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 실패 후 큰 기회 얻어
정치권이었다면 기회 안 줬을 것
거대 양당 공천 신청자 중 청년 비율
황교안 대표의 실수들
종로 선택이 아니라 세종이었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웠지만 그에게도 실패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만약 정치권에 도전장을 내민 청년들과 같았다면 오늘의 봉 감독은 없었을 것이다.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봉 감독의 정식 커리어는 <플란다스의 개>라는 영화에서 시작하는데 실질적으로 대중들에게 그 이름을 알리게 되는 것은 <살인의 추억> 때”라고 말했다.

이어 “봉 감독이 만 33세 때였다. 이미 한 번 정식 개봉 장편 영화를 실패했던 감독에게 당대 최고 배우였던 만 37세의 송강호를 붙여줬고 굉장한 프로모션과 배급을 통해서 밀어줬다. 당시 투자배급사가 CJ였다. 그런 영화 감독에게 가능성을 보고 CJ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국진 연구위원은 봉준호 감독이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정치권에서도 청년에게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국진 연구위원은 봉준호 감독이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정치권에서도 청년에게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위원은 “영화의 주제나 이런 것들이 그 당시 흥행 공식이었던 것도 아니었고 절대 성공을 담보할 수 없었던 영화 소재였음에도 이미 한 번 실패한 감독에게 능력없다고 낙인찍고 투자 안 하면 그만임에도 CJ는 그러지 않았다”며 “지금 정치를 준비하고 있는 만 33세의 청년에게 어느 누가 투자를 하고 있는가?”라고 환기했다. 

한 마디로 정 위원은 “영화계 만도 못 한 정치권”이라며 “봉 감독 사례가 일반적이지 않더라도 우리 정치도 이런 영화계의 모범 사례를 일반화시켜 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만약 그때 봉 감독이 기회를 받지 못 했다면 17년 후 아카데미 수상을 하는 기생충의 성공이 가능했을까? 정치권은 쓸만한 청년이 없기 때문에 더 기다리라고 한다. 봉 감독에게 너 능력 보잘 것 없으니 더 기다리라는 식으로 대했다면 지금의 봉 감독은 가능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실력이 없는 청년들 탓을 하기도 한다.

정 위원은 “우리는 이렇게 각 분야에서 나름의 재능이 있는 청년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해주고 있는가? 특히 정치에서? 그런 투자없이 어찌 청년들 탓을 하고 우리 정치가 세대교체가 어렵다고만 얘기를 하는가. CJ만큼의 투자도 못 하면서. CJ만도 못 한 정치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에 따르면 인터뷰 진행 시점 거대 양당 공천 신청자 현황에서 청년 비중은 △더불어민주당 1.2%(500여명 중 6명) △미래통합당 5%(700여명 중 35명)에 불과하다. 

정 위원은 “(민주당 청년 공천 신청자) 그 6명 중에서 20대는 전무하고 대개 만 38세에서 39세다. 6명 중 2명의 지역은 (경선도 없이 기성세대 후보를 위한) 전략 공천이 유력하다”며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부터 국회가 늙었고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는 기획 기사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이미 시대정신이 되었다. 전국 여론이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현실적으로 당선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거대 양당에서 나혼 청년 후보자는 이것 밖에 안 된다”며 “엄청 심각한 문제이고 결국 미래세대가 주도하는 수권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3지대 기호 3번은 바로 그러한 정당이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왜 이렇게 정치권에서만 유독 청년 기근 현상이 심각할까.

정 위원은 “청년 정치인을 종속적으로 본다. 기성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야 기회를 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며 “독자적으로 정치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싸가지 없다거나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고 고사시켜버린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정 위원은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했다. 

정 위원은 단호하게 황 대표에 대해 “바보다”라고 규정했다. 딱 그 한 마디로 표현했다. 제1야당의 대표 정치인이자 대권 주자이지만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사고하지 못 하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 위원은 “(황 대표가 현장 유세에서) 떡볶이를 먹는데 찍어먹는 이쑤시개를 젓가락처럼 해서 먹는 모습이라든가. 오뎅도 어떻게 먹는지 물어보고 중국집인데 복덕방인가라고 말한 부분도 있다. 이 3가지는 코미디”라며 “안철수, 반기문, 정몽준 버스비 70원이 오버랩된다. 그런 사람이 리더인 당에 국민들은 절대로 표를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예전에는 자기도 서민이었다고 얘기를 할 것이다. 정치인은 과거와 호흡하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 대중들과 호흡해야 하는 사람이다. 대중들로 하여금 헛웃음나게 하는 언행을 하고서 육포 사건도 그렇고. 과연 유권자의 마음을 살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황교안 대표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는 정 위원. (사진=박효영 기자)
황교안 대표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는 정 위원. (사진=박효영 기자)

장고 끝에 지역구를 결정하는 과정도 좀 매끄럽지 않았다.

정 위원은 “시간 다 허비해놓고 종로 겁내는 모습을 다 노출해놓고 가기 싫어하는 모습을 다 연출해놓고 가기 싫어하는 곳에 억지로 떠밀려서 간 그 지역에서 과연 종로구민의 표를 받을 수 있다고 정녕 생각하는 걸까”라며 “나 같아도 표를 안 준다”고 일축했다.

황 대표의 정치적 역량이나 진로에 대해서는 “은퇴의 시기만 확정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되기 전에 심지어 의원 한 번 못 해보고 은퇴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총선 끝나고 대선 주자로서의 생명력을 잃을 것이고 원외 대표이기 때문에 그 전처럼 장외투쟁과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동을 계속 할 것이고 그러한 행동이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살 것”이라고 혹평했다.

무엇보다 정 위원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총선 결과가 나빠서) 당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유지하더라도 겨우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위원은 차라리 황 대표가 세종시에서 출마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내가 한국당 전략 담당이었다면 아예 방향을 틀어서 세종시로 출마를 하라고 밀었을 것”이라며 “지금 (세종시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 불출마 선언 이후) 거물이 없고 다 고만고만하다. 더구나 세종시는 지역구가 분구된다. 세종으로 간다고 했다면 고학력층이 많고 국가기관이 밀집해 있고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지역이라는 점에서 또한 한국당(통합당)이 한 번도 의원을 배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험지다. 종로와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여당이 쳐놓은 이낙연 덫을 피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라고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정 위원은 “불출마는 원래 선택지에 없었는데 종로가 자꾸 불리하게 나오니까 그걸 회피하고자 머리를 굴리다가 이렇게 됐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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