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의원 ·· ‘기본소득’으로 ‘성북 네모녀 사건’ 막아야
유승희 의원 ·· ‘기본소득’으로 ‘성북 네모녀 사건’ 막아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1.19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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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되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직접 신청해야 받는 복지
주권자라는 것만으로 받는 복지
일자리 감소 현상에 대비
미국에서도 논의되고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4년 2월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최근까지 일가족이 집단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포용사회와 기본소득>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기본소득이 있었다면 성북 네 모녀 사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여러 지표상 세계 10위권을 왔다 갔다 하는 경제 대국인데 이렇게 빈곤으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일은 우리와 같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국가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故 김대중 대통령 때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됐듯이 지금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유승희 의원(왼쪽)의 출판기념회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참석해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지사는 경기도에서 만 24세를 대상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성북 네 모녀 사건은 작년 11월2일 서울시 성북구의 모 다세대 주택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이 숨진채 발견된 비극적인 사례다. 노모 김씨는 매월 25만원의 기초연금과 13만원의 국민연금에 의지해 살아왔다. 무엇보다 세 딸과 함께 운영하던 쇼핑몰이 어려워지고 7월 즈음 폐업하게 되자 수 개월간 건강보험료, 도시가스 요금, 월세 등을 체납했을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네 모녀가 쇼핑몰 폐업 신고를 해서 사업 실패로 인한 긴급복지 대상이 됐다면 월 129만원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성북 네 모녀 사건만이 아니었다. 2019년 한 해에만 처참한 빈곤 등 경제적인 사유가 원인이 되어 견디지 못 하고 동반 자살 또는 자녀 살인 후 자살 등의 비극적인 사례들은 수없이 많았다. 

①서울 강서구 화곡동 40대 부부와 고등학생 아들 및 초등학생 딸 4명(1월24일) 
②경남 거제시 펜션 20대 청년 3명(2월22일) 
③전남 여수시 리조트 50대 부부와 20대 딸 및 초등학생 아들 4명(2월25일) 
④경기 남양주시 펜션 10대 3명(3월2일) 
⑤충남 공주시 30대 부부와 초등학생 아들 4명(3월6일) 
⑥부산 금정구 36세 동갑내기 부부와 갓난 아들 3명(3월13일) 
⑦경기 양주시 40대 남편이 아내와 어린 아들 살해 후 자해 소동(3월18일) 
⑧경기 화성시 30대 부부와 어린 아들 및 딸 4명(3월26일) 
⑨경기 시흥시 30대 부부와 어린 아들 및 딸 4명(5월5일) 
⑩경기 김포시 40대 아버지와 어린 아들 2명 연탄가스로 사망 및 어린 딸 중퇴(5월7일) 
⑪대구 동구 모텔에서 10대 여성과 20대 여성 동반 자살 시도로 10대 여성 사망(5월17일) 
⑫충남 공주시 같은 여인숙에서 50대 남성과 70대 남성 각각 자살(5월20일) 
⑬경기 의정부시 50대 남편이 아내와 딸 살인한 뒤 자살(5월20일) 
⑭경기 시흥시 40대 부부와 초중학생 아들과 딸 4명(6월9일) 
⑮울산 북구 5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 2명(7월10일) 
⑯제주도 펜션 40대·30대·20대 여성 3명 및 또 다른 40대 여성 중퇴(7월14일)
⑰경기 의왕시 60~70대 부부와 40대 딸 4명(8월17일)
⑱대전 중구 30~40대 부부와 어린 아들과 딸 4명(9월4일)
⑲인천 계양구 아라뱃길 20대 자매 2명(9월21일)
⑳충북 단양군 펜션 20~30대 남성 3명과 여성 1명(9월22일)
㉑인천 남동구 오피스텔 30대 남녀 2명(9월24일)  
㉒제주 연동 40대 부부와 초등학생 아들 4명(10월1일) 
㉓경남 김해시 30대 남편이 아내와 어린 아들 및 딸 3명 살인하고 자살 시도(10월2일) 
㉔경기 시흥시 40대 부부와 어린 아들 및 딸 4명(10월8일) 
㉕경남 거제시 40세 동갑내기 부부와 어린 아들 3명 사망 및 아내 중태(10월15일) 
㉖서울 성북구 70대 노모와 40대 딸 4명(11월3일) 
㉗경기 양주시 50대 아버지와 어린 아들 2명(11월6일)  
㉘경기 가평군 펜션 20~30대 남녀 5명 자살시도로 20~30대 남녀 2명 사망(11월19일)
㉙인천 계양구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과 딸 및 친구 4명(11월20일) 
㉚충남 천안시 야산 40대 쌍둥이형제(12월4일) 
㉛대구 북구 40대 부부와 중학생 아들 및 초등학생 딸 4명(12월24일) 
㉜경기 김포시 60대 어머니와 30대 딸 그리고 어린 손자 3명(2020년 1월5일) 

