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신회 회복 위한 대책
금융업계 대변하는 수장
금융업계 처한 현실
수많은 약속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DLF(derivative linked fund/파생결합펀드)와 라임 사태 등 작년 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만큼 나재철 회장은 금융업계 수장으로서 송구스럽다. 지난 12월20일 나 회장은 증권, 자산운용, 신탁업, 선물 등 295개사가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국내 최대 금융업계 단체인 한국금융투자협회의 5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나 회장은 9일 점심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고급 중식집에서 기자단 신년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불완전판매 등 다수의 투자자 피해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투자자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4가지 대책을 약속했다.

그것은 ①회원사의 자체적인 내부통제 역량 제고 ②금융소비자보호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 간의 균형 모색을 통한 제도 및 관행 개선 ③소비자보호 포럼 개최 ④투자자 교육 강화 등이다. 

나재철 회장이 기자들과 헤드 테이블에서 점심 오찬을 즐기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재철 회장이 기자들과 헤드 테이블에서 점심 오찬을 즐기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먼저 ①과 관련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영업행위 기준 △자금세탁방지 업무지침 △내부통제 장치 표준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에 대해서는 “알고 투자하는 문화” 확립을 기치로 내걸고 △알기 쉬운 설명서 △판매 단계별 체크리스트 등을 도입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④은 내용이 많은데 △디지털 투자 교육 강화 △노인 등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집합 교육 확대 △청소년 체험형 금융 교육과 학교 내 교육 확대 △학교 정규교과로 ‘고등학교 특별 금융교육과정’ 5개교 확대 추진 △금융당국과 함께 금융교육협의체를 만들어서 전체 금융권이 참여하는 투자자 보호교육 방안 모색 등이 있다.

나 회장은 인사말이 끝나고 헤드 테이블에서 기자들과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와중에 신뢰도 제고 방안에 관하여 “IFA(Indefendent Financial Adviser/특정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고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전문가) 제도 활성화가 좋을 것 같다. 우리 업계에서 은퇴한 분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회사를 만들어서 역할을 해주면 은행도 상품 판매가 수월할 것”이라며 “현재 IFA가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되 판매사에게는 못 받도록 되어 있다. 그 구조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수수료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다 무료다. 외국에서는 철저하게 댓가를 지불한다”며 “우리만 잘 해서 될 게 아니라 은행과 함께 창구에서 파시는 분들도 함께 잘 해야 한다. 불완전판매 회사 직원은 당연히 징계하고 보상해야 하지만 상품 자체를 못 만들게 하면 안 된다. 자산운용 입장에서도 난감해진다. 손실률을 20% 이내로 나게 만들려면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나 회장은 엄연히 금융산업계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소비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것이 좋겠지만 금융사들의 이해관계를 옹호해야 한다. 

실제 나 회장은 헤드 테이블에서 라임 사태와 관련 “하나 회사의 잘못으로 인해 대다수의 리스크 관리도 잘 하고 적법하게 운영 잘 하는 데가 피해 입을까봐 그런 게 제일 걱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최근에 들어 가장 많이 생기고 고용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가 많이 있었다. 그런 흐름이 퇴색될까봐 제일 걱정”이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나 회장은 투자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이 형성될 수밖에 없지만 한 곳의 큰 잘못으로 다른 모든 곳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걸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업종이나 특정 행위자의 잘못으로 업계 전체가 욕먹는 사이클은 다 있다. 

그럼에도 라임 사태나 DLF 사태나 전부 금융사들의 유행성 너도 나도 투자 행태가 화를 키운 측면이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부실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무리하게 판매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독일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떨어질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판매를 강행했다. 그런 고위험 금융상품을 돈을 벌고 싶은 의욕에 너도 나도 받아 안아서 판매했고 손실을 확대한 금융사들이 분명 존재하는데 꼭 특정 금융사만의 잘못이라고 면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 회장은 금융업계의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 회장은 금융업계가 처한 환경을 두고 “기회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며 여러 굵직한 경제적 변수들을 나열했다. 이를테면 4차 산업혁명,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세계 경기 둔화 사이클 진입 가능성, 핀테크(금융기술)와 금융산업 재편, 해외투자 확대 추세,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등이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나 회장은 4대 과제를 천명했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고령화-저금리-저성장 시대를 이겨내는 ‘국민의 효율적인 자산관리자’로서 금융상품 솔루션 발굴 및 제공 
Ⓑ모험 자본 조달을 통한 기존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구조 변화 모색 
Ⓒ금융투자산업의 새로운 미래 사업 준비
Ⓓ금융투자산업을 고부가가치 글로벌 산업으로 변모시키고 ‘국민 경제 내 역할’ 증대

