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당은 개혁보수? 도로 새누리당?
김종인이 쥔 중도통합의 키
민주당과 정의당의 선거연대는 축소
정의당과 원외 진보정당의 선거연대
심상정 대표의 짜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일단 문재인 정부에 맞서기 위해 다 뭉치자는 보수통합론으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당대 당 통합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탄핵 이전 2016년 당시의 새누리당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개혁보수로의 상황 변화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 로비에서 기자와 만나 “하다 못 해 정현호 전 한국당 비대위원도 못 한 일을 새보수당 젊은 정치인들이 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어쨌든 황교안 한국당 대표 일파가 당권을 쥐고 있다. 만약 황교안·유승민 공동대표 그 정도가 된다면 모를까. 절대 유승민 의원에게 공동대표직을 안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국진 연구위원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보수통합에 대해 도로 새누리당이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국진 연구위원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보수통합에 대해 도로 새누리당이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성주 새보수당 대변인은 21일 아침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도로 새누리당으로 가면 안 된다. 통합의 과정이 곧 쇄신이 되어야 되고 통합의 과정이 곧 물갈이 새로운 얼굴들을 수혈할 수 있는 과정들이 돼야 된다”며 “(바른정당 시절) 이른바 청년정치학교 같은 걸 운영을 상당히 잘 했다. 젊은 중도보수 세력을 많이 발굴을 했다. 이분들이랑 같이 지금의 한국당분들과 하나의 세력을 만들어 내면 도로 그냥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바른정당을 통해서 하려고 했던 것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비박계(박근혜 전 대통령)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사실상 선임했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체제 당시 정현호 전 비대위원이 청년 몫으로 들어와 여러 개혁 조치(음주운전 이력 관련 당내 징계 강화+청소년과 청년에 친화적인 정당 추구)를 도입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한국당 차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없었다. 

정 위원은 “도로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다”며 “두 정당이 연합 공천하는 것과 다를 게 뭔가.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에서 다른 대선 후보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 한 것을 이미 보여줬는데 유 의원과 황 대표가 새로 합치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 할 거라는 게 자명하다”고 밝혔다.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권 대변인에게 “형식은 합당이나 내용적으로는 원래 있던 당으로 돌아가는 복당 아니냐. 그러니까 한국당은 새누리당으로 되돌아가는 건데 그럼 하고자 했던 바른정당과는 다른 것 아니냐”라며 “상당수 구성원이 예전으로 돌아가고 복당이라고 하는 비판을 받지 않을까. 합당 작업이 끝나고 나면. 거기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야 될 것 같다”고 계속 질문을 던졌다. 

2017년 초 새누리당을 집단 탈당해서 바른정당을 만들고 새보수당에 이르기까지 3년 동안 개혁보수의 면모를 보여준 것도 그다지 많지 않다.

정 위원은 “유 의원이 대선 때(2017년 5월)만 하더라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찬성했는데 이번 국면에 공수처도 반대하고 패스트트랙도 반대했는데 결국 반문(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기치 때문에 입장이 바뀌었다고 하지 않을까”라며 “기존의 상대적으로 개혁보수적인 색깔도 반문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더욱 강력한 보수화와 우경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보수’라는 표현이 당명에 들어간 것에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

정 위원은 “신당의 이름이 바른정당에서 새로운보수당으로 바뀌었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바른정당은 기존의 보수적인 색채를 탈색했고 상대적으로 개혁에 방점이 찍혀있다면 이제는 아예 본인들이 보수라는 단어를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보수통합론이 강하게 분다면 진보통합 또는 진보진영 내에서의 선거연대 압박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3가지 채널이 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의 선거연대 △제3지대 중도통합(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안철수계) △정의당과 원외 진보정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기본소득당)의 선거연대 등이다.

정 위원은 “일단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후보 단일화나 이런 것은 개별 지역구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2016년 같은 경우는 시도당 차원에서 했었고 웬만하면 다 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게 과연 작동할까?”라며 “여론조사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현재는 서로에게 단일화를 압박할만한 어떤 민심의 압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별 지역구는 그렇게 될 수 있지만 2016년처럼 사전에 시도당별로 단일화하려는 그런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국회 밖에서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혁통추(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보수통합을 촉진하고 있다면,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제3지대 중도통합에 나서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작년 말부터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장성민 전 의원 등과 만나 중도통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그림은 ‘바른미래당 호남계+대안신당+안철수계+알파’를 성사시킨 뒤 유승민계까지 합친다는 계획이었지만 결국 새보수당이 보수통합에 흡수됐기 때문에 민주평화당이 고려 대상일 수 있다.

ㅍ(사진=박효영 기자)
정 위원은 보수통합 외에 진보진영 내에서의 여러 움직임에 대해 일일이 평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22일 방송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1월경 김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 들었던 그의 의중을 공론화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시키는 데 기여를 했지만 결국 두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고 문 대통령이고 싫다”고 말했고 “정치 일생에 보수당도 만들어 보고 진보당도 만들어봤는데 가장 절실한 중도신당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제3지대는 계속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어느 곳도 주도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키맨은 결국 김종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미 두 번의 성공 경험이 있고 이번에는 중도신당이 필요하다고 이미 천명했기 때문에 그 선택과 향배에 따라 정국이 급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 전 대표와의 결합에 대해서는 “당연히 만나려고 할텐데 김 전 위원장은 안 전 대표에 대해 기자 인터뷰에서 언급할 가치를 못 느낀다는 식으로 응답했다. 안 전 대표가 다시 복귀했을 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하던 패턴을 똑같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의 복귀 첫 일성이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중도 정당의 필요성을 어필하는 것인데 2016년 때는) 안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서의 기대감이 높은 상태였지만 이미 국민들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심판을 내렸다”며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 안 전 대표가 설령 맞는 말을 하더라도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지금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4년 전에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미 녹색당과 미래당 지도부 인사를 만나 입당 및 비례대표 출마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은 “정의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개방형 비례대표 명부를 해보겠다고 하고 녹색당, 미래당, 노동당, 기본소득당과 같은 그런 정당들을 합쳐서 정당 득표율을 최대화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일단 전략상으로는 심 대표가 잘 잡았다. 그런데 누구도 선뜻 나선다고 하지 못 할 것이다. 최대한 몸값을 올렸다가 막판에 들어가는 정당이 분명 있을 것이다. 3월쯤에 비례 명부가 작성될 것이니 그쯤에는 있을 법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심 대표가 21일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탈당 관련 질문을 받고 “그 질문은 그만 좀 해주셨으면 좋을 것 같다”며 말을 끊고 짜증섞인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정 위원은 “이것을 중요한 징후로 판단한다”며 “내가 그걸 함부로 단언할 수 없지만 심상정의 정의당 장악력이 커진 것과 궤를 같이 해서 기자회견에서 짜증을 낸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정 위원은 “마찬가지로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 장악력이 크고 기자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근데 본인의 권력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위협이 되니까 짜증을 내는 것”이라며 “그것이 그대로 연상된다. 그래서 심 대표나 주위 비서진에게 이 대목을 명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전후로 정의당은 기자 단톡방(마크맨방)을 통해 진 전 교수의 탈당계가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몇 차례 알려왔다. 그랬다가 정작 진 전 교수가 정의당을 탈당하자 심 대표는 불리한 코멘트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심 대표는 “수많은 탈당자가 있고 그보다 더 많은 입당자가 있다”며 “그분들에 대해 당대표가 일일이 구별해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