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기회 안 주는 민주당
청년 지역위원장 필요
출마 4인방도 아쉬워
안철수는 자기 욕심 내려놔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매년 총선 전에 청년 정치인을 영입해온다. 당 내부에서 육성하지 못 하고 유명인을 외부에서 수혈해올 수밖에 없는 한계가 여전하다.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위치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민주당의 공천 신청자들 중에 20대가 단 한 명도 없다”며 “30대 초반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에서 부대변인으로 활동한 바 있고 청년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에서 탈당했고 조성은 브랜드 뉴파티 대표와 함께 뉴파티(신당)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국진 연구위원은 민주당의 청년 정치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국진 연구위원은 민주당의 청년 정치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1월31일 출마선언을 한 청년 정치인 4인방(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장철민 전 민주당 원내대표 정책조정실장)은 모두 30대 후반이다. 

정 위원은 “4인방 중에서 경선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라며 “현재 기껏해야 소방관으로 영입된 오영환씨 말고는 실제 30대가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이 안 보인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정 위원이 보기에 민주당 내에서 청년에게 최대 25% 경선 가산점을 부여해봤자 매우 불리하다.

정 위원은 “기존의 지역위원장과 정치 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당에서도 젊은 출마자들을 한 데 묶어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전부 다 30대 후반이었다”며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통해서 인지도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돈이 들고 조직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을 젊은 사람이 갖추기는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청년에 불리한 정치적 여건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당이 더 신경써서 청년에게 기회를 많이 주면된다.

정 위원은 “좋은 방법은 젊은 사람이 지역위원장을 맡는 것이고 실제로 586세대(1980년대에 운동권이었던 1960년대생)가 DJ(故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을 때 30대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 후보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며 “그때는 됐는데 지금 안 될리가 없다. 나도 만 32세 나이로 지역위원장(경기 평택갑) 공모에 응했었지만 되지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에는 30대 지역위원장이 단 한 명(이관수 서울 강남병 지역위원장) 밖에 남지 않게 됐다. 그것도 정식 지역위원장이 아니라 직무대행이었다. 젊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환기했다. 

정 위원은 파악하지 못 한 장철민 전 정책조정위원장(대전 동구)을 제외한 3인방(김빈 전 행정관은 서울 마포갑/여선웅 전 정책관은 서울 송파병/장경태 위원장은 서울 동대문을)에 대해 △현역 민주당 의원이 있는 서울 지역구 선택 △당세가 약한 곳에서 개척할 마음을 먹지 못 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안전한 선택 △총선 1년 전부터 가서 지역구 관리를 못 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아쉽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은 “최소 1년 전부터 그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지금 이렇게 전략적으로 같은 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로 가는 것은 지역 당원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실제 청년 정치가 뿌리내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여선웅씨 같은 경우 가장 험지인 서울 강남구의원(2014년 지방선거)이 됐다. 그니까 여씨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강남구청장을 준비했었는데 30대 기초단체장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 당시 당이 기성 정치인(정순균 현 강남구청장)을 전략공천 함으로써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청년 지역위원장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위원은 청년 지역위원장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내 청년들의 안전한 선택에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는 것인데 정 위원은 “청년 출마자들과 민주당이 기존의 청년 정치 자원들을 얼마만큼 활용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냐는 건데 양쪽 다 아쉬움이 존재한다”며 “청년들은 도전할 준비가 얼마든지 돼 있는데 당이 자꾸 도전하려는 청년들을 격려하지 못 하고 자꾸 밀어내서 청년으로 하여금 안전한 선택을 강요하는 게 아닐까? 그래놓고 청년들에게 도전하지 않는다고 탓한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정 위원은 “민주당 주요 청년 당직자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험지에 도전하려 했던 A씨가 있었다”며 “PK(부산경남)에 도전해보려고 했다가 공천 여부가 불투명하니까 결국 그 사람이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로 선회하게 됐다. 지금은 그 지역구에서 경선 참여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런 사례들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 위원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평가했다.

정 위원은 “안 전 대표가 하는 말은 맞고 대국민 메시지도 괜찮고 신당의 방향성(거대 양당 아닌 제3당의 필요성 강조)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잘 얘기했다”면서도 “본인이 주도하려고 하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심지어 당명을 안철수신당(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불승인으로 ‘국민당’으로 결정)으로 할 정도로 주도하려고 했다”며 “국민들은 안 전 대표를 호감있는 지도자로 보지 않게 된지 오래 됐다. 본인의 대통령병 때문에 그런 건데 백의종군을 해서 이번 총선에서 중도세력의 정치적 세력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그걸 뒤에서 서포트했을 때 그때 다시 빛이 발하고 사람들이 정치 지도자로 바라볼 수 있는데 지금은 자꾸 본인이 리드를 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지금은 안철수 현상이 불던 2012년도 아니고 국민의당의 돌풍이 예고된 2016년도 아니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는 대선 주자 비호감도가 가장 높다.

정 위원은 “안 전 대표의 선의를 믿지만 본인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 냉철한 현실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8년 전 4년 전의 안 전 대표였다면 지금의 행보대로 신당이 나아가도 괜찮지만 2020년의 안 전 대표는 그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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