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창당
과거와 뭐가 다르나
혁통추 피하려는 새보수당
혁통추 거치려는 한국당
안철수 없는 안철수계의 합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총선을 앞두고 중도보수 통합과 관련된 정치적 역학관계가 출렁이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귀국한지 2주만에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고, 국회 밖에서 중도보수 통합을 내걸고 결성된 혁통추(혁신통합추진위원회)는 신당 로드맵을 발표했다. 새로운보수당은 자유한국당과의 양당 협의체를 통해 1대 1 통합을 추구하면서 최대한 지분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황교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등이 중도보수 통합을 위해 뭉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안 전 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전권 양보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즉각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안 전 대표는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은정당·공유정당·혁신정당”을 3대 방향성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창당 시점과 당명에 대해서는 “내일쯤(3일) 신당창당추진위원회를 맡을 분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및 안철수계 의원들(김수민·권은희·이태규·신용현·김중로·김삼화)이 참석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신당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포함 4번째 창당이자 이전에도 새로운 가치를 내걸었지만 스스로 당을 깨고 나왔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이번에 만들려고 하는 신당은 다른 정당들과 같은 또 하나의 정당이 절대로 아니”라고 공언했다. 

안 전 대표는 작은정당을 위해 △정당 규모와 국고 보조금을 절반으로 감축 △21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위주로 배분되는 보조금을 의석수 기준으로 배분되도록 정당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유정당을 위해서는 △모바일 플랫폼 현실화 △당원들의 당 의사결정 참여 △이슈별 전문가별 소통 및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이슈크라시+커리어크라시 등을 내세웠다. 혁신정당은 △회계시스템을 투명하게 하는 블록체인 △에스토니아 행정 시스템 모델 등을 기반으로 한다. 

안 전 대표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중요한 이슈이다. 이런 이슈가 생겼을 때 여러 시민이 모여 해결하는 것이 이슈크라시 정당이다. 한 번 만들어서 잘 작동하면 다른 정당에서도 따라 하기 바쁠 것”이라며 “(에스토니아는) 국가 전반적으로 행정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 아래 설계했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매번 역설했던 거대 양당 위주의 질서를 탈피하기 위한 △탈이념 △탈진영 △탈지역은 이번에도 거론됐다. 이를 종합해서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안 전 대표의 포지션에 대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안 전 대표는 구체적으로 그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보다는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을 두고 모호하다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식하거나 기득권 정치를 보호하려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발끈했다. 

아무래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상황 변화에 따라 새롭게 판단하는 유연함을 강조하는 걸로 보인다. 이를테면 2017년 대선에서 故 김대중 대통령의 유훈을 받들고 있는 국민의당의 노선에서 과감히 벗어나 사드 배치 찬성, 야당이지만 2018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지 등 입장을 유연하게 가져갔던 자신의 행보를 신당의 정치노선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신당의 여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안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반면 안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자기 정치세력을 세금으로 먹여 살리기에만 관심 있는 그런 세력들”이라며 “반드시 투쟁하는 중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투쟁의 방법론으로 장외 투쟁을 선택하지는 않겠다면서 “신당의 국회의원들은 국회 내에서 열심히 투쟁하는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독자 정당으로 가게 된 만큼 박형준 혁통추 위원장이 추구하는 중도보수 통합론은 어려워진 형국이다. 안철수계로 불렸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김영환 전 의원, 장성철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혁통추에 합류했지만 정작 안 전 대표는 빠졌기 때문이다. 새보수당이 한국당과 담판을 짓고 지분을 많이 챙기려는 행보로 인해 혁통추 차원의 중도보수 빅텐트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혁통추 주도로 1월31일 열린 대국민보고대회에서는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참석했지만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새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불참했다. 유 의원은 최근 꼭 통합이 아니더라도 선거연대나 정책연대를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보수통합 정국에서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발언일 수도 있으나 한국당과의 담판 결과가 좋아야 혁통추 차원의 통합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재 우리공화당은 조원진·홍문종 두 공동대표의 갈등으로 인해 사실상 결별 수순을 맞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전광훈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 혁통추는 이들에게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 하고 있다.

대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보수진영 주요 정치인들의 모습. 왼쪽부터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 이언주 대표, 황교안 대표, 하태경 책임대표, 박형준 혁통추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잘못하면 혁통추는 중도 포지션의 안 전 대표, 새보수당의 개혁보수, 극우 및 친박계(박근혜 전 대통령) 등 어느 곳도 잡지 못 하고 오직 △한국당 △안철수 없는 안철수계 △친이계(이명박 전 대통령)의 통합만으로 그칠 수도 있다. 

가장 큰 형님인 한국당은 내부에서 대통합 보다는 중소통합 먼저 하자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총선까지 두 달 남았고 더 이상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1월30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총선 후 통합 신당 창당’의 로드맵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당 중심으로 총선을 맞이하되 △공동 선거대책본부장 △지명직 최고위원 등을 각각의 세력 대표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통합 효과를 내보자는 취지다.

다만 아직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 의원의 회동 카드가 거론되는 등 대통합의 가능성이 물건너 간 것은 아니다. 유 의원은 31일 기자들에게 “아직 (황 대표와) 만날 계획을 분명하게 정한 것은 없다. 만약 만난다면 다음주 중에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대 2월9일까지는 시한이 있다.

혁통추는 보고대회를 통해 △곧바로 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 △2월 중순 통합신당 창당 순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내놨다. 

황 대표도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문재인 정권을 이길 방법은 통합 그리고 혁신”이라며 “단순히 몸집 불리기를 위한 통합이 아니라 우리의 피와 땀과 눈물로 하나 되는 진정한 우리의 소명이고 힘이고 도전”이라고 통합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당은 웬만하면 혁통추를 거쳐서 새보수당이 보수통합의 원오브뎀(one of them)이길 바라고 있고, 새보수당은 한국당과 먼저 1대 1 통합을 이룬 뒤 혁통추로 가져가자는 입장이고, 안 전 대표는 “관심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에 마음을 두지 않고 있는 유권자들의 표심과 보수야당의 지지세가 겹칠 수밖에 없어서 이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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