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 한 집 건너 고령자 가구
2018년 기준 치매환자 75만 명 넘어
“치매환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 몰라”

사랑노인복지 센터장. 이곳의 노인복지센터는 노인성 질환은 물론 치매로 고통을 받는 가족들을 돕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사랑노인복지 센터장. 노인복지센터는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와 가족들을 돕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한국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의 문제가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 되었다고 탄식하는 이들을 만날 때면 문득 두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늙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현명하고 고통스럽지 않게 부모를 모시고 또 우리의 노년을 대처할 수 있을까.

특히 베이비붐 1세대(1955년~1960년대)가 처음으로 65살 노인 인구에 진입하는 2020년 올해,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해보다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본지는 고령화 및 그 저변에 깔린 인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그 개선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7일 서울의 한 노인복지센터에서 만난 A씨, 그는 안양에서 식당업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A씨는 2년 전 집 근처의 요양원에 시어머님(72세)을 모시고 불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고 한다. 특히 친척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라 그들과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니까 A씨의 어머니는 60초반부터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치매 질환자. 이에 A씨 부부는 집에 혼자 어머님을 모셔둘 수가 없어 요양원을 최선책이라 생각했단다. 다행이 집 근처의 가까운 곳에 요양원이 있이 어머님을 그곳으로 모시고 남편과 식당일을 나오기 전 매일 아침 살펴보기로 했고, 또 현재도 식당문을 열기 전 매일 아침 요양원의 어머님을 살피고 나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어머님은 요양원을 완강히 거부해 쉽지 않았단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 부부가 매일 아침 들여다보는 것에 안심이 되셨는지 집에 가겠다는 말씀도 많이 줄어 그 점은 감사하단다. 하지만 한번 씩 정신이 돌아오실 때면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떼를 쓰시고 간혹 방문하는 친척들 앞에서 눈물을 쏟아 A씨는 솔직히 그런 어머님이 원망스럽고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단다.

이에 A씨는 “치매환자를 일상에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고통을 모른다. 거동만 불편하시면 일 끝나고 돌아와 수발을 드리면 되지만 치매는 아니다. 언제 집에 불을 낼지, 또 언제 집을 나가 거리를 헤매게 되실지, 온 집안을 난장으로 만들고 불안해서 도통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요양원에 모셨는데 이래도 저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라고 하소연했다.

(사진=신현지기자)
(사진=신현지기자)

미국생활을 접고 홀로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목동의 B씨. 그는 아내 없이 구순의 아버지 어머니를 모신지 올해로 10년째라고 한다. 아내와는 사별했다고 하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아니, 차라리 요즘 같아서는 아내가 없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 그의 생활을 미루어 짐작할 밖에.

어쨌거나 그는 거동이 불편하신 부모님을 자신의 아파트에 모시고부터는 장거리 여행은 물론 한나절 자리 비움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두 분 번갈아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일이 요즘 가장 큰 일거리가 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잠깐 잠깐 책을 읽는 게 전부. 그 때문에 사회와 차단된 느낌에 위축이 된단다.

식재료 구입부터 삼시 세끼 식사 준비, 두 분 목욕까지, 간혹 어머님의 비상사태에 산소통도 구비해 두었단다. 그런 그는 어느 때는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젊어서 너무 많은 불효를 저지른 것이라 이나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고. 그런 그가  잠깐이라도 자기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럼, 딱 3박4일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단다. 불러내도 집을 비울 수 없는 자신을 위해  집으로 찾아와 주는 친구와 코가 비틀어지게 취해보고도 싶다며 힘겹게 웃는다.

노쇠한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일은 자식으로 응당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이처럼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에게는 많은 고충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치매환자 보호자의 71%가 간병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통계청)
치매진료비 통계(자료=통계청)

뿐만 아니라 고령화 추세에 따라 치매환자의 비율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노인치매환자는 2018년 기준 75만 명을 넘어섰고, 그 수가 해마다 늘어 2026년엔 1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한집 건너 고령자 가구라는 뜻이다. 치매의 고통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내 가족의 일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오류동에 위치한 사랑노인복지센터의 박현숙 센터장은 이제 치매의 문제를 가족만이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본지와 마주앉기 전 마침 한 어르신을 방문하고 돌아왔다는 박 센터장은 치매가 있는 어르신을 홀로 집에 모셔두고 있어 요양등급을 받을 것을 적극 권장했단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은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받을 수 있다면서. 그러니까 박 센터장의 말인 즉, 치매등급을 받고 시설에 입소하면 국가에서 85% 이상 지원해주고 그 나머지를 가족이 부담하면 된단다. 하지만 비용보다 치매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는 것을 불효라 생각해서 많은 분들이 꺼려한단다. 그런 가족들은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면 된단다.

아니면 집안에서 1일 4시간 가정요양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목욕봉사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또 두 부부가 65세 이상으로 돌봄이 필요할 경우 요양비용도 지급된단다. 물론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먼저 요양등급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곳이 사회복지사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센터라고 한다. 요양등급을 잘 받을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단다.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이냐고 물으니 어르신과 함께 나오라고 말한다. 그럼 적극 도와줄 수 있단다. 물론 치매 환자 보호자가 겪는 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그 고충을 덜어주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8’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074만 원, 국가 치매 관리비용은 약 14조 6,000억 원에 달한다. 물론 치매 진료비도 상당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 전체 연간 진료비는 약 2조 3,000억 원,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약 344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5년이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지난달 ‘2019년 경기도 치매관리사업 발전대회’에서 최종현 경기도 의원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이고 국민 25가구 중 1가구가 치매 가족인 현실에서 치매는 이제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이자 모두 해결해야 과제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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