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80명 사망’ 주장하는 이란 ·· 미국과 이란 ‘왜’ 이러나?
미군 ‘80명 사망’ 주장하는 이란 ·· 미국과 이란 ‘왜’ 이러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1.09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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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복수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기
이란과 미국의 앙숙 히스토리
오바마 정부 때 완화됐던 긴장 다시 심화
향후 전망 어둡지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국와 이란의 갈등이 복수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미군 드론의 로켓 공격으로 차에 타고 있던 카셈 솔레이마니(군부 실세이자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가 사망한 지난 3일 직후 격양된 이란이 미군의 이라크 기지에 미사일 보복을 감행했고 피해자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란 측의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아침 9시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에 있는 미군기지(아인 알아사드+아르빌)에 미사일 15발을 발사했다. 이날 15시 이후 타전된 로이터(영국)와 APTN(미국) 등 서구 매체에 따르면 IRIB(이란 국영방송)가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미군 8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IRIB는 미군에 대해 “미국인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했고 “80명이 죽고 미군의 드론과 헬리콥터와 군사 장비 등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미군의 첨단 레이더 시스템이 혁명수비대의 미사일 습격을 전혀 요격하지 못 했다고 선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의치 않는다는 표시로 미사일 발사 직후 트위터에 “괜찮다(All is well)”고 썼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미국이 입은 피해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당장 △북미 비핵화 협상도 안 풀리고 있는 데다가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기 때문에 최대한 시선을 외부로 돌려 미국의 애국주의를 강화할 동기가 있다. 긁어부스럼을 만들어서라도 내부 단결을 위한 외부의 적을 상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침 전통적인 친미 국가였던 이란이 1979년 팔라비 왕조의 퇴각 이후 급속히 반미 세력으로 기울었다가 연일 미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었다. 미국은 석유 이권 등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을 선택했었는데 이란 내부 상황의 변화로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하메네이 라흐바르의 모습. (그래픽=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역사를 살펴보면 이렇게 된다. 

1980년대부터 시아파 신정 정치를 추구하는 故 호메이니가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수립했고 초대 ‘라흐바르’(이란의 국가 원수이자 절대 권력자)로서의 전통을 만들었다. 이란은 표면적으로 직선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어서 현직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통치하는 구조이긴 하지만 88명으로 구성된 ‘이슬람 율법 전문가 회의’에서 라흐바르를 선임해서 그에게 모든 실권을 쥐어주는 전제군주제와 다름 없다. 현 라흐바르는 하메네이(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다.

2017년 말부터 이란 시민들 사이에서 라흐바르 체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란의 정서는 팔라비 왕조 자체가 급속한 서구화 및 세속주의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졌던 만큼 미국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더군다나 라흐바르 체제는 시아파 근본주의를 내세우면서 ‘반 서구 반 미국’을 내걸었고 독자적인 무력 완성 차원에서 핵 개발을 추진하기까지 했다. 

이란을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시리아·이라크·터키·사우디아라비아·오만·카타르·바레인·UAE·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에는 약 30여개에 달하는 미군 기지가 버티고 있고, 미국 위주의 유엔은 이란에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가했다. 이란 경제가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뒤 기존 적대국과의 전향적인 외교 방향을 천명했고 이에 따라 2015년 이란과의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맺어졌다. 

이란은 △농축 우라늄의 보유량 제한 △농축시설의 증축 금지 △무기로 사용가능한 플루토늄 부산물 생성 금지 △폐기된 핵 연료는 이란 외로 반출 및 재처리 금지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수용 등을 약속했고, 미국은 EU와 함께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6년 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모든 것이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노골적으로 이란에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미 이란과 유럽 국가들은 상당한 수준의 경제 교역을 진행하고 있었고 IAEA에 따른 핵 사찰도 착실히 이행 중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조해 이란의 비밀 핵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했고 5월8일 공식적으로 핵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안티 이란 전선은 연일 심화되고 있다. 이란은 2019년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및 UAE와 인접해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미국의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미국은 이란 주변에 항공모함과 B-52 전략 폭격기 등을 확대 배치함으로써 맞대응했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피격 △사우디아라비아 정유 시설 습격 △미국의 혁명수비대 테러 조직 지정 등의 일들이 벌어졌다. 2019년 상반기부터는 아미랄리 하지자데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이나 호세인 칸자디 해군소장 등이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 목표로 설정한다거나 미군의 주변국 주둔 철수를 강력히 경고하는 방식으로 연일 미국을 자극했다.

