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원칙과 6대 원칙
3대 원칙 보증
보수통합의 배경
간절하 바라지만 난제들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은 우향우
새보수당의 개혁보수 꿈 무너지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보수 대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기구까지 만들어졌고 통합의 원칙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100일도 안 남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최대한 많은 표를 얻어야 하는데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 그래서 또 일단 뭉치고 보자는 마음이 앞선다. 명분은 혁신하고 미래로 나아가고 확장적으로 해보자는 것이지만 결국 다 뭉쳐서 일단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크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3년 동안 보수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그때 탈당했던 세력은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면서 ‘개혁보수’의 길을 천명하고 있지만 결국 다 합쳐서 세력부터 키우고 보자는 정치적 현실에 직면해 있다. 선거제도가 바뀌었지만 아직 253석의 지역구 선거는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 형태라 보수 분열은 곧 죽음이라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과 새보수당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보수통합이 외부에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추)’가 결성되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중도·보수대통합 제2차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가 열렸고 각 대표자로 참석한 정병국 새보수당 의원, 이재오 전 의원, 이양수 한국당 의원 등이 혁통추 구성에 합의했다. 혁통추 위원장은 그동안 보수통합에 사명을 두고 있었던 박형준 동아대 교수(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가 맡기로 했다. 친이계(이명박 전 대통령)와 비박계(박 전 대통령)가 중심이 되어 구성된 국민통합연대의 안형환 사무총장은 이같은 사실을 브리핑했다. 

이날 회의에는 양주상 미래를향한전진 4.0(이언주 의원 주도) 창당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연석회의가 제시한 보수통합 6대 원칙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내건 보수 재건 3대 원칙(탄핵 수용/개혁보수 천명/한국당 해체 및 보수신당 건설)을 포함해서 △자유와 공정 추구 △청년 가치 강조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중도보수 세력 규합 등이다.  

안 사무총장은 6대 원칙에 대해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동의했다고 밝혔고 이양수 의원은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황교안 대표가 이미 보수재건 3원칙을 수용한다는 뜻을 다 밝혔다. 당에 돌아가 (다시)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당은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 역시 공식 논평을 내고 “혁통추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한국당과 새보수당 모두 함께 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자 한 가족이 됐다”고 공식화했다. 

지금 친박이든 비박이든 한국당 내에 지배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황 대표부터 보수통합론에 매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망치고 권력남용을 했다고 아무리 선전을 해봐도 신년 여론조사 대부분은 정부여당 심판 보다 보수야당 심판의 국민 여론이 더 높다는 결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0% 초반대이고 한국당은 30% 초반대로 10% 가량 뒤지고 있다. 대권 주자 지지율 역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30% 중후반대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2위인 황 대표가 10% 이상 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질만하다. 한국당이 자체적으로 혁신하는 것도 쉽지 않고 뭔가 비전을 내놓고 인재영입을 하려고 해도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상황에서 보수통합 이벤트를 통한 컨벤션 효과를 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형준 혁통추 위원장은 보수통합의 전도사로 활동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형준 위원장은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심판을 원하는 국민들이 그 심판을 수행할 도구를 제대로 찾지 못 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은 대선같은 총선이다. 나라의 운명이 갈림길에 있다. 그 갈림길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 세력의 기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새보수당도 마찬가지다. 나름 개혁 보수의 신선함을 갖고 독자 노선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장 세력이 너무 약해서 소위 “죽음의 계곡”에서 또 허우적댈 수가 없다. 세력을 키우는 측면에서 언제든지 보수통합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다만 그냥 합치면 안 되니까 최소한 명분상으로라도 3대 원칙이 수용돼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대 원칙에 대해 말씀드리면 새보수당의 3대 원칙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 우리가 동의하고 환영한다. 이 원칙대로 새로운 통합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그 당은 더 큰 새로운보수당이다. 새보수당의 창당 정신이 잘 반영돼 있다”고 환영했다.

