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사막을 건넌 나비" 펴낸 박병수 시인

사진 제공 / 박병수 시인
사진 제공 / 박병수 시인

 

저문 강

박병수

 

밤을 종단하려면 저 강을 건너야하네 어둠이 나를 강변으로 끌고 왔네 모여든 사람들이 붉게 번진 노을을 밟고 수심에 잠기고 있네

 

어른들은 날개를 벗어 하수관으로 흘려보냈네 악취 나는 날개들, 강바닥이 까매지네 물갈퀴가 제각각인 사람들이 물속을 더듬으며 걸어가고 있네

 

물속 풍경에 쉽게 익숙해지네. 나는 왜 부레가 없는거야 숨이 막힐 것 같아

 

먼저 떠난 사람들은 날개를 어디에다 버렸을까 물속의 새들은 그만큼 지느러미를 키웠을까

 

어젯밤에는 비늘을 갖지 못한 젊은 여자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하네, 흉흉한 소문이 수챗구멍 아래로 퍼지고 있네

 

치명적인 독을 숨긴 전갈자리별이 꼬리를 길게 뽑아 달을 찔렀다하네 소문은 교각을 휘감으며 끊임없이 파문지네

 

강둑은 천 년 묵은 묘지기처럼 수문을 키우고 있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더 큰 지느러미를 심겠다하네 저 물고기는 강을 건너는 대신 거슬러 오를 거라네

 

인기척이 사라지고 수심이 깊어지네, 거센 물살이라 곧바로 밤을 종단할 수가 없네, 얼굴 가린 불빛이 강둑에서 반짝이네

 

  누군가 어둠을 뚫고 있네

 

- 박병수 시집 『사막을 건넌 나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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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배워온 시인의 책무 몇 가지를 떠올려본다. 시인은 시라는 형식으로 웅변하며 그 위로와 주제를 완수하기도 한다. 그 한 가지만으로도 시인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도착한 박병수 시인의 시집 속에서 이 한 편의 시를 뽑아 소개하는 것은 어쩌면 섬찟한 각성과 위로를 동시에 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서다. ‘비늘을 갖지 못한 젊은 여자’와 ‘전갈자리 별’, 그리고 ‘수문을 더 크게 키우는 강둑’, 게다가 더 큰 느러미를 심겠다 하며 ‘강을 거슬러보려는 물고기’가 젊은 여자와 아파트 옥상 등이 내포하는 것들은 가히 위기적이며 세기말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정의인가? 힘의 논리가 정의를 정의하며 옳다고 핏대를 올리는 것들은 허기를 달래기는커녕 의문과 비탄과 갈증만 더 증폭시킬 뿐이다. 차세대에 무엇을 교훈으로 물려줄 것인지, 이 시대야말로 어쩌면 ‘저문 강’은 아닐까? 더구나 요즘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창궐에 국제적 비상시국이다. 나라 안 정세도 시끄럽기 그지없다. 욕망의 군상들로 인해 저물어가는 강 같은 시절, 하지만 시인은 친절하게도 ‘어둠을 뚫는 누군가가 있다’는 위로의 메시지로 시를 맺는다. 이 혼란마저도 우리는 지혜롭게 슬기를 모아 이겨낼 것이라고 믿자는 것이다. 분명 이정표는 있다. 이 또한 지나가고야 말 것이다. 희망을 보여주고픈 시인의 의중이 환하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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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 시인 /

경남 창녕 출생

2009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단

시집 / 『사막을 건넌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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