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중 관악구의원
조국 사태에서의 정의당
결과적으로 조국 옹호로 비춰
정의당의 인재 문제
구의회 의정활동
지방분권 부작용도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소위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로 정의당은 내상을 크게 입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당내 조국 찬성파와 함께 조국 반대파의 반발심도 만만치 않았다.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정의당 소속 이기중 서울시 관악구의회 의원은 지난 15일 오전 의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서초동파와 광화문파 둘 다에 공감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기존 정치권에 많이 실망한 사람들이 있을텐데 결국 정의당은 서초동파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돼 버렸다”며 “그때 사람들이 정의당에 묻는 것은 그래서 조국 찬성이냐 반대냐였다”고 밝혔다.

이기중 관악구의원은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의 전체적인 전략이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이 의원은 “8000명이 탈당할 수 있다던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 전 장관 반대로 갔다면) 진짜 몇 천명이 탈당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판단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조국 반대의 견해를 갖고 있더라도 당원들의 다수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다수 당원들의 여론을 항상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걸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자유한국당과 달리 정의당이 고심해서 부적격 인사라고 ‘데스노트’에 올리는 인사에 대해서는 임명을 강행하기 부담스럽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직접 정의당에 방문해서 소명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의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당론 결정을 미루고 미루다가 9월7일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조 전 장관의 언행불일치 △부와 지위가 대물림되는 적나라한 특권층의 모습 △청년에게 안긴 좌절감 등을 언급했지만 데스노트에 조 전 장관을 올리지 않았다는 결과만 부각됐다.

이 의원은 “조 전 장관은 그전에 낙마한 분들과 비교해보면 (의혹거리들이) 더 심한 상황이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에 사활을 걸었고 사실 (조 전 장관이) 친문의 차기 대선 주자니까 친문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목숨을 걸고 수호한 면이 있다. (정의당이) 그렇다 보니까 더 조심스러워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사실 그동안 장관 한 자리는 별 것 아닌 것처럼 그냥 날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초대 법무부장관 후보자(안경환)도 혼인신고 이런 문제 등이 있어서 적절치 않아서 바로 낙마됐다. 총선도 다가오고 여러모로 정치적 타이밍상 첨예해지다보니 더불어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정의당도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보수진영의 총공세가 하도 매서우니까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으로 적극 엄호할 수밖에 없다는 정서적 명분에 기댔고 정의당은 그런 진보진영 내에서 조국 사태로 불거진 교육 불공정 등 여러 문제점들을 대대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에 성공하지 못 했다. 물론 정의당 소속 의원들의 자녀 입시 문제를 전수조사해서 발표하고 관련 특별법도 제정하려고 했지만 대변인들의 논평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고 그럴수록 조 전 장관의 여러 의혹들에 대한 정의당의 비판 기능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었다.

이 의원은 “프레임의 전환을 이뤄내지 못 한 것이 아쉽고 그게 당의 전체적인 전략의 부재인 측면이 있다”며 “조 전 장관을 찬성하더라도 이런 부분을 짚고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고 프레임을 전환해야 하는데 물론 그게 당의 역량 부족으로 다른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에서 관심을 안 가져주면 묻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국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담론을 공론화시켜야 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한 정의당의 이미지가 상존하는 가운데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 지역구 출마 후보들과 심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는데 그때는 갑자기 부동산 문제를 얘기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조국 사태 때와 비교해보면) 굉장히 좌충우돌 하는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레임 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 한 상황에서 그런 말 한 마디나 메시지 배치하는 문제에서 갑자기 막 튀는 느낌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조국 사태 이후 실망한 진중권 교수가 끝내 정의당을 탈당했을 때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서 “원하시는 탈당계는 잘 처리됐다고 한다. 그동안 고마웠다. 요즘 좌충우돌 모습 빼고”라며 “외람되지만 진 교수님께서 마음 추스르고 보다 진중하게 세상 살펴달라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2009년 5월19일 당시에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진 교수의 비판에 반론하는 맥락에서 오마이뉴스에 <진중권에게 진중하시길 권한다>는 글을 싣고 공개 비판을 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투박함이 윤 원내대표의 매력이긴 한데 이번 건은 좀 심했다. 그 사람이 맘에 안 들어도 떠나는 사람의 뒤통수에 돌을 그렇게 던질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밖에도 이 의원은 △정의당의 ‘내부 인재육성’과 ‘외부 인재영입’ △의정활동 △지방분권 부작용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먼저 심 대표가 유력 정당을 표방하고 당내 문호를 개방하는 기조에 대해 이 의원은 “일부 동의하는 측면이 있으나 민주당이나 한국당도 외부 인재영입을 하더라도 후보로 나올 절대 다수는 기존 당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외부에서 들어온 인사가 바로 국회의원이 될 수는 있어도 바로 당대표가 될 수는 없다. 그니까 심 대표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은 본인이 계속 당대표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있다. 그러나 그게 언제까지 계속 될 수는 없다”고 고언했다. 

