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확진자
감염 경로 파악 중요
무증상 감염 가능
중국인 입국 금지 무익
혐오와 혼란 방지
아산과 진천 방문 환영 릴레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확진자가 6명으로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혐오 정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 입국금지’ 청와대 청원이 5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거주하고 있던 한국인들을 전세기로 데려와 충남 아산(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등의 수용시설에 2주 정도 격리시켜 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윤호 헤럴드경제 기자의 르포 기사(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가 대표적인데 언론의 혐오 유발성 기사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확진자가 수용돼 있는 서울대병원 출입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0일 17시반 국내 5·6번째 확진자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에 의해 공식 발표됐다.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추가 확진자의 감염 시점과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 작업이 무척 중요한 이유가 6번째 확진자가 3번째 확진자와 서울 강남에서 같이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고 그로 인한 감염이기 때문이다. 

우한에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감염됐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안감을 키울 요소로 작용한다.

55세 남성인 3번째 확진자는 우한에 거주하고 있던 우리나라 사람인데 지난 20일 일시 귀국했다. 조사 결과 감염 시점 이후 95명과 접촉했는데 6번째 확진자와는 22일 18시 강남 모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이때 3번째 확진자와 추가 접촉한 사람은 3명으로 파악됐다. 3번째 확진자는 확실한 무증상자였다. 논란거리였던 ‘무증상 감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일단 6번째 확진자는 58세 남성으로 3번째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자’가 아닌 ‘일상 접촉자’로 분류돼 ‘능동 감시’를 받고 있었다. 근래에 중국 방문을 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거의 무증상자에 가까울 정도로 건강한 편이다. 6번째 확진자는 22일 13시부터 미세한 증상이 시작됐다고 하며 △강남 △경기도 고양시 일산 △한강 등을 방문했다.

5번째 확진자는 33세 남성으로 우한에 출장을 갔다가 설 연휴기간 초반이었던 24일 금요일 귀국했다. 이 확진자는 우한 방문자 전수조사 대상 2991명 중 한 명이었고 원래 천식 증세가 있어서 발열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 기침을 하고 있는 것인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30일 9시 기준으로 확진 가능성이 높은 유증상자는 240명이었는데 이중 199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41명은 격리되어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  

우한으로 떠난 대한항공 전세기. (사진=연합뉴스)
우한으로 떠난 대한항공 전세기. (사진=연합뉴스)

현재 본부는 우한 방문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21시 우한에 거주 중인 한국인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보냈고 23시반 우한 공항에 도착했다. 전세기는 △37.3도 이하 △발열과 기침 증세가 없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약 360명을 수송해올 것으로 보이고 31일 6시반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도착 직후 바로 격리 장소로 이동해 정밀 검사를 받게 된다. 

감염 공포가 연일 이슈화되고 있다면 뭔가 해야할 것 같아서 불안감이 유행처럼 떠돌고 심화되기 마련이다. 중국인 입국금지 여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박한선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0일 보도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인의 입국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한국에도 이미 감염자가 나와 효과가 없다”며 “나중에 한국에 감염자가 많아졌을 때 한국인이 외국에서 입국금지를 당하면 어떨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감염자나 접촉자가 자신의 증상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감염병은 공장식 축산, 병원내 감염, 인구의 도시집중, 사람과 물건의 지구적 이동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미 매년 수십억명이 해외여행을 간다. 국경이 의미없는 시대”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1차적 감정으로 인해 고립 방향으로만 방역 대책을 짜봤자 별 효과가 없다.

박 교수는 “많은 감염 질환은 직접 접촉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매개체로 이뤄지는 감염 질환은 대상과 격리한다고 해도 방역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국제적 공조와 협력을 해야 한다. 특정 국가와 반목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마스크는 자신이 감염됐을 때 남에게 퍼뜨리지 않기 위해 착용하는 것이지만 현재 시민들은 타인의 잠재적 감염이 자신에게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쓴다”며 “시민들도 유언비어에 휩쓸리지 않고 자극적인 정보 대신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야 한다. 격리자를 지지하고 의료진에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호 헤럴드경제 기자가 2명의 수습기자와 작성한 기사. (캡처사진=헤럴드경제)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도 28일 방송된 노무현재단 <알릴레오 라이브 뷰>에서 “객관적으로 WHO(세계보건기구)가 많은 위기 상황에 견지하는 자세가 하나 있다”며 “어떤 감염병이 유행할지라도 물류의 전달과 사람의 교류를 막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환기했다.

