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이후의 선택은

 

이란과 미국의 전쟁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가운데 "이란이 사실상 핵 합의 탈퇴를 선언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이란과 미국의 전쟁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가운데 "이란이 사실상 핵 합의 탈퇴를 선언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이란과 미국의 전쟁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가운데 "이란이 사실상 핵 합의 탈퇴를 선언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군사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어제(5일) 이란은 2015년 7월에 '5+1(주요 6개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란 정부는 성명을 통해  "핵 합의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이란 당국이 우라늄 농축의 농도와 능력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가동에 아무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고 보도했다.

▲ 이란의  핵 합의 탈퇴 배경

이란이 "핵합의 파기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지난 2일 이란의 군부 최고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을 이용해 표적 살해한 것에 대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미 군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무인기를 무단 침입시켜 이란의 군부 최고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표적 살해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자  '국제법 위반 카드'를 꺼내들고 이란의 군부 최고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표적 살해하도록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국방부는 물론 모든 참모들이 경악"한 선택이었다는 후문도 전했다. 

현재 "이란에는 피의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이 내걸"린 상태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에 대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가혹한 보복'을 선언했다. 이슬람 사원에 붉은 깃발이 내걸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도 이란이 보복 대응을 할 경우 이란 내부에 공격할 52곳의 표적을 이미 정해두었다고 경고했다. 

▲ 트럼프의 위험한 도박...재선을 위한 트럼프식 승부수

트럼프는 "국제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정부에 통보도 하지 않고 무인기"를 동원해 바그다드 공항에서 작전을 감행해 이란의 군부 최고 실세를 제거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기 위해 '솔레미아니 제거 카드'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미국 대사관이 습격당한 것에 대한 미국민들의 정치적 공격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민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선택이 중동지역에서 핵위기까지 고조시켜 전면전으로 확산 되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이란의 선택은

트럼프가 2018년 5월, 이란 핵 합의 일방적으로 파기를 결정하자 "이란도 1년 뒤인 2019년 5월 농축우라늄 재고량에 대한 제한을 지키지 않고, 핵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면서 핵합의 일부 파기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이번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초강수로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

이란이 이번에 결정한 핵심 조치는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 이상 지키지 않을 것이며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

이란은 "현재 우라늄을 5% 농도까지 농축했다. 이란이 우라늄을 농도 90% 이상으로 농축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핵무기에 박차"를 가할 경우 1년 반 이내에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이란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친서방 중동국가들"과 서유럽까지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이란은 사거리 2000킬로미터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어 핵탄두를 장착하는 순간 중동 전체는 물론 서유럽까지 사정권이 된다. 다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한다면 핵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미국의 선택에 따라 이란의 운명도 좌우될 수 있다.

▲ 불똥튄 유럽...바삐 돌아가는 주변국 대응책 논의

그동안 유럽은 이란과의 핵 합의 이행에 미온적이었다. 그 와중에 미국이 이란 군부 거물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공습을 통해 사살하자 이란이 핵 합의 탈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고 제일먼저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을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이란 전 혁명수비대장이자 헌법기관인 국정조정위 사무총장인 '레자에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주요 52개 지역을 공격하겠다고 한 것을 거론하며 대미 군사 대응 방침을 거듭 경고했다.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도 미군을 상대로 한 보복을 공언하고 나서는 등 중동 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정상들은 중동 지역 위기 고조에 긴급 통화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존슨 영국 총리는 어제(현지시간 5일) 전화 통화에서 중동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하고, 이란의 자제도 촉구했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 중국의 외교 수장들은 이란에 핵 합의 준수를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이라크 외무부는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공습이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소했다.이라크 의회는 긴급회의를 통해 이라크 지역에서의 미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