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2공장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2공장 (사진=현대차)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가 국내 완성차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현대차, 쌍용차에 이어 르노삼성까지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사실상 ‘셧다운’됐다. 또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공장에서의 부품 공급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책을 이르면 이번 주 내놓을 계획이다.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 수급 문제…현대차·쌍용차 이어 르노삼성까지 셧다운 초읽기

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 삼성자동차는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재고가 소진되는 오는 11일께부터 2~3일간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차 측은 "중국 협력업체가 춘제 연휴가 끝나는 10일 이후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며 "공장을 재가동하는 데 2∼3일 준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지방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절 연휴를 9일까지 연장하면서 국내 협력업체 중국 공장들이 휴업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중국산에 의존하는 '와이어링 하니스'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공장도 가동을 멈추게 됐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량 내 전원을 공급하고 전기신호를 각각의 장치에 전달하는 배선묶음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부품이다. 현재 국내에서 수입하는 와이어링 하니스의 87%는 중국산이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자동차 바닥에 설치하는 배선 뭉치로 차종이나 모델에 따라 종류가 달라 관리상 문제로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는다.

문제는 이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르노삼성차만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쌍용자동차는 이 부품이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 4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또 현대자동차는 지난 4일부터 부분적으로 공장 라인 가동이 중단됐고, 오는 7일부터는 국내 모든 공장이 문을 닫는다. 현대차가 파업 때문이 아닌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이 중단된 것은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7년 만도기계의 공급중단에 따른 휴업 이후 무려 23년만의 일이다.

한국지엠(GM)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으로는 ‘장기화하면 영향이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특근을 없애거나 일부 생산을 감축하는 것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타 업체들보타 설 연휴 휴 이틀 늦게 공장을 가동했다. 때문에 재고의 여유가 있지만 결국 구조는 와이어링 하니스를 중국에서 공급받는 만큼 공장 가동 중단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의 공장중단은 하청 부품업체의 휴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도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모듈 공장이 중단됐다.

금호타이어 역시 이번 주말을 기해 광주, 평택, 곡성 공장 등이 문을 닫는다. 생산한다 해도 납품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광주와 평택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점도 고려됐다. 한국타이어 역시 생산 물량을 줄인 상태다.

대형 협력업체들의 경우 생산 중단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2차, 3차 등 영세 업체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도산 우려도 없지 않다.

완성차 업체들은 일단 중국 공장이 10일 쯤 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휴업기한을 우선 다음 주 초까지로 잡아놓았다. 계획대로 중국 공장들이 가동되면 큰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중앙뉴스 DB)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중앙뉴스 DB)

정부, 자동차 산업 대책 이르면 이번 주 발표

한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책을 이르면 이번 주 내놓을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전남 목포 목포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구직자 간담회 직후 "중국 현지 공장이 가동돼 국내로 부품이 들어와야 생산이 되는데, 밸류체인이 나빠진 부분이 있다"면서 "이번 주나 다음 주에는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굉장히 영향을 받을 것 같고 고용시장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며 "건설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파급 영향 최소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귀하게 반영하겠다"고 했다.

고용시장 현황을 두고는 "지난 한 해 고용이 어려움을 겪다가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우리 경제의 허리인 40대 고용이 줄었고 제조업 일자리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차적으로는 경기가 나아져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로는 고용 취약층의 애로를 해소하고 고용 기회를 더 주는 것, 일시적으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분들에게 직업훈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맞춤형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