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시민은 유시민이다
[기자수첩] 유시민은 유시민이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2.01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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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쟁에서 
교육 불공정성에 무관심했던
검찰 비판만 한 이유
사상적 멘토
박효영 기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존경해왔다. 정치, 경제, 역사, 철학을 탐구할 때 유 이사장의 책을 참고했고 말에 귀기울였다. 사회 현안을 판단할 때도 유 이사장의 도움말로 나의 좌표를 설정했다. 2018년 6월 jtbc <썰전>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유 이사장은 수많은 청년들의 사상적 멘토이자 가장 영향력있는 지식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현실 정치의 한토막에 묶여 객관성과 양심을 놓아버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작년 10월22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함께 출연해서 이렇게 말했다.

“홍 대표가 말씀하는 것은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에서 드러난 첫 번째 디멘션(차원)이라고 받아들인다. 그것은 정경심 교수나 조국 교수가 법적으로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타당한 지적이라고 본다. 논의해야 한다.”

“홍 대표가 말씀하신 그런 문제를 부정하거나 나는 관심없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첫 번째 차원은 이런 거다. 

유 이사장은 “조국 사태를 공정성이라는 키워드와 연관지으면 두 차원이 있다고 본다”며 “조국씨의 가족 전체를 샅샅이 뒤져서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드러났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른바 자녀들의 스펙과 관련돼 있는 논문과 표창장, 인턴 증명서 이런 것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볼 때 출발선이 같고 경쟁 과정이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이 심각하게 제기되는 계기”라고 밝혔다.

이어 “중대한 문제고 그 차원에서 제도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유 이사장은 정말 그런 문제제기에 관심이 있었거나 부정하지 않았을까? 

유 이사장이 처음 조국 전쟁에 참전했을 때는 작년 8월말이었다. 그때 서울권 대학에서 장관 후보자 신분이었던 조 전 장관에 대해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수많은 언론들이 조 전 장관의 자녀 스펙 의혹에 대해 보도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 흐름에 대해 유 이사장은 8월2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물 반 고기 반이다. 진짜 순수하게 집회하러 나온 대학생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모이나 구경하러 온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많은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조 전 장관 비판 집회에 참석한 서울대생들에게) 의사 표현이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의사 표현을 못 하게 막거나 권력으로 문제제기를 틀어막고 있지 않다. 마스크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조 후보자와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해서 누가 불이익을 주냐. 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집회를 하느냐”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분명 첫 번째 차원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조 전 장관 스스로도 그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그런 차원에서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에게 참전 일성으로 정치적 순수성을 문제삼고 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시위하느냐고 힐난했다. 

조 전 장관은 작년 9월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논란이 다름 아닌 내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뉘우침”이라며 “자신의 주변에 엄격하지 못 했던 점 역시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 개혁과 진보를 주창했지만 많이 불철저했다. 젊은 세대에게 실망과 상처를 줬다. 법적 논란과 별개로 학생들에게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첫 번째 차원에서 정말 공감했다면 “오픈북(조 전 장관 아들 시험을 대신 풀어준 것에 대해)”이라는 발언을 할 수가 없다. 

누가 봐도 유 이사장은 첫 번째 차원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봐야 한다. 故 노무현 대통령의 동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조국 수호’에 과몰입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지식인으로서의 행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불공정성 문제를 애써 무시했던 것이다.

유 이사장이 밝힌 두 번째 차원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수사관까지 100여명이 넘는 검찰 특수부 인력이 동원되어서 수 십년간에 걸친 그 가족의 모든 삶을 다 뒤져서 무슨 160만원 짜리 국가보조금 지출에 관한 그런 사항, 인턴 증명서에 관한 것까지 영장 청구서에 넣는 이런 식의 수사가 공정하냐”라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사법적 정의나 법 집행의 공정성 문제와 사회적 계층적 차별과 불공정의 문제를 분리해서 보면 나는 나대로 홍 대표가 말하는 것이 다 일리가 있지 않을까. 약간 황희 정승과도 같은 느낌도 들지만”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누가 두 차원을 분리하지 못 한 것일까?

조국 전쟁에서 ‘교육 불공정성’과 ‘검찰의 위험성’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됐을 때 적어도 유 이사장이 30대 70만큼이라도 발언량을 조율하고 균형적으로 스탠스를 취했다면 상황이 아예 달랐을 것이다. 정의당으로 뭉쳤던 진중권 전 교수와 등을 돌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수많은 청년들의 사상적 멘토 자리에서도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유 이사장은 자신의 영향력과 그런 객관적 위치에 대해 부인하는 말을 자주 했다. 그냥 유시민은 유시민일 뿐이라는 것이다. 유 이사장이 2013년 출간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꿰뚫고 있는 내용도 그런 방향을 담고 있다.

맞다. 유시민은 유시민이다. 그래서 나는 많이 신뢰하던 나만의 존경하는 지식인을 놓아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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