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New+Retro)의 연장선인가
과거 트로트 열풍... 불황의 시기에

신현지 기자
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트로트 열풍이 뜨겁다. TV조선의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이 안방극장을 파죽지세로 녹여내고 있다. 지난 20일 밤 ‘100억 트롯맨’을 찾아 나서는 TV조선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의 시청률이 30%를 넘어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올레TV는 실시간 시청률 무려 58.4%까지도 치솟았다.

반면 '미스터트롯'과 동시간대 방송한 KBS 2TV 수목극 '포레스트'는 전날보다 하락해 4.1%에 머물렀다. SBS TV '맛남의 광장' 또한 전주보다 2%포인트나 하락한 4.0%-4.8%-4.9%로 트로트 신드롬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동안 트로트는 하층의 저속한 음악, 왜색적인 음악, 시대에 뒤쳐진 진부한 음악 등으로 취급되며 평가절하 되어왔다. 그럼에도 국민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는 대중음악으로 사랑받아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침체의 위기와 열세를 반복하는 가운데 현철,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 등 4대 트로트 산맥에 이어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 등 신예가수들이 새바람을 일으키며 면면히 맥을 이어온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2010년 KP의 열기가 세계가요 시장을 장악하면서 트로트는 급 사양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를 어쩌지 못했다.

2018년 당시 가수 설운도 씨는 필자와의 자리에서 침체한 트로트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KP의 열풍에 공중파조차 편파 방송으로 두 개의(가요무대, 전국노래) 프로그램만으로 트로트 면모를 유지하고 있어 생활고를 겪는 후배 트롯 가수들의 실상을 염려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유행은 돌고 도는 것, 트로트가 다시 사랑을 받을 때가 머지않았음을 기대했다.

역시 그의 바람대로 문화는 돌고 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공전의 습성을 가진 그것답게 트로트가 다시 가요계 중심에 우뚝 섰다. 그것도 너무도 갑작스럽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러니 관계인들조차도 신통해 전에 없던 트로트 열풍의 원인 찾기에 바빠졌다.

결론은 밀레니얼세대가 일으키는 복고열기에 힘입은 트로트의 귀환이라는 것에 지배적인 초점이 맞추어졌다. 즉, 중장년층에는 추억과 향수를, 젊은 세대에는 새로움과 재미를 안겨 줄 수 뉴트로(New+Retro)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설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저속하고 올드하고 왜색적이라서 등한시 하고 멀리 두겠다던 트로트를 와락 반겨 안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곤궁한 심리를 아니, 풀어 말하겠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불황과 그것에 따른 마음의 결핍이 트로트를 다시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라는 생각이다.

돌아보면 트로트는 늘 우리와 함께 있었다. 특히 불황의 시기에 트로트는 우리 한 가운데 있었다. 냉철한 이성과는 거리가 먼 신파조라 멸시하는 속에서도 그 서정에 끌리는 속정을 어쩌지 못하는 우리 민족성 때문이었다.

내수경제 악화로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경기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외벌이로는 살수 없어 전업주부가 다시 일선에 나선지도 오래다. 그러니 여자의 목소리가 담을 넘는다고 자칫 타박했다가는 페미니즘 뭇매를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여성들 역시 그간 쌓인 울분과 스트레스를 보상이라도 하듯 이제는 자신을 위한 시간과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는 태세다. 지난 20일 미스터트롯 서울콘서트 티켓이 오픈 10분만에 2만석에 달하는 좌석이 매진됐다.  성별 예매자 비중에 여성이 81.8%로 압도적이었다. ‘내일은 미스트롯’ 서울 콘서트 여성 예매자 비중이 66.3%던 것과 비해 15.5% 높았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미스터트롯 공연의 예매자 연령대가 20대가 43.3%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30대 36.5%, 40대 10%, 50대 4.8% 등의 순이었다.이처럼 미스터트롯에 젊은 여성 관객이 압도적인 것은 과거 장년층의 '트로트 가수' 와 달리 출연진들이 젊고 세련돼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임영웅(29), 김호중(29), 신인선(29), 이찬원 등 우승 후보로 꼽히는 출연자들이 대부분 20대다. 그들은 태권도, 비트박스, 에어로빅, 난타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과거의 진부한 트로트의 이미지를 벗겨내는데 손색없었다. 또 일부는 구릿빛 복근에 가슴팍을 드러내는 ‘미스터쇼’처럼 아슬아슬한 선정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성관객들을 사로잡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다시 돌아온 트로트, 분명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그렇다고 애상조의 멜로디의 힘이 희석된 것은 아니다. 과거 불황의 시기에 위로가 되어주었던 트로트의 힘은 여전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사회 곳곳에서 성공스토리가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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