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대화 테이블 유지해야
지나친 낙관론의 이유
자체적인 남북 교류 
일본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7년 북미 간에 극한으로 치닫던 말폭탄의 위기가 2018년 반전을 이뤄 남북미 비핵화 협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2020년 연초인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 하고 있다. 2018년 새해 벽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그 손을 잡지 않았다면 열리지 않았을 국면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 입장에서 일이 안 풀리더라도 어떻게든 초긍정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년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은 1시간 45분간 이어졌고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손을 들고 질문 기회를 얻으려는 기자들을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단절된 건 아니지만 여전히 진전되지 못 하고 교착상태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교착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결국 상황을 후퇴시킬 수 있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여전히 대화를 이뤄가려는 그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양 정상 간의 신뢰는 계속되고 있고 그런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점에서 나는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며 “외교는 눈에 보이는 것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이 있다. 남북관계가 북미 대화의 교착상태와 맞물리면서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대화를 통해서 협력을 늘려가려는 그런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충분히 잘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분명 △미국 대선이 10개월 밖에 안 남았고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고 △미국-이란 관계가 최악이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 문제에 신경 쓸 여지가 많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북미 관계가 풀릴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친서와 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매우 낙관적으로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도 연말이라는 시한을 설정했기 때문에 그 시한이 넘어가면 북미 간 대화가 파탄날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며 “물론 북한의 요구 조건이 미국으로부터 수긍돼야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대화의 조건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북한이 종전에 해왔던 주장과 달라진 바가 없다. 북한 역시 대화의 문은 열어둔 채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악수를 하려는 문 대통령. (사진=박효영 기자)

그동안 미국은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고 북한은 ‘영변 폐기와 동시에 부분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영변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북한은 영변을 폐기하게 하려면 부분적 제재 완화를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상호 조건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대화 전선이 잘 풀리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작년 7월 남북미 깜짝 판문점 정상회담 △10월 스웨덴 스톡홀롬 실무 협상 등을 진행해봤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는 대북 제재 자체가 아닌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자는 데 목표가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당연히 미국이나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상응조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미 간 원론적으로는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 조건에 있어서 합의에 이르지 못 해 대화가 교착상태에 있다”며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미국도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북한이 영변 플러스 알파를 내놓게 하기 위해 미국이 남북관계 차원의 경제 교류(금강산관광+개성공단)에 훼방을 놓지 않든지, 종전선언을 해주든지, 최소한으로라도 경제 제재를 완화해주든지 그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에만 의존할 수 없고 남북 교류를 강화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북미 대화의 성공 가능성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싶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접경 지역 협력도 할 수 있고, 개별 관광도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 또 많은 스포츠 교류가 있다. 도쿄 올림픽 공동 입장이나 단일팀 구성뿐 아니라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도 이미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추진할 협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국제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제한이 있다”고 전제했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문장 중에 “외교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외교는 당장 내일의 성과만을 바라보고 하는 게 아니라 1년 후 2년 후 긴 미래를 바라보면서 하는 것이다.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면 비핵화 대화는 북미 간의 문제라는 것은 분명히 하지만 남북 협력과 남북 간의 대화를 거부한다는 메시지는 전혀 없다”고 발언한 만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물밑 협력이 없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밖에도 주요 외교 이슈들이 있는데 문 대통령은 우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에 대해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과 시민의 안전 문제다. 원유 수급이나 에너지 수송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미 동맹도 고려해야 하고 이란과도 외교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들의 질문에 열심히 답변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박효영 기자)

일본 문제가 빠질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수출 규제 △WTO 제소(세계무역기구)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을 거론하면서 “이외에 한일 관계는 대단히 건강하고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고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해 한국은 이미 여러 차례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의 입법부도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부 차원의 노력을 했다”고 환기했다. 

현재 △한일 의원 외교 차원의 ‘양국 정부와 기업 공동펀드’ 동일 입법 △문희상 국회의장의 입법안(한일 기업이 반반씩 배상금 출자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지급)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한일 변호사들의 ‘한일 공동협의체’ 구성 제안 등 여러 해법이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한일 공동협의체 구성 제안에) 한국 정부는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해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동의없이는 한일 간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위안부 합의 때 절실하게 경험한 바가 있다”며 “지금 강제 집행 절차에 의해 강제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이뤄지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다. 한일 간의 대화가 더 속도 있게 촉진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올 여름에 개최될 도쿄 올림픽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남북 간에도 일부 단일팀 구성이 합의돼 있고 공동 입장 방식 등으로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 장으로 만들 수 있다”며 “또 한일 관계 개선이나 교류를 촉진하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아베 총리가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듯이 도쿄 올림픽에도 한국에서 고위급 대표가 참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