하 책임대표는 10일 아침 열린 당대표단 회의에서 “우리가 바라는 통합은 문재인 대통령에 반대한다고 해서 아무나 다 끌어 모으는 반문 묻지마 통합이 아니라 보수 혁신의 가치와 원칙을 중심으로 혁신적이고 중도적인 세력이 통합하는 혁신적 중도 통합”이라며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가는 그런 신념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 한 번 보수 재건 3원칙에 대한 황 대표의 진정성 있는 확답을 요구한다. 황 대표 측에서는 내부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충분한 시간을 드리겠다. 기다리겠다. 대신 진정성 있는 확답을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관련해서 황 대표는 9일 오후 강원도당 신년 인사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통합의 과정 중에 있는데 다 모이다 보면 여러 건의를 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다 아우러져서 결과적으로 자유 시민 세력들은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원외 공간에 한국당 대표자로 파견된 인사가 한국당은 3대 원칙에 동의했다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는 새보수당 입장에서 믿기 어렵다. 황 대표의 공개적인 확답을 요구하고 있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더 확실한 보증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확답의 형태에 대해 하 책임대표는 9일 기자회견 직전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하 책임대표는 “한국당 내부 상황을 보면 황 대표가 뭘 발표하려고 하다가도 내부 반발에 의해서 못 하고 이러한 모습(6일 저녁 조선일보 보도로 황 대표의 3대 원칙 수용이 공식화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7일 아침 친박 의원들의 반발로 좌초)을 보이고 있는데 대표가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통합 논의가 흘러갈 경우에 통합 논의가 굉장히 불안해질 수 있다. 우리는 깨지는 이런 불안정한 통합 논의에 국민들도 불안할 것이고 우리도 대표의 확고한 약속과 언급없이는 통합 대화를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혁통추를 만들기 전에 그 원칙에 동의했고 내가 대표 자격이기 때문에 우리 내부에서 합의가 됐다. 한국당도 똑같은 절차를 거쳐서 황 대표가 우리의 보수 재건 3대 원칙에 대해 명확하게 공개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을 이야기해줘야 한다”며 “지금 그렇지 않은가. 앞으로 나갔다가 후퇴하는 이런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황 대표의 확고한 약속이 담보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확답에 매달리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하 책임대표는 “정치권의 합의문이란 게 하루 아침에 종이 쪼가리가 될 수 있는데 구속력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각 당 대표가 서약이라도 해야 한다. 그게 부족하면 최고위원회급을 통해 서약을 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의원 전원이 서약을 하는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 책임대표는 재차 “잘 알지 않은가.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와도 의원총회 가면. 한국당의 내부 상황을 잘 알지 않은가. 원내대표는 이미 위임받은 사람이다. 근데 합의가 깨지기도 한다. 거기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누가 하겠는가. 대표가 해야 한다. (지금까지 단계에서 한국당을 믿기 어렵다는 것인가) 그렇게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더 이상의 언급은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좋은 것은 의총을 열어가지고 의원들 모두가 당론이라고 하는 것이 제일 좋다. 가장 믿을 수 있는 당의 입장은 대표가 얘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당이 없어지는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가 소설을 쓸 수는 없으니까. 지금 단어 하나 하나가 조심스럽다. 아직 안 된다는 말을 하면 안 되고 선행해야 할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 책임대표는 황 대표가 공개 확답을 해주는 것이 “그게 1단계”라며 “2단계는 혁통추가 뭐하는 데냐. 두 당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박형준 위원장의 역할은 굉장히 중차대한 역할인데 그러면 혁통추가 단순히 자문기구인지 아니면 구속력을 부여할 것인지 여기에 대한 양당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단계까지 왔다면 “그 다음 단계가 구성”이다. 하 책임대표는 “원칙에 대해서는 합의했고 구성에 대해서는 아직 미합의다. 황 대표의 공식적인 동의가 나오면 구성 (단계) 전에 혁통추의 역할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역할과 구성에 대해서 같이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대표가 정론관에 오자마자 수많은 기자들은 그를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대다수 언론에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혁통추를 구성해서 신당을 창당한다고 합의했다는 식으로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보면 그렇지가 않다. 한국당 내에 강성 친박계 의원들을 제외한 통합파, 원외 보수세력, 새보수당 등이 보수통합에 대해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지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신당을 만들겠다고 합의한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 책임대표가 밝힌 일련의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다시 정리하면 ①황 대표의 확답 ②혁통추의 역할과 성격에 대한 합의 ③혁통추의 인적 구성 합의 ④신당 창당을 위한 협상 ⑤신당 창당 등으로 이어진다.   

