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마이너스 성적표 받은 항공업계…작년 ‘일본불매’에 이어 '우한 폐렴' 설상가상
2003년 ‘사스’‧2015년 ‘메르스’ 당시 항공수요 급감…업계 예의주시
'우한 폐렴' 확산에 중국행 줄취소…항공사들, 앞 다퉈 운항 중단

인천공항을 찾은 여행객들 (사진=중앙뉴스 DB)
인천공항을 찾은 여행객들 (사진=중앙뉴스 DB)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우한 폐렴 사태가 급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일주일 간 국내에만 확진자가 4명으로 늘었고, 우한 폐렴이 시작된 중국에선 확진자만 2700명을 넘어섰다. 이번 폐렴은 아시아권은 물론, 구주·미주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 항공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일본여행 불매운동, 홍콩 정정불안에 따른 수요위축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국적항공사들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와 유사하게 전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스 사태에 여객은 30~40%가량 줄었고, 메르스 사태 때도 10% 가량 줄었다.

이 가운데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차례로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 3‧4분기 마이너스를 보인 항공업계는 올해 1분기도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4분기 마이너스 성적표 받은 항공업계…작년 ‘일본불매’에 이어 '우한 폐렴' 설상가상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한 가운데 항공업계는 3분기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며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월 둘째 주에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12일, 제주항공은 다음 달 11일 각각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진에어의 실적은 다음 달 초·중순에 나올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설 연휴가 끝난 뒤인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한다.

작년 4분기 항공업계의 실적은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불매운동의 여파가 이어진 데다 항공 화물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며 모두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항공업계의 성수기로 분류되는 작년 3분기에도 실적을 발표한 2개 대형항공사(FSC)와 4개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했다. 그나마 대한항공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70.0% 감소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작년 4분기 전국 공항의 국제선 수송량은 2천20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동남아가 전년 동기 17.7% 증가하고 중국(14.6%), 미주(7.2%), 유럽(8.4%) 등 대부분 노선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일본 노선의 여객 수송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6% 감소하며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그간 주력 노선이었던 일본 대신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기는 하지만 단기간에 노선 다변화가 집중된 탓에 서로 경쟁적으로 요금을 낮추면서 수익에는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보이콧 저팬'으로 인한 일본 노선의 부진이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노선이 회복되면 항공사의 여객 실적도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다.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부진했던 항공 화물도 올해 하반기에는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이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인 데다 반도체 시황이 개선 조짐을 보여 항공 운송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대한항공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2003년 ‘사스’‧2015년 ‘메르스’ 당시 항공수요 급감…업계 예의주시

한편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2003년 급성 중증호흡기증후군(SARS),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유사하게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웃바운드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항공업계로선 이번 사태로 중국 노선 등 수요가 위축될 경우 직접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중국 등 국제선의 운항이 일부 중단되며 여객이 30∼40%가 감소했고, 2003년 1~7월 기준 누적 내국인 출국객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268만1389명에 그쳤다. 주된 확산지역이었던 중국·홍콩 등은 감소율이 각기 21.0%, 27.2%에 달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여객이 10%가량 줄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제2의 사스 사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계기로 '우한 폐렴'이 확산할 여지가 있어 일단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사스 사태처럼 확산할 경우 올해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한 폐렴' 확산에 중국행 줄취소…항공사들, 앞 다퉈 운항 중단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차례로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국내 항공사 중에서 처음으로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이어 제주항공은 부산∼장자제 노선은 오는 29일부터, 무안∼장자제 노선은 오는 30일부터 각각 운항을 중단하고, 무안∼싼야 노선은 2월부터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이스타항공도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청주∼장자제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으며, 진에어는 다음달 2일부터 제주∼시안 노선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티웨이항공도 중국 노선의 스케줄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여행 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을 예매한 승객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4일 이전에 발권한 중국 모든 노선의 항공권을 대상으로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다음달 29일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이 해당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의 환불 위약금을 면제하고 여정 변경시 재발행 수수료를 1회 면제해줬으나 '우한 폐렴' 확산으로 승객의 불안이 커지자 환불 수수료 면제 구간과 대상 기간을 전면 확대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 24일 이전에 발권한 한국∼중국 노선이 포함된 여정(지난 24일∼3월31일 출발 기준)에 대해 환불 또는 여정 변경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한국∼중국 출발·도착이 포함된 이원구간 확약 고객, 한국∼중국 노선 이외 타 노선 확약 고객 중 타 항공사의 중국∼한국 노선 항공권 소지 고객 등도 해당된다.

(사진=제주항공)
(사진=제주항공)

저비용항공사(LCC)도 동참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한 중국 노선의 경우 이달과 다음달 출발편의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에어부산은 부산∼칭다오, 인천∼닝보 등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정 중 오는 3월28일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에 대해서 항공권 환불 수수료와 항공권 여정 변경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진에어는 2월29일까지 운항하는 항공편을 기준으로 제주∼상하이 등 중국 본토 노선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일단 중국 노선 전체를 대상으로 이달 말 출발편까지는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스타항공도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한 중국 노선의 환불 수수료를 물지 않고 있다. 출발일 기준 2월29일까지로, 상황에 따라 기간 연장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특히 LCC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업황도 안 좋은 상황에서 환불 수수료 면제가 부담이기는 하지만 '우한 폐렴' 확산 방지와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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