위기에 처하더라도 직접 서류를 준비해서 신청하지 않으면 코너에 몰리는 한국의 복지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유 의원은 “우리나라에 정말 많은 복지제도가 있는데 대부분은 아는 사람이 가서 신청해야 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어른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일정한 소득 기준 이하의 70% 까지는 신청 안 해도 다 받는데 대부분의 복지 혜택은 직접 신청을 해야만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북 네 모녀 같은 경우도 각자가 갑자기 빈곤 상태에 떨어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전기세 낼 돈이 없고 가스비도 없고 그래서 동사무소에서 가서 한 번 문의한 적이 있었다”며 “힘든 사람들은 본인의 가난한 상태를 증명하는 문서를 내보이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주권자인 시민들이 자신의 어려운 사연을 증명해야 하고 그러한 ‘불행 경쟁’에서 선정돼야 복지 수혜를 받을 수 있는데 기본소득의 도입은 그런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의미가 있다.

유 의원은 “찾아가야만 받는 복지가 아니라 그냥 국민으로서 기본권 차원에서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가 행정 비용도 적게 든다”며 “아동수당 10만원 그걸 처음에는 100% 다 주자고 했다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주장으로) 10%를 뺏더니 그걸 안 주기 위한 행정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 금년 들어 다 주기로 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정은혜 민주당 의원은 “지금 17개월된 딸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내 친구들도 아기 엄마들이 많이 있다. 반응을 들어보니까 육아수당이나 보육수당이 지원되는 것에 대해 과거에는 꼭 돈을 줘야 할까. 다른 것들로 해주면 되는데 이랬는데”라며 “요즘은 그 돈이 정말 필요하고 절실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다”고 환기했다.

즉 “실제 그 돈을 받으면 마트에 가서 기저귀를 사고 분유를 사고 시장에서 아이들 먹일 채소를 사고 과일을 사고 결과적으로 내수시장이 활발히 돌아갈 수가 있고 그 작은 돈이지만 저희에게 주어지는 10만원 20만원을 통해서 우리가 아이를 낳았을 때 국가에서 신경써주거나 챙겨주는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기본소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 의원은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좋은 일자리를 정부가 많이 만들고 싶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 지금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AI(인공지능)와 같은 신기술이 담당하게 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어떻게 하면 이런 시대에 전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여러 학자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연구해놓은 것들을 보고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유 의원은 “나는 30만원으로 설계했다. 기초연금이 25~30만원쯤이라 그 이상이 되면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면서 “대략 180조원이 드는데 한 80조원은 온갖 세금 감면해주는 비용과 복지제도로 나가는 많은 비용들을 다 합치고 나머지는 토지 보유세나 로봇세 등으로 추가 세원을 마련해서 한다면 전국민에게 매월 30만원씩 나눠드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왼쪽부터 정은혜 의원, 최운열 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금융 분야 전문 경제학자인 최운열 민주당 의원도 “나와 같은 주류 경제학자는 처음에 유 의원이 기본소득을 얘기할 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일까. 별로 와닿지 않았다”면서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소외계층이 너무 많아져서 막대한 세금과 예산이 들게 되는데 미래 사회에 머지 않아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닥칠 문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말 이 시대를 꿰뚫고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작년에 미국 민주당에 앤드류 양이라는 대선 후보가 보통 사람들의 전쟁이란 책을 썼는데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실감나게 나와 있다. AI가 발전하면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고 그러면 화물 트럭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다. 현재 미국에 480만명의 화물 트럭 운전기사들이 있는데 이들이 24시간 내내 운전해서 안전 문제도 있는데 이걸 자율주행차로 대체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풀어냈다.

결론적으로 최 의원은 “연관 산업으로 모텔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다 포함하면 600만명의 실업자가 생기게 된다. 이들이 대부분 고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실업을 당해도 재교육을 통한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이 굉장히 어렵다. 이런 분들이 미국 국민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를 봤을 때 결국 기본소득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그게 앤드류 양의 아이디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부가가치세가 없는데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거나 로봇세, 구글세(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조세 조약이나 세법을 악용해 세금을 내지 않았던 다국적 기업에 부과하기 위한 세금) 등을 통해 재원 마련을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무엇보다 최 의원은 “(미국의 경우) 기술의 진보로 혜택을 보는 그러한 섹터(대형 IT 기업들이)에서 보다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면 한 달에 1000달러씩 모든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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