사실 ①부터 만만치 않다. 황 대표 아닌 대리자들의 대리 답변만 있을 뿐이다. 

박 위원장이 “황 대표가 오늘 합의한 사항에 대해 공개적으로 뜻을 표명할 수 있도록 나도 접촉하고 그러겠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한국당 내부에서는 TK(대구경북) 또는 강성 친박계 인사들의 새보수당에 대한 반발이 거세고 이들의 영향력이 제압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김진태·김재원·정종섭·곽상도·박대출 의원 등이 3대 원칙 수용 불가론자들이다. 작년 10월 김재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의 통합론에 대해 “구역질 난다”고 반응했다. 유 의원이 들어오면 탈당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실 박 위원장도 기자들에게 “물론 통합하는 과정에서 왜 반대 의견이 없겠는가. 어떤 사람들에 대한 호오가 없겠는가”라며 반발 흐름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통합이란 게 그렇지만 큰 정당인 한국당도 그렇고 상대적으로 작은 새보수당도 자기 입장이나 요구를 100% 관철시킬 수 없다. 적절한 타협이 필요하고 양보도 필요하고 작은 문제들 가지고 씨름하기 보다는 큰 대의를 가지고 특히 그 대의에서는 3대 원칙을 수용한다면 조건없이 통합에 임하겠다는 그 기본 원칙에 충실히 접근해간다면 작은 차이들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이밖에도 보수통합 신당으로 가기 위한 난제들이 더 있는데 Ⓐ지도부 선임 Ⓑ공천 지분 문제 Ⓒ인적 쇄신 Ⓓ도로 새누리당 우려 등이다.

먼저 Ⓐ는 신당의 초대 지도부를 구성하는 일로 매우 중요하다. 지금으로선 △황 대표 단독 대표 △황 대표와 유 의원 포함 공동대표 체제 △제3의 상징적인 보수 인사 추대 등이 예상되지만 황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기는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다. 새보수당은 최근 들어 아스팔트 우파로 우향우만 하고 있는 황 대표의 이미지로는 개혁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불만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 

Ⓑ도 만만치 않다. 총선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원외 지역위원장들이나 비례대표로 출마를 노리고 있는 당직자들이 버티고 있는데 공천에 대한 지분을 어떻게 분배할지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공천 비율에 관한 합의를 이루더라도 Ⓒ 보다는 공천 나눠먹기에 골몰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그냥 오픈 프라이머리(국민참여 경선)로 하자고 해도 내부 반발이 예상된다. Ⓑ 문제로 인해 기존 정당 인사들에 대한 물갈이를 하지 못 하면 바로 Ⓒ 차원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이와 관련 하 책임대표는 당대표단 회의에서 “황 대표가 보수 재건 3대 원칙에 진정성 있게 확답을 한다면 우리는 공천권 같은 기득권을 내려 놓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렇게 통합 신당이 출범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세력 구성만 봤을 때 Ⓓ와 다를 게 없다. 말로만 3대 원칙, 6대 원칙을 외친 뒤 선거를 앞두고 각종 헛구호와 약속을 남발해왔던 게 기존의 정치 문법이었다. 선거 때만 되면 일단 이기고 보자는 보수통합의 절실함 때문에 진지한 보수 혁신 작업에 돌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박 위원장은 “자꾸 새보수당만 얘기하는데 새보수당만이 아니라 중도에도 여러 세력들이 있고 앞으로 안철수 전 대표(국민의당)도 들어올 것이고 확장적 통합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이미 여러 세력들과 접촉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에서 통합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중도보수 세력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정당의 형태를 갖고 있는 데도 있고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있는데 용광로에 모아야 한다”고 천명했다.

