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대국민 메시지 내놔
경제 제재로 맞대응
군사력 과시하면서 사용하지 않을 것
이란과의 협상 열어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 때와 달리 실제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있고 격화될 조짐이 일자 말폭탄으로 맞서지는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시간으로 9일 새벽 백악관 그랜드 포이어(입구 로비)에서 대국민 연설문을 통해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미국인도 이란 정권의 공격으로 인해 다치지 않은 데 대해 미국 국민은 매우 감사하고 기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8일 아침 이라크에 있는 미군 주둔지에 탄도 미사일을 쐈고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문을 낸 것인데 일단 자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사진=연합뉴스 및 AP통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은 △이란의 핵 보유 결코 용납 못 함 △대이란 경제 제재 강력 유지 방침 △2015년 핵 합의를 넘어 새로운 핵 합의 추진 의사 △이란의 경제적 번영 언급을 통한 유화적 메시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군사력 과시를 통한 경고 등으로 구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미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까지 이뤄진 마당에 즉각적인 군사 응징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측됐는데 생각보다 실리적이었다. 군사적 수단을 바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일단 경제 제재 압박 카드로 조인 뒤 그래도 말이 안 통하면 군사력을 보여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카셈 솔레이마니’라는 이란의 군부 실세를 사살한 만큼 이란의 강경 반응을 예상했고 또 다시 보복을 해봤자 반작용이 일어나 미국인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강온 전략을 구사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고 해석할 수 있고 협상 의사를 밝혔다고 봐야 한다. 전쟁 발발 직전에서 봉합됐으니 파국은 피한 셈이다. 

사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가 6일 방송된 MBC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특성이 있는 게 상황을 혼돈스럽게 끌고 가다가 순식간에 반전시키는 그런 특성이 또 있다”면서 “오히려 전략가들의 예측이나 분석을 완전히 넘어서는 그런 일종의 돌발적 의사결정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이란과의 협상을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지금 없앨 순 없다”고 예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자가 없었다. 우리의 모든 장병은 안전하고 단지 우리의 군 기지에서 최소한의 피해를 입었다”며 “우리의 위대한 미군 병력은 어떠한 것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국가들은 정확히 말하면 (이슬람 혁명과 주 테헤란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이 일어난) 1979년부터 너무 오랫동안 중동과 그 너머에 대한 이란의 파괴적이고 불안정 행동을 참아왔다. 이러한 날들은 이제 끝났다. 이란은 가장 대표적인 테러 지원국이었고 그들의 핵무기 추구는 문명화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일이 결코 일어나지 못 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우리의 미사일은 크고 강력하고 정밀하고 치명적이고 빠르다.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 중”이라며 “우리가 위대한 군대와 장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옵션들을 계속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즉각적으로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이란 정권에 대해 추가로 부과할 것이고 이란이 행동을 바꿀 때까지 강력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란이 번영할 수 있는 아직 손대지 않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합의를 체결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이란 사태에 개입해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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