특히 나 회장은 Ⓒ에 대해 “사모펀드, 부동산신탁,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사업에 대한 수익성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출) 규제 등 고강도 규제 정책의 완화를 위해 회원사 건의 채널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재계의 입장을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해 연일 발로 뛰고 있듯이 나 회장 역시 “앞으로 협회장으로서 정부와 국회 등에 정책 건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안에 여러 범주의 회원사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나 회장은 “특정업권에 쏠리지 않는 균형있는 업무 처리를 강조하겠다”며 “가존 회의체에 추가하여 회원사 업무별 실무자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업계 의견을 세분화하여 면밀히 청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나 회장은 증권업, 부동산 투자, 자산운용업, 자본시장 세금 제도, 퇴직연금 제도 등 분야별로 일일이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설명했는데 대표적으로 증권과 부동산 그리고 자산운용업에 대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증권쪽에 대해 나 회장은 “증권 산업의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며 “대형 글로벌 플레이어와 특화 증권사 육성, 증권회사의 수익기반 다변화 등 종합 정책 건의서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중소형 증권사의 업무 범위 확대 △금융위원회나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 금융과 민간투자 영역 연계 정책 건의 △제3기 중소기업 특화 증권회사 재지정시 기능과 실효성 제고 △주요 금융 중심지 대비 불편한 외국사의 영업환경 개선 등이 거론됐다. 

나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하여 “부동산 투자 쏠림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생산적 분야로 자금 물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라면서 “금투협은 (부동산 분야가 아닌 실물경제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증권사의 기업 금융을 보다 활성화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단순히 반대하기 보다는 국민 경제와 투자자 보호 차원을 고려한 부동산 금융의 건전한 발전 방안을 정부와 함께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신탁업과 관련 “건설 부동산 경기침체, 정부의 규제 강화, 부동산 신탁사의 경쟁심화 등을 감안해 기존 재건축 재개발 외에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재래시장, 주택조합, 도시재생사업, 공업지역 정비사업 등으로 신탁 방식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의 쏠림 현상 완화와 일반 국민의 자산 증식을 위하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모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관련 자본에 투자하여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투자)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나 회장은 헤드 테이블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 자리를 이야기하면서 “(금융사들이) 만약 부동산을 하더라도 주거형 아파트만 하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과 맞는 부분 예를 들면 SOC(사회간접자본), 관광 인프라 개선 등을 간접적으로 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자금들이 혁신 기업, 모험 기업에 투자돼야 하는데 부동산으로 가는 것은 우려가 있다. 그래서 정부의 PF 규제 취지는 공감한다. 은 위원장께서 생각이 유연하셔서 일정 부분의 조정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사진=박효영 기자)
많은 기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장. (사진=박효영 기자)

마지막 자산운용업과 관련해서 나 회장은 “협회 회원사 중 많은 비중이 자산운용사”라며 “외화표시 MMF(Money Market Funds/고객의 돈을 모아서 투자하는 초단기금융상품),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비상장기업 투자 전문회사) 제도화 지원 등 운용사의 신상품 출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IFA·직판·온라인 등 판매 채널 다변화 △펀드산업 영역 확대 △연기금이나 국부펀드의 운용사에 대한 해외 위탁 범위 확대 △전문 사모펀드사에서 종합운용사로의 유기적 성장 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 △인수합병 및 IPO(Initial Public Offering/상장을 위한 기업공개)를 통한 운용사 대형화 방안 마련 등을 설명했다. 

금투협 역시 대내외적으로 혁신 요구를 받고 있다. 

따라서 나 회장도 “공약 사항으로 말씀드린 바 있는 협회 혁신 TF를 취임과 동시에 시작했다”며 “협회를 회원사 중심의 효율적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고 TF 운영에 있어 내외부 인사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나 회장은 금융업계의 디지털화에 대해 “작년에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본사를 직접 가봤다”면서 “미국 내 큰 기업들 전부 아마존에 맡겨놓고 있다. 심지어 나스닥 거래소 시스템을 거기에 맡겨 놨더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은 또 자기들이 갖고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해준다. 우리나라도 곧 이렇게 될 것이다. 그런 걸 개별적으로 개발하는 중소형 금융사들은 돈이 많이 든다. 그런 건 협회에서 한 꺼번에 할 수 있게끔 해드리고 이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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