안 전 대표가 들어온다면 인적 구성이 기존 보수 정당과 달리 새로워지는 것인데 박 위원장은 “(안 전 대표와) 직접적인 접촉을 한 적은 없고 간접적으로는 지난 8월 자유와 공화에서 통합을 제기한 이후 안철수 대표와 가까운 여러분들과 대화도 나누고 소통하고 했지만 직접적인 대화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다시 한 번 “(안 전 대표의 합류가) 통합의 가장 큰 목표”라며 “지금 많은 중도와 보수의 국민들이 이 정권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과 분노를 하고 있는데 그걸 담아낼 그릇이 적절치 않다. 그 그릇을 제대로 만드는 게 필요하고 대한민국 정치가 편협한 정체성이나 교조주의에 빠진 정치가 아니라 좀 더 포용적이고 협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도 너무 좁은 의미의 정체성만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한국당이나 새보수당이나 안철수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가 헌법 가치 속에서 통합될 수 있다고 보고 그런 미래지향성을 토대로 담아낼 수 있다면 훨씬 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위원장은 “우리공화당이나 일부 세력은 소위 탄핵 몇 적 몇 적이라고 해서 그런 통합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런 입장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기 때문에 빠졌다”며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그런 게 해소되면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④이 마무리되는 시점으로 “물리적인 일정상 아마 2월10일 전후”가 될 것이라고 데드라인을 잡았다. 4.15 총선 두 달 전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 측도 합류하는 중도보수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안 전 대표 측은 바른미래당에서 떨어져 나간 세력들이 새보수당을 창당하고 러브콜을 보낼 때도 선을 그었고 안철수계 의원들(이동섭·권은희·이태규·김수민·신용현·김삼화)도 마찬가지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10일 오후 논평을 내고 “극우 보수 정당의 야합은 통합이나 혁신을 운운해도 결국 밥그릇 연장이 목표가 아닌가?”라며 “구걸의 정치를 멈춰라. 이제 와서 안 전 대표의 이름을 들먹여도 바뀔 것은 없다. 극우보수 정당과 손을 잡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보수(Repair)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보수당은 △공천권 포기 △보수 표심 분열로 한국당 곤란 어필 등 한국당을 압박할 카드가 있다. 

하 책임대표는 6일 방송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우리가 적어도 청년 중도층의 지지층을 확보해서 10%대 지지율로 넘어가면 한국당 문 닫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10% 이상 가면 (한국당 후보들이) 부산 경남지역(PK)까지 다 떨어진다. TK는 몰라도. 그러면 한국당은 3~40석 규모로 축소된다”고 발언했다.

이어 “도시 중심으로 최소한 50명 이상 청년 후보를 투입할 것이고 특히 새보수당이 재정적으로 충분하지 않지만 우리 재정의 1순위를 청년들 선거 자금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영남쪽에서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기타 보수 신당들이 한국당 표를 다 갉아먹으면 여권이 선거에서 어부지리를 거둘 수 있다. 물론 민주당도 정의당을 비롯 원내외 진보 정당들의 표 갉아먹기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새보수당은 겉으로는 3대 원칙만 보증된다면 공천권을 포기하고 함께 할 수 있다고 했지만 통합 신당에서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을 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새보수당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게 있다. 탄핵 정국 때 새누리당을 나와 2017년 1월 33명의 현역 의원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대다수가 한국당으로 복당하고 최종적으로 8명(유승민·하태경·이혜훈·정운천·오신환·지상욱·유의동·정병국)이 남았다. 그렇게도 고통스럽고 개척하기 힘든 영역이 개혁보수의 길인 것이다. 세력이 너무 작아져서 2017년 말 국민의당과 통합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국당으로 흡수되는 길은 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모색한다면 3년 간의 개혁보수 시도는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테면 하 책임대표는 탄핵 이후 한국당을 가열차게 비판하고 공격해왔는데 △반공 색깔론 △꼰대 △무조건적인 반대 등에 대해 특히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새보수당을 창당하고 하 책임대표는 18세 선거권에 대해 올드 보수와 달리 찬성한다고 밝혔고 1호 법안으로 청년 남성들을 위한 1% 군가산점제를 발의하기도 했다. 청년과 젊은 정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방향성이 한국당과의 통합 신당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2019년 2월 출범한 황 대표의 한국당 체제에 관하여 언론과 평론 사회 대다수는 우향우 극우화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때 한국당 당원들의 정서 역시 결국 경쟁자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개혁보수 보다는 유력 대권 주자로서의 황 대표에게 가 있었던 것이고 지금도 황 대표를 위시한 구태 보수의 면모를 벗어던지기 보다는 강성 반문 보수 정당으로 한국당이 남아있길 원하는 측면이 더 크다.  

