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동의받았다는 박주선
그렇게 당권 사퇴를 거부해왔는데
손학규 최대한 배려한 2차 합의문
뉴파티와 협상 결렬 후에 선 호남 통합 수용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호남 3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통합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1차 추인 거부 이후 비례대표 9명의 셀프 제명이 있었고 다시 합의문이 도출됐다. 직후 손 대표의 당대표 사퇴 선언 및 최종 추인까지 이뤄졌다.

손학규 대표가 2차 합의문에 대해 추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통합개혁위원장은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합의문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 박주현 민주평화당 통합추진위원장 등 3인은 기자회견 직전까지 회동해 합의문을 최종적으로 성안했다.

박 위원장은 “합당안은 각 당 대표들의 추인 절차를 거쳐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손학규 대표도 당연히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 공중분해 전까지 모든 수모와 굴욕을 참아가면서 국민의당의 가치를 지키려 최선을 다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것이 손 대표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작년 4.3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이재환 후보)한 뒤 △유승민계(미래통합당 의원) △안철수계(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 △최측근(임재훈 전 사무총장+이행자 전 사무부총장+장진영 전 당대표 비서실장)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지만 계속 거부하고 버텨왔다.

2월초 손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최측근까지 숙청한 것만 보더라도 뭔가 이뤄놓기 전까지는 절대 당권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최측근 해임 통보 이후 손 대표가 먼저 호남 통합을 제안했으면서도 1차 합의문을 추인하지 않았다. 1차 합의문에 따르면 손 대표는 2월까지만 신당의 대표를 맡게 돼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꾸준히 밀었던 청년 미래세대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유일한 명분도 1차 합의문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사퇴 조항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갈지자 행보로 욕을 먹더라도 추인을 거부했던 것으로 해석됐다.

결국 비례대표 9명(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김중로·이상돈·임재훈·최도자)의 셀프 제명 사태가 벌어졌고 박 위원장은 이번에는 다르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셀프 제명을 해주기로 맘먹었던 박 위원장과 김동철·주승용 의원도 손 대표의 합당 추인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고 밝혔다. 물론 그토록 비례대표 인질 해방을 외쳐왔던 4명(박선숙·박주현·장정숙·채이배)은 셀프 제명에 응하지 않았다.

박주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호남 통합으로 어차피 합칠텐데 아무리 손 대표 압박용이더라도 너무 그렇게 급하게 행동할 필요가 없어서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합에 힘쓰고 있는 장정숙 의원도 같은 입장이다. 박선숙·채이배 의원은 독자 행보로 갈텐데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사진=연합뉴스)
박주선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차 합의문이 도출됐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어쨌든 손 대표 ‘패싱’ 합당을 추진하기 보다는 최대한 바른미래당이 그대로 통합에 동참하게 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2차 합의문에 보면 그런 흔적들이 있다.

①2월24일 법적으로 합당 완료
②3당의 현재 대표가 추천하는 3명으로 공동대표 체제 구성+바른미래당 추천 대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인 대표로 등록+대신 현재 3당 대표 사퇴
③최고위원회는 3당 추천 3명+청년 미래세대 대표자 N명+소상공인 대표자 N명으로 구성
④통합 당명은 추후 논의
⑤총선 이후 5월 중에 전당대회 개최 후 정식 지도부 선출
⑥신당 출범 즉시 청년 미래세대 및 소상공인협회 등과 2차 통합 적극 추진
⑦각 당의 추인 후 확정

②만 보더라도 최대한 손 대표의 의중이 담긴 지도부 구성을 명시해놨다. ③⑥은 손 대표의 명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렇게 손 대표도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릴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사퇴를 선언하고 통합에 동참했다. 손 대표는 이날 16시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를 사임하고 앞으로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그동안 △극한의 대결 정치를 극복하고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쟁취하고 △청년으로 정치 세대교체 등을 추진해왔지만 △청년 정당 ‘브랜드 뉴파티’(미래통합당에 합류)와의 협상 실패 이후 현실적으로 선 호남 통합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손 대표는 “청년세대와의 통합이 어렵게 된 지금 각 지역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해 놓고도 움직이지 못 하는 후보들 출마를 생각하면서도 혼란스러운 당 사정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조차 못 하는 지역위원장들, 우리 당의 기호가 3번이 될지 20번이 될지 몰라 아무 것도 못 하는 당원들을 생각하면 내가 생각하는 원칙만을 붙들고 꼼짝 못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호남 통합신당은 곧 출범한다. 1차 합의문 때 공개했던 ‘민주통합당’이란 당명은 선관위가 불승인했기 때문에 새로운 당명은 추후 결정된다.  

안철수계 의원 5명(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과 몇몇 의원들이 다른 길로 가버렸지만 박 위원장은 신당의 규모가 교섭단체 기준인 “20명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