그러다가 2019년 6월20일 혁명수비대가 이란 영공에서 미국의 무인정찰기를 격추했고 12월27일에는 이라크 중북부 키르쿠크의 미군 기지에 로켓포 공격이 가해졌는데 이로 인해 미국인 1명이 숨지고 미군 및 이라크 군인 다수가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명확한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은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미국은 솔레이마니를 폭격 살해하게 됐고 그 명분으로 △중동 무장 조직을 훈련시키거나 지원 △미군 타격 위협 고조 등을 내세우게 된 것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3일(현지시간) 미군의 폭격으로 이라크에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유족을 이튿날 찾아가 조문했다. 4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4일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유족을 찾아가 조문했다. (사진=이란 대통령실 및 연합뉴스)

이란 내에서는 반미 정서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당장 △솔레이마니를 추모하는 대규모 장례식 거행 △솔레이마니의 딸 제이나브의 잔혹한 복수 다짐과 로하니 대통령의 “순교자를 위한 복수” 천명 △이슬람 사원에 피의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 걸림 △마지드 타크트 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대사가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에 공식적으로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미국이 이란에 전쟁을 개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등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기세에 밀릴 사람이 아니다. 이란의 격양된 반응에 더 세게 대응하기 위해 트위터를 통해서 40년 전 테헤란 사건의 미국인 인질 피해자 52명을 언급하면서 이란의 52곳을 공격 목표로 정했다고 밝히는 등 점입가경이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이나 EU는 양국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미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 대사는 한국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등 이란 분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문재인 정부는 중동의 원유 수급 문제, 한미관계, 국내 여론 등 여러 민감한 요소들이 맞물려 있어서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6일 방송된 MBC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작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면서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이 시작됐고 이란 국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졌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이란은 도발 수위를 조금씩 높여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이란의 도발 행위를 지켜보다가) 결국 작년 12월 말 미국이 선언해놓은 레드라인을 (이란이) 넘은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강하게 응징했는데 그 응징의 수위는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아주 높았던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내 미군 기지 여러 곳을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뉴스가 타전된 8일 아침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솔레이마니에 대해 인 교수는 “한 마디로 이란의 군부를 대표하는 보수 강경파의 핵심 인물”이라며 “최근에는 다음 대통령 선거 때 유력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정치적인 이미지도 굉장히 높아져 있는 사람이다. 솔레이마니가 이끌던 부대가 쿠드스여단이란 부대인데 이란의 혁명수비대 중에서도 해외에서 정보 활동이나 공작을 책임지던 굉장히 비밀스럽지만 아주 영향력 막강한 부대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전 양상에 대해 인 교수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됐을 거라고 본다”며 “국내 정치도 굉장히 곤경에 빠져있고 더구나 탄핵 국면이 본격화되는 그런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주요 내용이 이란의 공격이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미국이 못 하고 있다. 이란과 북한 문제를 다룰 때 큰 소리는 많이 쳐왔는데 실질적으로 진전이 없었다”고 상정했다.

아울러 “자국 국민이 죽었고 또 하나는 자국의 공관이 공격당한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건 더 이상 아니라고 판단과 공감을 얻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굉장히 단호했던 것”이라며 “(1979년에 일어난 주리비아 미국대사 피살 사건 및 주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들 억류 사건 등)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졌던 상황은 당시 상황을 연상시키는 그런 비극적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는 작전에 자기가 오히려 주도하는 그림을 그리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나 생각된다”는 것이다.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될까.

인 교수는 “협상의 모멘텀을 만들긴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고 서로 굉장히 높은 수위의 공격적 언사들을 주고 받으면서 상황을 관망할 것 같다. 물론 양국은 그렇다고 해서 전면적으로 확전에 들어갈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2~3주 정도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굉장히 매연성이 가득한 상황이다. 마치 좁은 공간에 가스가 가득 차 있는데 어디서 불꽃이 튈지 모르는 그런 긴장의 상황에서 다행히 잘 관리가 된다고 하면 조금 시간을 두고 협상의 계기를 찾을 수 있겠지만 한 2~3주 정도는 계속 이 높은 수준의 긴장이 유지될 것 같다”며 “제재 국면도 계속 지속될 것이라 보고 이란 역시 강경한 입장을 계속 취할 수밖에 없다. 양쪽 다 자국민에 대한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특성이 있는 게 상황을 혼돈스럽게 끌고 가다가 순식간에 반전시키는 그런 특성이 또 있다”면서 “오히려 전략가들의 예측이나 분석을 완전히 넘어서는 그런 일종의 돌발적 의사결정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이란과의 협상을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지금 없앨 순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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