황 대표가 보수통합에 목을 매는 것은 총선 대비와 대권 주자로서의 영향력 때문이지 결코 개혁보수로의 재편 때문이 아니다. 황 대표는 당대표가 되자 마자 반문 투쟁을 선언했고 △광화문 장외투쟁 △전광훈 목사와 가까워진 이미지 △각종 거친 언사 △동성애 반대 발언(5월17일)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6월19일) △대학생들 앞에서 아들의 능력 자랑 발언(6월20일) △삭발(9월16일) △난데없는 단식(11월20일) △한국은 일 많이 해야 발언(12월6일) △국회 난입 선동(12월16일) 등 끝없이 극우화로 치달았다.

무엇보다 유 의원은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면서 따듯한 보수의 정체성을 설파했고 2017년 대선에서도 칼퇴근법, 육아휴직 3년법 등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경제 비전을 낸 바 있고 혁신성장론(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 정책 탈피)을 천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대표는 한국당 해체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던 정치인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반면 작년 9월 황 대표가 오랫동안 준비해서 발표한 경제 비전 ‘민부론’만 봐도 박근혜 정부 시절의 복지 정책보다 후퇴한 시장에서의 강자인 기업 편만 드는 시장 만능주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경제 비전은 근본적으로 방향성이 다르다. 11월17일 김세연 한국당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2011년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택했던 경제민주화 노선이 새누리당으로 넘어오면서 헛구호가 된 점을 개탄했다. 

김 의원은 “2011년 말 한나라당이 급속도로 어려워지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전면에 걸고 새누리당으로 거듭 났다. 골육상쟁이 다시 한 번 펼쳐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나름 괜찮은 중도보수 정당이라 자신할 수 있었다”며 “(자신이) 재선되고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간사를 맡았고 이후에 대표까지 맡게 됐다”고 묘사했다.

이어 “2012년 18대 대선 새누리당 공약의 핵심은 경제민주화였고 그것의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이는 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며 “나는 기업인 출신이지만 재벌들에 의해 일그러진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를 정상화시키는 일에 앞장섰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한국당이 선거용 통합을 위해 ①을 하더라도 개혁보수로 가기 보다는 3대 원칙에 반하는 언행들이나 조치가 나올 것이 불보듯 뻔하다. ①을 보장받고 통합 작업에 들어갔다가 한국당 내에서 하 책임대표가 제일 싫어하는 반공 색깔론적 행태가 나오거나, 18세 선거권을 계속 반대한다거나, 군가산점제 법안을 내팽개치거나 등등 구태 보수의 모습만 수면 위로 올라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런 상황이 너무 빤히 예상되는데 플랜B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하 책임대표는 “한국당 내부의 문제는 황 대표가 해결해야 한다”만 말했다. 

사실상 플랜B가 없음에도 새보수당은 빨리 ①이 이뤄지기만 오매불망하는 분위기다. 한 번 통합 작업이 시작되어 ⑤까지 가버리면 낙장불입이다. 다시 물릴 수가 없다. 그러면 사실상 한국당이 개혁보수 정당으로 바뀔 것이라는 희박한 가능성에 새보수당 의원들의 개혁보수적 꿈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 통합 신당이 정말 개혁보수가 될 수 있을지 비관적이더라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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