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 캐리한 ‘기생충’ ·· “1인치 장벽 허물어졌다”
미국 아카데미 캐리한 ‘기생충’ ·· “1인치 장벽 허물어졌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2.11 0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생충 4관왕
헐리우드의 공식 미국 영화 주류 뚫었다
아카데이의 장벽 넘었다
수상 소감만 20~30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대한민국 국민이 피로감에 시달리는 시기에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다. 

우리 시간으로 10일 10시40분부터 13시50분까지 40분 간격으로 영화 ‘기생충(Parasite)’의 92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수상 뉴스가 전달됐다. 무려 4관왕(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작품상)이다. 배우들에게 주는 상은 못 탔지만 영화가 갖고 있는 강력한 메시지가 인정받아 영화 그 자체에 주는 상은 싹쓸이했다. 한국인들의 SNS에는 하루종일 기생충 관련 글들로 도배됐다.

기생충을 만들어낸 봉준호 감독은 로스앤젤레스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인치 자막의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며 “지금 와서 찬찬히 돌이켜보면 1인치 자막의 언어장벽이라는 발언은 뒤늦은 감이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자본주의와 불평등에 주목한 천재 연출가 봉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의 벽을 뚫었지만 그동안 아카데미는 그야말로 미국과 백인들만의 축제였다. 

20세기 초부터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는 한국 서울 ‘충무로’와 같이 ‘헐리우드’라는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가 자라잡았다. 수 천억원의 돈이 투자되는 영화가 전세계를 강타했고 헐리우드 감독과 배우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아카데미는 미국에 개봉된 영화를 대상으로 상을 주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룡영화상과 같지만 칸·베를린·베니스 세계 3대 영화제의 권위를 넘어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최강대국 미국의 국력을 반영하기도 했다. 

그런 미국의 영화적 자존심을 넘어섰다. 한국어와 한국인으로 채워진 기생충이 뚫어버린 것이다. 더구나 4관왕을 거머쥔 경우는 1954년 故 월트 디즈니 이후 처음이었고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탄 경우도 1955년 영화 ‘마티(marty)’ 이후 처음이다. 기생충은 북미 지역 상영관 1000곳 이상에서 개봉했다. 
 
봉 감독은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칸 영화제에서 시작된 긴 여정이 행복하게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주류 영화계에만 세워져 있는) 이런 장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날이 더 빨리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관객들은) 이미 영화에 흠뻑 들어가 있었고 진입장벽이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 스스로 4관왕이 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가에 대해선 좀 더 심층적인 다각도의 분석이 따라올 것 같다”고 표현했다.

사실 아카데미나 칸은 그 자체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지만 기생충은 전세계 30개 가량의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봉 감독은 “너무나 많은 시상식이 있었고 수상 소감만 20~30회 한 것 같다. 막바지에 이르니 밑천이 바닥이 났고 하다 하다 안 되니 술 얘기(국제영화상 수상 소감으로 ‘오늘 밤 술 마실 준비가 됐다’고 발언)까지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미국 LA 더런던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봉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 (사진=연합뉴스)

기생충을 구현해낸 배우들도 감격스러운 소감을 표현했다.

시상식 당일 생일이었던 배우 조여정은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 몰래카메라 같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고 배우 송강호도 “내일이 음력 생일이다. 응원해준 많은 팬과 성원해주신 모든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생충은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 지점에 와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이선균은 “저희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의 또 다른 명칭)가 선을 넘었다”며 아카데미의 결단을 치하했다. 

한편, 봉 감독의 차기작은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린 한국어 영화 △2016년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영어 영화 등 2가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