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직급여 8조원 넘겨
고용보험 가입자 1367만4000명...전년보다 51만명 증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나오는 구직자들 모습(사진=신현지 기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나오는 구직자들(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지난해 고용보험 구직급여 지급액이 8조원을 넘었다. 이는 전년도보다 1조6390억원 증가한 액수로 연간 구직급여 수급자는 전년도에 비교, 12만9000명이 늘어난 14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항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파동, 근로시간 단축 강행 등의 부작용으로 보험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실업자 증가는 그동안 고용보험을 받지 못한 사람이 적용을 받아 지급액이 늘어난 것으로 구직자를 위한 ‘사회안전망’구축으로 긍정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지는 지난 4일 구로 디지털단지 고용복지센터를 찾았다. 마침, 날씨는 영하권으로 떨어져 살을 에는 한파 속에 가는 눈발까지 날리고 있었다. 그런 속에서도 고용복지센터를 찾는 걸음은 길게 줄을 잇고 있었다. 초로의 은퇴자부터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들여놨을 법한 앳된 청년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공포도 구직자들에게는 거리가 먼 듯 마스크착용도 드문 모습이었고. 굳은 표정에 누가 볼세라 빠른 걸음으로 고용복지센터 건물을 향해 걷기에 바빠 보였다. 그런 그들을 따라 2층으로 오르자 실업의 체감 온도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접수창구마다 순번을 기다리는 대기자들과 또 교육장에 빼곡하게 들어앉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표정, 그것으로도 실업의 고충은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

특히 두 시간짜리 교육을 들어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강의실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열기가 후끈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는 김 아무개(61세) 씨, 그도 강의를 듣기 위해 서둘렀지만 미처 준비해오지 못한 서류에 강의실 밖을 서성이다 본지와의 인터뷰 자리를 함께 했다.

아파트 경비 일을 하다 실직이 되었다는 김 씨. 그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결혼을 앞둔 딸이 있어 쉴 수 있는 형편이 아닌데  직장을 잃었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OO 아파트에서 경비를 2년 했는데 설 명절 쇠자마자 날 자르더라고, 최저임금이 오르니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경비인원을 줄이기로 입주자 회의에서 그리 결정을 했다면서, 셋을 자르기로 했는데 하필 그 중에 내가 포함이 됐대.

그러니 거기서 나가라면 나와야지 별 수 있어. 아직은 돈 들어갈 때가 많은데 걱정이야. 아들은 우선 국가장학금 신청을 해놔서 걱정을 좀 덜기는 했는데 그래도 빨리 일자리를 알아봐야지. 그런데 어디 일자리가 쉬운 일이겠어, 그래도 당장은 실업수당이 나와서 다행인데 이게 끝나면 뭘 먹고 살지 암담해.”

지난 4일 서울 고용노동청의 실업급여 상담창구가 실업자 등으로 붐비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지난 4일 고용복지센터의 실업급여 접수창구가 붐비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유치원 셔틀버스 운행으로 4명의 가족을 건사한 박아무개(63년) 씨도 이날 실직수당을 받기 위해 접수창구를 방문하다 본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고척동의 OO유치원에서 운전기사 겸 총 관리인으로 10년 넘게 일을 했지만 유치원의 운영적자에 결국 직장을 잃게 되었다며 설핏 쓴 웃음이었다. 헌데 그는 직장을 잃은 안타까움보다 자신을 자른 유치원을 먼저 걱정하는 빛이기도 했다.

“애기들이 없어요. 그게 문제야, 애기들이 들어와야 유치원을 운영하든 어쩌든 하는데 애기들이 없으니, 그동안 3개월이나 월급이 밀렸는데 차마 달라고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사정을 다 아는 판이니, 유치원 선생도 둘이나 그만 두고, 일단 좀 쉬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고요. 버스운전을 하던 뭐를 하던, 어디 산입에 거미줄 치겠어요.”

역시 10년 넘게 다닌 공구상가를 하루아침에 밀려났다는 송아무개(42세)씨도 있었다. “미스 때부터 다녔는데 이제 사장님이 자기 식구끼리 하겠다고, 아무래도 최저임금이 오르니 직원들 월급주기가 부담스러운 거겠죠. 우선은 쉬려고요. 실업수당 받을 때까지는, 무슨 일을 할 건가는 쉬면서 생각하려고요. 솔직히 지치기도 했고요. 이번 기회에 미용을 배울까도 생각하는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고민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처럼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나온 그들은 실직의 사연도 많았고 고민도 많아보였다. 이런 가운데도 자신의 일을 찾아 사람들 주위를 맴도는 이도 있었다. 오류동 거주의 강희순(64세)씨. 무심코 앉아 있으니 그가 다가와 심리테스트라며 도형을 그려 달라고 흰 용지를 내밀었다. 심리상담 자격증을 따기 위한 마지막 과제라며 수줍게 웃는 모습이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그런 강씨는 보험도 팔고 있다며 보험도 하나 들어보면 어떠냐고 뜬금없는 혈관보험을 권유하기까지 했다.

집에서 놀 수 없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 것이 젊어서부터 몸에 밴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뿐 아니었다. 파트타임으로 가사노동도 돕고 있으니 필요하면 아무 때고 불러달라며 명함까지 내밀었다. 명함을 받아보니 앞뒤로 빼곡했다. 건강기구 판매원, 웃음치료사, 통합보험 재무컨설팅, 공인중개사, 숲 관리사 등등.

왜 이렇게 하는 일이 많냐고 물으니, 그제야 두 아들이 아직 취직을 못해서 자신이 놀 수가 없다는 대답이었다. 큰아들이 대학을 그만두고 기술을 배웠는데 취직이 안 된다고 했다. 청년수당을 받아봤냐니 큰아들도 받았고, 둘째도 받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돈을 받아서 좋기는 한데 정부가 조금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왜 그러냐니, 취직을 하고도 자신의 통장으로 월급을 안 받고 부정하게 청년수당을 받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어쨌거나 부지런만 하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강씨는 나이가 있어 이제 식당의 주방일은 어렵다며 시간제로 한 달에 백만원 벌기도 쉽지가 않아 일거리를 계속 찾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나이 제한 없는 일을 찾고 있다고. 그런 강 씨에게 심리테스트 도형을 그려서 건네주니 하루 10장은 받아가야 하는데 이제 석장이라며 빠르게 몸을 돌려 강의실 쪽으로 멀어져 갔다. 마침 강의실에서 교육을 마친 구직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구직급여 지급액은 전년(6조4549억 원)보다 25.4% 늘어난 8조913억 원을 기록했다. 실업급여자는 144만명으로 전년의 132만명보다 9.8% 증가했다. 연령대로는 30·40대, 업종별로는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구직 시장에 내몰린 실업자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고용보험 가입자는 1367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51만 명(3.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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