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④] 경비원 교육에 선착순 마감이라고...“다음에는 내가 젤 먼저”
[늙어가는 한국④] 경비원 교육에 선착순 마감이라고...“다음에는 내가 젤 먼저”
  • 신현지 기자
  • 승인 2020.02.18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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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할 수 있는 기쁨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어”
구청의 구직센터를 찾아 일자리를 구하는 고령자들의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구청의 구직센터를 찾아 일자리를 구하는 고령자들의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자의 비율이 7%를 차지하면 ‘고령화사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라 칭한다. 우리는 2017년 이미 고령인구(만 65세 이상) 711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이어 2026년에는 고령인구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41년에는 전체 인구 중 고령자 비율이 30%에 이어 2050년에는 35%까지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명 역시도 길어져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여자 84.4세, 남자 77,6세에 이르고 기대수명은 더욱 높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100세 인생 시대의 도래에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는 노인빈곤율이 상위 수준에 노인자살률까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복지 정책에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일환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만도 정부는 노인일자리를 지난해 61만개에서 올해 74만개로 늘렸다. 이 가운데 73.4%에 해당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 54만3000개가 노인들에게 주어졌고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으로만도 총 1조 2천15억 원이 확대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인일자리는 태부족으로 빈곤의 악순환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의 내수경제가 위축되고 저임금제도가 도입되면서 노인들의 양질의 일자리는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12일 구로구는 경비원으로 취업하려는 고령자들을 위해 교육부터 취업까지 논스톱으로 지원하는 경비원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총 6기에 걸쳐 총 360명의 수료생을 양성한다는 계획으로 교육비는 전액 구로구가 지원하며. 모집 기간은 내일 19일까지다. 이에 본지는 노인일자리와 관련하여 구로구청의 1층 일자리센터를 찾아 프로그램과 관련한 이모저모를 알아보기로 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한 고령자가 구직센터를 찾아 노인일자리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18일 오전 그런데 생각 이외로 1층의 구직센터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40대 장년층부터 70대의 고령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경비원 취업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일거라는 생각은 오해였던가. 아니었다. 선착순 60명으로 벌써 마감된 상태였다. 대기 10명까지 받아놓은 상태였고. 일자리 지원센터 직원은 4월에도 기회 있으니 그때를 기다려보라는 대답으로 늦은 신청자들을 돌려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이 사실을 모르고 이날 센터를 방문한 올해 67세인 김경수 씨, 구로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비원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서를 접수하려 부랴부랴 서둘렀는데 늦었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에 자리를 함께했다. 먼저 그는 마포구청에서 일반직 행정 업무를 수행했던 공무원 생활 30년 넘게 했는데 지금은 손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며 실소를 머금는 모습으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어려움을 드러냈다.

“은퇴를 하고 장사를 해보겠다고 퇴직연금을 사업자금으로 쓴 것이 큰 실수였어,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닌데 경험도 없이, 그렇다고 연금만 받아서는 살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 장사에 뛰어든 것이지. 애들 학자금도 내야하고 또 노모도 부양해야하고, 어디 그뿐인가. 우리 안식구가 형제가 없이 혼자라 처가도 내가 챙겨야 하고. 그러다보니 연금을 밑천으로 식당을 차렸는데 1년도 못가서 다 까먹고 빚만 졌어.

아파트 건설 현장 입구에 마련된 초소의 근무자들의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
아파트 건설 현장 입구에 마련된 초소의 근무자들의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

남은 거라고는 달랑 집 하나 있는데 그거 은행 대출로 주택연금을 받을 수도 없고, 그러니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데 없어, 수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렸는데 우리 같은 나이에 들어갈 자리는 어디에도 없어. 정부에서는 노인들 일자리를 늘렸다고는 하는데 실상 우리가 찾아보면 들어갈 데가 없다고.

