‘부장급’(2.9%) 순이었다.

직무별로는 ‘영업/영업관리’(22.9%, 복수응답), ‘제조/생산’(20.7%), ‘서비스’(18.6%), ‘연구개발’(14.3%), ‘IT/정보통신’(12.9%) 등에서 인원을 못 뽑은 비율이 높은 반면, ‘기획/전략’(1.4%), ‘광고/홍보’(2.9%), ‘구매/자재’(4.3%), ‘인사/총무’(5%), ‘디자인’(5%) 등은 상대적으로 채용 실패율이 적었다.

이들 기업이 채용한 인원은 애초 계획의 평균 41.5% 수준으로 집계됐다.

어렵게 뽑은 인원이 퇴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채용을 진행한 기업 중 1년 이내 조기 퇴사자가 발생한 기업은 73.8%에 달했다. 이들 기업들의 작년 전체 입사자 중 27%가 1년이 채 못돼 회사를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을까. 전체 응답 기업의 53.3%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난을 겪는 이유로는 ‘회사 규모가 작아서’(40.6%, 복수응답)가 1위였고, ‘연봉이 낮아서’(39.4%)가 바로 뒤를 이었다. 이어서 ‘회사의 인지도가 낮아서(35.6%)’, ‘근무지가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 있어서’(18.8%), ‘복리후생 및 근무환경이 좋지 못해서’(15%), ‘구직자가 꺼리는 업종이어서’(15%), ‘채용 수요가 많은 직무라서’(14.4%) 등을 꼽았다.

인력난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단연 ‘인력 공백에 따른 업무 차질’(66.9%,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밖에 ‘기존 직원 업무 가중으로 불만 증가’(35.6%), ‘급한 채용으로 부적합한 인재 선발’(33.1%), ‘계속된 채용으로 관련 업무 증가’(29.4%), ‘반복된 채용으로 비용 낭비’(18.8%), ‘인력 배치 등 인사관리 비효율 증가’(11.3%) 등으로, 기업 경쟁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인력난 타개를 위해서는 ‘연봉(기본급)인상’(48.1%, 복수응답), ‘복리후생, 근무환경 개선‘(43.8%), ‘사내 추천제도 운영’(19.4%), ‘회사 홍보 강화 채용 광고 게시’(15%),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14.4%)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으나, 10.6%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전체 기업의 10곳 중 8곳(82.3%)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채용 양극화를 실감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꼽은 채용 양극화 해소 방안은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47.4%,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근소한 차이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감소’(46.6%)가 2위였다.

다음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38.9%),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정책 강화’(37.7%), ‘비용 부담 적은 채용 시스템/솔루션 마련’(19.8%) 등이 있었다.

인사담당자 48%, “올해 채용경기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

한편 국내기업 인사담당자의 절반 정도가 올해 국내경제와 채용경기에 대해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잡코리아가 국내기업 인사담당자 310명을 대상으로 ‘2020년 국내경제 및 채용경기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새해 채용경기가 작년에 비해 좋아질 것이라 예상하나’라는 질문에 과반수에 가까운48.4%가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이어 ‘이어 ‘작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39.7%로 상대적으로 많았고,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 전망한 인사담당자는 11.9%로 10명중 1명수준에 그쳤다.

올해 국내경제에 대한 전망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45.5%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작년과 비슷할 것 같다(43.9%)’는 답변이 많았다.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자는 10.6%에 그쳤다.

실제 정규직 직원 채용규모도 지난해보다 적게 예상하는 인사담당자가 많았다. 올해 자사 정규직 직원 채용규모에 대한 질문에 ‘작년보다 더 적게 채용할 것 같다’고 답한 인사담당자가 57.1%로 과반수이상으로 많았다. 이어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채용할 것’이라는 답변이 25.2%로 나타났다.

이들이 작년보다 더 적게 채용할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 중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은 영향이 가장 컸다.

조사결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응답률6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업의 경영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 답한 인사담당자도 42.4%로 다음으로 많았다. 이 외에는 ▲인력감원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22.0%) ▲사업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16.4%)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사담당자들은 올해 HR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을 트렌드로 ‘유연근무제도의 확산’을 꼽았다.

조사결과 ‘유연근무제도의 확산’을 꼽은 인사담당자가 복수선택 응답률 42.6%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이어 ‘주52시간근무제 확대 시행’이 응답률 37.1%로 높았다. 올해는 중소기업의 주52시간근무제 도입을 위한 계도기간(1년)으로 주52시간근무제 시행에 앞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인사담당자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 인사담당자들은 올해 HR시장에서 주목 받을 이슈로 ▲최저임금 인상(36.1%) ▲AI채용전형의 확대(30.3%) ▲인력감원하는 기업 증가(27.7%) ▲대기업 젊은 임원 비율 증가(27.7%) ▲경력직 채용의 증가(21.9%) 순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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