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결국 보수통합에 동참해서 대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틈만 나면 안 전 대표에 대해 진보로 위장 취업했다가 안 됐으니 결국 보수로 가서 대권을 잡으려고 한다고 힐난해왔다. 마침 안철수계로 불렸던 인사들이 보수통합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여전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아닌 중간지대에서 정치적 구상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김수민 평론가는 29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어떤 분들은 중도보수 신당이 나오는 것 아니냐. 안 전 대표가 한국당과 손을 잡는 것 아닌가 그러는데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며 “아직까지 제3지대가 정돈이 안 되고 계속 흔들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안 전 대표가 귀국해서 가장 먼저 호남을 갔지만 단기간에 호남의 정서가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안 전 대표는 차라리 호남을 포기하고 유승민 의원(새로운보수당)과 다시 손을 잡고 수도권 위주의 선거 전략을 짜려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민선 5기 구미시의원을 지낸 바 있고 현재 <김수민의 뉴스밑장>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관련해서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6일 방송된 KBS <정치합시다>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해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에 지금까지의 행보를 쭉 보면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이 다 1번과 2번에서만 나왔고 3번 중도를 달면 다 안 된다고 하는데 자신이 역사적으로 처음 만들어보고 싶은 벤처 정신이 있는 것 같다”며 “무모해 보이지만 대박나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초대박”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하반기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정치권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만큼 결국 남은 것은 대권 밖에 없는데 모두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그래프가 데뷔 이후 계속 내리막길이었다고 평가한다. 결국 양당이 아닌 곳에서 대권을 노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이지만 안 전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실험을 성공시킨 적이 있고 △2017년 대선 직전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위협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여론조사 결과(한국일보가 여론조사기관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2017년 4월7일~8일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19.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문재인 37.7%·안철수 37%·홍준표 6.7%·심상정 3.6%·유승민 3%로 당시 안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대등했었다. 

결국 대선 결과는 3위였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 후보로 낙선을 했지만 안 전 대표의 머릿 속에는 아직 ‘중도 대권론’이 가시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양당이 아닌 중도 지형에서 힘을 받으려면 최대한 자기 세력이 커져야 한다. 일단 중도 포지션을 재편해야 하는데 기존의 호남계 의원들로는 역부족이라고 보는 것 같다.

김 평론가는 “(안 전 대표가) 호남을 생각하더라도 지금 현재 호남권 의원들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바른미래당 탈당이) 손학규 대표에 대한 비토가 아니라 호남 정당에 대한 비토를 한 것이다. 민주평화당이나 대안신당에 대한 비토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계가 아닌 호남권 세력까지 포괄해서 중간지대 세력을 최대화하고 동시에 현재의 호남권을 견제하는 방법이 있을까. 중도신당 건설을 천명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안 전 대표의 취약점을 보완해줄 수도 있다.

김 평론가는 “김종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안철수 쪽과 호남계가 갈라선 상황에서 다 포괄해야 의미있지 않을까”라며 “막판까지 국민의당 더하기 바른정당이라는 호남계부터 유승민까지 다 합치는 그 경로도 모색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즉 “민주당과 한국당 빼고 제3지대에서 모두가 다 모여서 최대한 합쳐보자는 그 카드가 있을텐데 이걸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정치인들 중에는 없다. 민주평화당이나 유승민계나 대안신당 쪽에는 없다고 봐야 하고 새롭게 뛰어드는 사람이 있어야 그나마 정돈이 될텐데 그게 김종인 전 대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관건은 고집이 가장 센 사람이 안 전 대표이기 때문에 끝까지 안 전 대표가 틀어버리면 어려워질 것”이라며 “김종인 카드가 힘을 받으려면 결국 안 전 대표가 협조를 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수통합론은 중도까지 아우르는 중도보수 대통합으로 규모가 커졌지만 실상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국회 밖에는 보수통합을 위한 혁통추(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꾸려졌고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양당 협의체를 만들어서 1대 1 통합 논의를 하고 있다. 안철수계로 불렸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김영환 전 의원, 장성철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혁통추와 만남을 갖고 중도보수 대통합을 역설했다. 

안철수계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30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야권 모두가 당 해체를 통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창조적으로 해체하고 혁신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면 (중도보수 대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며 “안 전 대표가 지향하는 게 중도 실용 정당인데 기득권 모든 걸 해체하고 제3지대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모든 세력이 모여서 참여한다면 논의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 대권을 노리고 있는 유승민 의원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 간에 공천 지분 문제로 인해 양당의 통합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유 의원은 꼭 통합이 안 되더라도 선거연대라는 카드도 있다고 환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한 가족이었던 두 당도 어려운 게 통합인데 민주당에서 떨어져나온 세력이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에 참여해서 뭔가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은 매우 희박한 일이다.   

일단 안 전 대표는 중도신당 창당을 공언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카페에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광야에 혼자 서있다. 앞으로 신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차근차근 늦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나라건 중도 유권자가 다수인데 중도 유권자들은 선거 때만 되면 속는다. 기득권 거대 양당이 좌우 양극단에서 대립하다가 선거가 가까워져 오면 중도 코스프레를 한다. 인재영입이나 정책들도 중도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라며 “중도 유권자는 거기에 실망한다.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을 이제는 끊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설파했다.

무엇보다 보수통합 움직임에 대해 재차 “관심없다”며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는 민주당 대 단일 보수정당 1대 1 구도가 되면 필히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이유로 보수통합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마침 안 전 대표의 눈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가 들어왔다. 2017년 프랑스 정국이란 게 기존의 주류 진보(사회당)와 보수(공화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결단이 있었다는 측면에서 안 전 대표의 구상과 맞아 떨어진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신생 중도 정당(앙마르슈 LREM) 소속으로 당선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당 출신이지만 진보진영에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 탈당했고 앙마르슈를 창당해서 집권한 뒤 보수적인 경제정책을 적극 도입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사회당(올랑드 전 대통령)을 넘어 당선됐듯이 안 전 대표도 문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초대 대표였던 만큼 자신의 처지를 투영해서 볼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를 만나 “이익집단의 권력투쟁에 신물이 난 프랑스 국민들이 양당을 처벌했고 결국 실용적인 중도 정부가 세워졌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한 일이 좌든 우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대거 중용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개혁이라는 것이 처음엔 힘들고 저항도 많기 마련이지만 여러 밝은 모습들이 나타나고 프랑스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