이어 “윤리적으로 안 된다고는 못 하고 있지만 실익이 없다고 하는 건 뭐냐면 만약 입국 거절을 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밀입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거짓말을 하거나”라며 “경유지를 세척한다. (비행기를) 갈아타고 와서 여러 단계를 거쳐 버려도 정보 확인 전에 지나가거나 들어 왔다. 우리나라 내에서 그 사람이 온 게 걸리면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묘사했다.

즉 “그 사람 입장에선 증상이 심해져도 숨어 다녀야 된다. 그렇게 되면 지역 사회 내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루트를 다 잃어 버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2015년 메르스 사태(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TF팀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 중구 국립중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선별 진료소 앞에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국에 있는 절대 다수 국민들을 위해 우한 거주 국민들을 그냥 놔둘 수도 없다. 당연히 전세기를 보내서 빨리 데려와야 한다. 

이 교수는 “국격 문제다. 우리 교민들이 힘든 상황에 빠졌는데 가만 둔다?”라며 “(전세기를) 미국은 띄웠다? 일본도 띄웠다? 그럼 우리는? 더 전부터 이야기 나왔을 거고 공론화되는 것은 중국과 협의가 돼야 하는 부분이니까”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국민 행동 지침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연락 △병원 방문 자제(단순 병문안 포함) △중국과 관계없는 일상 진료의 경우 일반 의원급에서 소화하도록 협조 등을 제시했다.

간단하게 너무 호들갑을 떨면 좋을 게 없다. 코로나와 무관한 일반 호흡기 질환들도 무수히 많은데 좀만 의심된다고 바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가면 중대한 감염 대응을 위해 국가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흐름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동네병원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인들의 오버리즘도 문제다.

이 교수는 “한 가지 더 부탁하는 것은 높으신 분들 병원에 안 와주시면 좋겠다”며 “정말 중요한 타이밍 때는 한 번씩 와서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고 격려하는 건 괜찮지만 누구 한 명이 윗분 한 분 갔으니까 따라한다고 밑에 분 오시고”라고 표현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은 너무 많이 데이고 욕먹은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이제 잘 안 온다. 의전에 치우치고 자꾸 의전만 강조하지 말고 조용히 와서 둘러보거나 아예 안 와주시는 것”이 현장 대응에 도움이 된다고 주문했다. 

이재갑 교수는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고를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캡처사진=알릴레오 라이브 뷰)
이재갑 교수는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고를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캡처사진=알릴레오 라이브 뷰)

이 교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국가적 대응을 위해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분들은 20일째 집도 못 들어가고 고생을 하고 있고 현장 의료진들도 정말 긴장하는 상황이어서 마음이 피폐해져가고 있다”며 “건드리면 아무나 폭발할 수 있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조금만 차분하게만 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무엇보다 말도 안 되는 루머나 가짜뉴스의 기반이 되는 혐오 정서를 경계해야 한다.

이 교수는 “지금 방역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그런 루머나 가당치도 않은 얘기가 나오면 진이 빠지는 것”이라며 “상대할 일이 너무 많은데”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감염병의 전파에 있어서 우리 시민들의 시민의식을 믿기 때문에 솔직히 (비격리) 능동 감시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불안해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최소화하는 절충점은 어쩔 수 없이 그 사람들의 증상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시설격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올린 방문 환영 릴레이 게시글에 첨부된 이미지. (사진=A씨의 페이스북)

실제로 시민의식은 발현되고 있다.

30일 저녁 아산·진천시에 살고 있는 일부 시민들이 우한 거주 교민들의 수용 방문을 환영한다는 릴레이 게시글을 올렸고 이는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A씨는 “우한 격리지가 아산과 진천으로 확정됐음에도 한쪽 기사만 보시고 각종 SNS에서는 아산과 진천을 비방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어서 아산시민으로서 마음이 참 많이 아프다. 나처럼 우한에서 오는 우리 교민들을 환영하는 아산시민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손피켓 릴레이를 시작한다”며 “함께 동참해 준다면 아산시민들과 진천시민들이 우한에서 오는 교민들에게 큰 힘이 될 듯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A씨는 #우한 교민 환영합니다 #we_are_asan #아산시민은환영합니다 #힘내요 우한 #손피켓릴레이 #동참해주세요 #아산 #진천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고 첨부한 이미지 속 스케치북을 통해서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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