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자 원장, “어르신들...식단과 가족적인 분위기 가장 중요”

제일요양원의 윤송자 원장. 윤 원장은 어르신들 눈높이에서 섬김과 보호를 운영방침으로 두고 어르신 10 명을 모시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제일요양원의 윤송자 원장. 윤 원장은 어르신들 눈높이에서 섬김과 보호를 운영방침으로 두고 어르신 10 명을 모시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는 노화를 겪어 소멸한다. 노화를 겪는 과정에는 크고 작은 고통이 따를 것이고. 인간 역시도 여기에 예외될 수는 없으니 고통 역시 따르기 마련. 특히 노년층이 겪는 어려움 중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소외감은 그 어떤 고통보다 체감온도가 커 노년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하니....

즉, 노인이 소외되지 않게 각별한 돌봄이 요구된다 하겠다. 하지만 핵가족으로 변모한 오늘날, 노인의 돌봄이 여의치 못한 것이 현실이라 전국에 노인입소 시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고.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노인요양시설(요양원)·방문요양센터 등이 3만3천여 개에 이른다. 요양병원 병상 수도 30만 개를 넘어섰고, 2018년 기준, 사망한 노인 1명당 평균 입원, 또는 입소 일수가 요양병원 460일, 요양원 904일이라는 집계도 나와 있다.

즉 이는 노년의 마지막 2~3년간을 요양시설에서 지내다 생을 마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노인들의 마지막 생을 정리하는 노인요양원이 사회복지 테두리 안에서 노인 학대와 비리 양산 등으로 고발 건수가 부쩍 늘고 있어 지속적인 감독·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 원장의  초등학교 때 가르침을 주신 교감 선생님의 부인(사진=신현지 기자)
윤 원장의 초등학교 때 가르침을 주신 교감 선생님 부부가 함께 입소해있다. 사진은 교감선생님 부인 (사진=신현지 기자)

제일요양원의 공동생활가정... 대가족 같은 분위기

이와 관련하여 <중앙뉴스>팀이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한 요양원을 급습 방문했다. 육체의 노화로 거동의 불편함과 사회중심에서 밀려났다는 자괴감, 뿐만 아니라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등에서 자의든 타의든 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들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하는 나름 조심스런 움직임 이었다. 

'기자'가 찾은 곳은 인천시 호구포로에 위치한 건물로 6층에 요양보호 시설이 갖춰진 제일요양원이었다. 사전에 예고 없이 현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거실 한 가운데의 탁자에 앉은 어르신이었다. 첫눈에도 표정이 온화하다는 느낌에 솔직히 인상이 깊었다.

일반 가정집을 방문한 듯 어르신의 평온한 미소가 이곳 요양원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했으니. 그리고 황급히 세탁실에서 나오는 제일요양원의 윤송자 원장(사회복지사1급). 조금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기자'라 밝히자 다소 뜬금없다는 표정이 스치기도 했고. 그렇다고 불쾌하거나 불편한 기색은 전혀 아니었다. 수시로 사회복지 실습생들과 봉사자들이 찾아와 외부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답이었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어르신들 어린이들과 다를바 없어...눈높임의 보살핌 필요   

윤 원장은 곧바로 할아버지 세 분이 거주하는 방부터 안내를 했다. 문을 열자 세 개의 침대에 어르신들 모두 평온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 옆방의 할머니들의 방도 마찬가지였고. 요양등급 평균 3~4등급의 어르신들 10명(최대 9명에 1명 추가)을 모시고 있다는 윤 원장의 설명이 따랐다.정신은 맑아도 거동이 어설퍼서 오히려 위험이 높아 1:1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설명과 함께.

다음은 문이 열려있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방안에는 할머니 한 분이 마침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서성이는 자세였다. 그리고 그 옆 침대에는 신문을 읽고 계시는 어르신. 서성이던 어르신이 말을 걸어오셨다.그런데 너무 작은 소리라 들리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오늘 일하러 나온 당번이냐는 물음이었다. 아니라고 답하자 그럼 사진은 찍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다 등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실 뿐 정신은 흐리지 않다는 윤 원장의 설명이 없어도 할머니의 상태는 가늠이 되었다.

이렇게 어르신들의 방을 안내한 윤 원장을 따라 다시 거실에 나오자 탁자에는 처음 들어오던 그대로 어르신이 온화한 얼굴빛으로 미소를 보였다. 놀랍게도 윤 원장은 자신의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의 사모님이라고 어르신을 소개했다. 

