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갤러리 초대 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 (228)] 숲으로 가는 길... 나호열
[중앙 갤러리 초대 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 (228)] 숲으로 가는 길... 나호열
  • 최봄샘 기자
  • 승인 2020.01.07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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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안녕, 베이비 박스" 펴낸 나호열 시인
사진 / 최봄샘
사진 / 최봄샘

 

숲으로 가는 길

나호열

 

오래전 떠나온 초원을

그리워하는 낙타처럼

먼 숲을 향하여 편지를 쓴다

하늘을 향해 무작정 기도를 올리는

나무들과

그 나무에 깃들어 사는 새들의

순정한 목소리를 알아듣게 될 때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면

나는 숲으로 숨어 들어가

그저 먹이에 충실한 채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짐승이 되거나

아니면 마음의 때를 씻고자 하는

수행자가 될 것이다

매일이라는 절벽 앞에서

마른 울음을 삼키는 그림자를 던지고 있지만

곧 나는 숲으로 갈 것이다

짐승이 되거나

아니면 수행자가 되거나

나는 매일 숲에게 편지를 쓴다

 

- 나호열 시집 『안녕, 베이비 박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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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가슴 속 이상향을 품고 사는 동물이다. 인간에겐 원래 선함을 추구하는 본성이 내재해 있으며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동물인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추구하며 자신을 일으켜가며 가꾸며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저마다 타고난 처지와 환경이 다르다보니 각자의 생긴 모습대로 살아가야 하는 모순 아닌 모순이 운행하는 인간사가 아니던가? 누군들 금수저 물고 비단길 걷고 싶지 않겠는가? 누군들 베풀며 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율배반하는 일상 속일지라도 무너지지 않는 하늘색 마음 하나 품고 있다면 그것은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할 터, 나만의 숲을 꿈꾸며 고달픈 오늘을 달래본다. 매일 그 숲에 편지를 쓴다는 화자처럼 하루하루를 편지 쓰듯 삶을(누추할지라도) 써 나가는 자세가 내게도 이어지길 소망한다. 그 고요한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귀기울여보니 참 아늑하다.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았을 때의 보상처럼... 내 눈이 향하는 저기 저 숲 속에 길 하나 보인다. 내 발자국 찍고 걸어갈 저 길...어쩌면 때론 척박할 수도 있을 저 길을 가기위해 이 시간 또 마음의 때를 씻는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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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 시인 /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1986년 《월간문학》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촉도』 『눈물이 시킨 일』 등

현재 도봉문화원 도봉학연구소장, 한국탁본자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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