공익활동형 일자리마저 경쟁이 심해서 그것도 힘들어, 오죽하면 노인택배 일까지 해보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그것도 쉽지가 않아. 하루 종일 뛰어다녀도 점심 사먹고 뭐하고 하면 생계 해결은 턱도 없어. 그냥 아르바이트로 푼돈이나 생각하면 모를까”

그러다보니  요즘 김씨의 소원은 4대 보험과 네 식구가 살 수 있는 고정적인 수입이 나오는 곳이면 어디든 무엇이든 바랄게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전에도 아파트 경비원 일자리를 구해봤지만 생각보다 경쟁이 심해 한 번도 경비원 구직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부끄럽게도 난 깜냥에 공무원까지 했다는 자부심에 아파트 경비를 가볍게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그동안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던 거야, 다들 왕년에 한가락씩 하던 사람들이 경비원 일자리도 차지하고 있더라고.심지어 별을 달았던 퇴직군인부터 회사 차장은 물론 이사까지, 학교 선생은 아예 숱하고.

건설 현장은 보통 1년 계약직이 많아 경비원들은 일자리의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건설 현장은 보통 1년 계약직이 많아 경비원들은 일자리의 불안함이 내재되어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내 친구도 중령으로 퇴직을 했는데 지금 아파트 건설 현장에 경비원으로로 일해, 그 친구는 아는 사람이 소개를 해서 들어갔는데, 그러니까 요즘은 경비원도 연줄이 있어야 들어가. 그래서 나도 그 친구 일하는 곳에 부탁을 해놨는데 자리가 쉽지가 않다고. 기다려보라는데 언제까지 그 친구만 기다릴 형편도 안 되고. 그래도 일단은 교육이라도 받아놓으면 아무래도 취업이 쉽지 않을까 싶어서 나왔는데 내가 한발 늦었어. 4월 교육생들을 또 받는다고 하니 그때는 정신 바짝 차려서 내가 젤 먼저 신청해야겠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마침 친구가 일하는 건설현장이 근처라 나온 길에 들러볼 생각이라며 구직센터를 나섰다. 곧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 김 씨가 찾은 곳은 대림동 부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이었다. 아파트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현장 입구에 설치된 컨테이너 초소가 이곳 경비원들의 근무처였다.

4명이 2인 1조가 되어 현장의 건설 자재를 실은 차량 검열 및 주야간 건설현장방범 순찰을 도는 것 등. 이곳 경비원들의 주된 일이라고 했다. 먼저 64세와 65세인 2명은 전직 군인 출신이며 1명은 57세로 지난해 중소기업을 퇴직한 신입이고 또 다른 1명은 아파트 경비 경력이 있는 70세 가까운 고령자였다.

4대 보험과 약 190에 가까운 월급이 주어지는 지금의 일자리를 구하는데 녹록치 않은 시간과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말하는 이들은 아침 6시 맞교대에 맞춰 도시락을 준비해 새벽 다섯 시에 나오는 지금이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에 가능하면 불평은 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시 일하는 기쁨은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다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돌아가면서 쉬는데 쉬는 일요일이 전에 느끼지 못하던 넉넉한 여유라서 더 특별하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1년 계약직이라 불안함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특히 지난해 회사를 퇴직한 임모모 씨는 대학생 두 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할 때까지는 잘리는 일 없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아파트가 다 마무리 되어가는 모습에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곳을 떠나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거대한 암벽을 맞선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고.

초소 안을 보니 비좁은 공간 안에 책상과 그 옆으로 소형 냉장고, 커피포트, 그리고 한쪽 벽면에 세워 둔 야전 침대가 전부였다. 침대는 야간근무자가 쪽잠에 사용하는 것으로 덩치가 큰 사람은 상당히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들의 표정은 일자리를 구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밝기만 했다. 특히 69세 정모모 씨는 오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아내의 치료비를 댈 수 있는 지금이 남편으로서,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행복하다며 웃는 모습에 덩달아 유쾌해지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들 역시도 1년 계약이라는 단서가 있기에 그곳을 떠나는 마음이 썩 밝지만은 않았다.

한편 정부는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정년연장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2월 19일, 정부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65세 고령자를 1년 이상 고용하는 기업에 연간 최대 700여만원을 지원하고, 고령자 채용 규모를 늘린 기업에는 세액공제도 확대한다.이는 정부가 제도적 지원책을 보다 확대해 기업들의 고령자 고용 확대를 계속적으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을 현행 분기당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고, 월 30만원의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신설,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세제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고령자의 고용 규모가 늘어난 기업에는 기업규모에 따라 최대 1200만원의 세금도 감면해준다. 또한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고령층의 재취업으로 소득이 생기면 노령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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