이어 “물론 외부 영입된 김종대·추혜선 의원들도 재선되고 당에서 더욱 성장하면 당의 리더십이 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당의 리더십을 얻기에는 어렵다. 이정미 의원이 초선으로 바로 당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전부터 당에서 역할(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당에서 정치했던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일이 필요하고 나는 (그 비율이) 반반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는 반반도 되기 어렵게 굴러가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물론 이 의원은 “평소 내부 인재육성에 집중해야 하는데 총선 때 외부 영입을 해서 뭔가 이벤트를 하고 기사가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현재의 정치 문화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지방분권에 대하여 부작용도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의정활동과 관련해서 △한자 뱃지를 한글로 교체 △박준희 관악구청장의 슬로건 교체 비용 문제 지적 △천범룡 전 관악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자 낙마 △민방위 훈련 주차비 무료화 어려움 △출산 축하 지원금 △구의회 조례 실효성 등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 

이 의원은 “구정 질의 영상이 그렇게 커질지 몰랐는데 페북에 올렸더니 3만뷰가 넘게 나왔다”며 “(구정 질의를 통해 지적했던) 그 내용들 자체는 의회에서 이미 돌았던 내용인데 그 자리에서 구청장에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현재 관악구의회 총 22석은 민주당 15석, 바른미래당 4석, 한국당 2석, 정의당 1석 등으로 그나마 다른 서울시 기초의회들에 비해 민주당 독점적 구조가 덜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소수 정당 소속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야당 의원들도 사실 구의회에서는 각을 세우고 이러기 보다는 서로 원만하게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하는 분들이 많다. 나도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강약 조절을 하려고 하고 뭔가 요청할 게 있으면 딜을 하고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정치적 거래가 잘 안 되더라”며 “한 번 기분 나쁘면 그 다음에 계속 안 해주려고 하더라. 사실 내가 딜을 할만한 쪽수나 힘이 없기도 하고 안 해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누가 봐도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한 만큼 누구나 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을 한 세트로 강조하기 마련이다. 지방 정치인이라면 더욱더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의원은 “총론에서 지방분권이 정답인지는 약간 물음표가 있다. 지방자치제를 하고 있으니까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것이 답일까”라며 “지방 정부에 사법권까지 부여하거나 입법권을 더 부여하는 권한 분산을 하는 게 답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더 해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답은 없다”며 “중앙집권이냐 지방분권이냐. 사실 이것은 정치사상사에서 오랜 논쟁거리인데 뭐 프랑스나 미국에서는 좌파가 중앙집권을 말하기도 하고 연방파나 자치파가 있다”고 환기했다.

마냥 지방분권 찬양론에 기울지 않는 배경에 대해 이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제가 들어온 게 2006년부터다. 그때부터 지자체에 좀 더 권한을 줬던 게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의정비를 결정할 수 있게 했고 재산세도 자치단체별로 알아서 결정하도록 했고 그랬더니 모든 구가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를 엄청 올렸고 재산세는 인하 경쟁이 일어났다”며 “모두가 다 재산세 인하를 내세워서 투자 유치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지자체가 가진 권한 내에서 특혜를 주고 데려오려고 하는데 그 권한을 키워줄수록 기업에 유리하게 (대폭 규제완화 되는 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 정치만 봐도 주별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그런 경쟁을 하다가 더욱 시민 주권이 악화되기도 한다”고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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