“2014년에 작은 아버지 소개로 두 분이 여기에 오셨는데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젊어서 일본 선교사와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활동하셨던 사모님(89세)이시다 안타깝게도 가벼운 정신분열을 앓고 계시는데 교감 선생님(95세)은 거동이 좀 불편하실 뿐 정신은 맑으셔서 그림도 잘 그리시고 비교적 잘 생활하신다.” 

초등학교 때 가르침을 주신 교감 선생님 부부를 모시고

그러니까 윤 원장은 초등학교 시절의 교감 선생님 부부를 6년째 보살피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옛 제자가 스승님 부부를 모시는 표정이 스스럼없이 밝다는 느낌이었다. 그런 윤 원장은 28년간의 유치원 운영의 경력이 지금의 어르신들 모시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어린이나 어르신은 보호대상으로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노쇠하신 어르신들은 신체적으로 열악해서 누군가는 챙겨줘야 하고 보살펴드려야 한다. 이런 점에서 어린아이들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어린이들 눈높이에서 그들을 보살폈듯이 지금은 어르신들 눈높이에서 보호와 섬김을 다하고 있고 또  운영 방침으로 두고 있다.

즉, 여기에 오신 어르신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가장 초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그 예로 어르신들이 매일 드시는 식단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고기와 생선 등 단백질을 필수로 식단에서 빠지지 않게 하고 공동생활가정으로 대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일 음악치료와 미술치료 병행으로 어르신들의 추억을 터치하고 있는데 내가 직접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해 어르신들의 정서안정을 돕고 있다. 물론 실습생들과 자원봉사자들도 어르신들을 돕고 있다”

윤 원장은 말하는 동안에도 탁자에 마주 앉은 교감 선생님 사모님과 눈을 맞춰 웃는 것을 잊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윤 원장에게 2008년 재가노인복지센터를 시작으로 지금의 노인복지시설을 운영에 어려운 점을 물으니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제일요양원의 입소 어르신의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제일요양원의 한 입소 어르신이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인력부족에 어려움...가산점수 2.45, 아닌 3.0을 주어야

“어르신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추가 인력 한 명이 더 필요하다. 현재 요양보호사 3명, 간호조무사 1명, 사회복지사 1명 총 5명이 10명의 어르신을 케어하고 있다가 추가 인력을 청구해 2명이 추가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 명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인력이 3교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데 너무 벅차다. 24시간 레이더망으로 어르신들을 살펴야 하는데 이 인력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그러니까 이는 가산점수 2.45에 따른 정부의 방침인데 우리는 3.0을 원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어르신들 1:1 케어가 가능하고 서비스 질이 향상되어 어르신들에게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만들어 드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 혹은 기억에 남을 일화를 물으니 윤 원장은 직접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해 어르신들에게 추억을 터치하는 일이라면서 울컥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80세가 넘으신 어르신이 동요를 부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같이 따라 울기도 했다면서.

평생교육원 운영으로 사회복지에 일익을 담당하고파

이처럼 어르신들과 함께 울고 웃는 윤 원장은 2002년 어린이집 운영 당시 사회복지사1급을 취득했을 만큼 어르신 돌봄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사회에 보다 전문적인 힘으로 일익을 담당하고자  2016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현재 윤 원장은 평생교육원의 강의도 병행하고 있고. 앞으로 계획 역시 평생교육원을 운영해 사회복지사교육을 담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른들을 모시는 가장 중요한 자세는 진정성마인드다. 정직성, 진정성. 그래서 나는 사회복지사 실습생들이 이곳에 오면 그런 점들을 가장 먼저 바탕에 두기를 강조한다. 그러다보니 실습슈퍼바이저로 사회복지사 교육을 담당하는 일에 일익을 하고 싶다는 것이 계획이고 꿈이다.” 

지금의 요양원을 좀 더 확장해볼 계획은 없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내저어 NO라고 대답했다. “전혀 생각 없다. 직원이 무섭다 노조가 무섭고 최저임금비가 높아서 직원들 구하기도 어렵고. 그리고 간혹 사회성이 부족한 직원이 들어오면 이 또한 어렵다. 이들은 동료들과의 배려 양보도 없고 또 어르신들 잘 모시기 위해 한마디 하면 직장 괴롭힘이라고 툭하면 신고하겠다고 나서고, 아무래도 인권교육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다보니 확장의 계획은 전혀 없다. 지금의 상태에서 어르신들 모시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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