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공동대표 체제
안철수 없는 어게인 국민의당
호남파의 이합집산
결국 실천과 결과로 보여줘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결과적으로만 보면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으로 돌아갔다. 물론 지난 2년간 자기 노선과 당권을 위해 분열해봤자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정치권의 현실을 온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에 정치적 자산이 없는 게 아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빠져나갔고 나머지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총선을 앞두고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호남 통합을 완성했다. 정당 이름은 ‘민생당’으로 결정됐다.  

민생당 신임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 박주현·유성엽·김정화 공동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생당 신임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 박주현·유성엽·김정화 공동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국회에서 3당 수임기관 합동회의가 열렸고 최종적으로 합당이 의결됐다. 각 당에서 공동대표 1인+최고위원 1인씩 추천하기로 했는데 그 결과 민생당의 초대 지도부는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박주현 평화당 통합추진특별위원장 3인 공동대표 체제로 꾸려지게 됐다. 이인희·황인철·이관승 최고위원들도 합류했다.

당초 합의문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 공동대표를 민생당의 1인 대표로 등록하기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 공동대표와 박 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모색하던 2018년 초까지 통합파와 반통합파로 갈라져 상호 비방을 일삼았었다. 하지만 다시 하나의 당에서 만나게 됐다.

유권자들의 소신 투표가 어렵고 1등 아니면 모두 죽은 표가 되어 버리는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 하에서는 이렇게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빈번한데 민생당 세력은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왔다. 하지만 여전히 253석은 지역구 선거이고 47석 중 고작 30석만 연동형 비례대표로 배분된다. 

민생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호남에서 경쟁해야 한다거나 거대 양당을 견제할 중도 실용정당이 필요하다는 등 여러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선거에서 공멸하지 않기 위해 급하게 모인 측면이 있다. 

대안신당은 작년 여름 좀 더 큰 파이의 중도통합을 위해 평화당을 집단 탈당해서 만들어졌지만 결국 새로운 인물을 아무도 영입하지 못 했다. 사실상 정동영 대표의 평화당 지도부를 흔들고 진보적 경제 기조에 반기를 들기 위한 내부 투쟁이라는 게 자명해졌고 그렇게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전 대표가 유승민계·안철수계와의 볼썽사나운 당권 투쟁에서 버텨내고 당 자체가 만신창이가 된 뒤 어쩔 수 없이 호남통합을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손 대표는 청년 정치세력과의 결합을 유일한 명분으로 절대 조기 사퇴는 안 된다면서 눌러 앉았지만 잇따른 탈당으로 원내 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지자 고언을 한 최측근(임재훈 전 사무총장/이행자 전 사무부총장/장진영 전 당대표 비서실장)까지 숙청했다. 그때까지도 호남 통합 추인을 거부하다가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의 셀프 제명으로 인해 원외 정당이 될 위기에 놓이자 급하게 떠밀려서 호남 통합을 추인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손학규 개인에 대한 온갖 수모와 치욕이 쏟아졌다. 노욕이라고 했다. 정신이 퇴락했다는 말도 들었다. 돈 문제가 있다는 허위사실 유포도 있었다. 27년의 정치 인생을 통틀어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모욕을 감내해야 했다. 내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바른미래당의 당대표직에 나섰다면 그만두어도 진작에 그만두었을 것”이라며 “정치구조 개혁과 세대교체를 위해 나를 바치겠다는 일념 하나로 당대표직에 나섰기에 그동안의 모든 어려움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온갖 모욕을 견디고 당을 지킨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고 항변했다. 

평화당도 정동영 대표, 조배숙 원내대표, 박주현 의원 등이 부동산 개혁을 비롯 약자 세력의 권익 상승을 위한 진보 정치를 하기 위해서 대안신당의 이탈 이후에도 꿋꿋이 당을 이끌어왔지만 5석 정당이라는 초라한 현실을 넘어서지는 못 했다. 경제 정책을 두고 관점이 다른 당권 갈등 세력과 다시 합칠 수밖에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다시 뭉쳐서 성사된 호남 통합. (사진=연합뉴스)

총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총선 이후에 다시 갈라서지는 앉을지 이합집산의 종착역으로 민생당이 출범했지만 대표들의 출사표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 시절 고락을 함께 했던 많은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뵈니 반갑다”며 “든든한 동료들과 다시 함께 할 수 있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다당제 합의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정치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다시 힘을 뭉쳤다”며 “우리는 지역 통합과 세대교체를 통해 중도개혁정신을 끝까지 지켜내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손 전 대표에 대한 충정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일상을 압도하는 배신과 배제의 정치 속에서 품격을 배웠고 이해를 배웠고 선에 대해 인식하는 정치를 배웠다”며 “또 시대의 흐름을 읽는 정확한 판단과 흔들리지 않는 굳은 결의를 배웠다”고 치하했다.

민생당의 나아갈 길에 대해 김 대표는 “국민의 이익 편에 서서 효능감 있는 정치를 위해 3당이 통합했다. 민생당은 낡은 이념보다 혁신과 미래에 관심을 두는 당이다.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문제 해결 정당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길에 집중하는 당”이라며 “이익에 기생하지 않고 나를 바꾸고 우리를 바꾸고 정치를 바꿔 이념과 지역을 뛰어넘는 정치로 국민들께 공적 신뢰를 보여줄 것이고 실용적 중도정치를 표방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대안신당에서 나오던 이야기가 또 반복됐다.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끌고 있는 뉴 국민의당도 이런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민생당은 다른 것 없이 실천과 결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유 공동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분열에 분열을 거듭했고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드렸고 많은 질책을 들어야 했다”며 “어렵게 3당 통합을 이뤄냈지만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드리고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우리가 공동대표가 3인으로 되어있듯이 완전한 화학적 결합에는 다소 거리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완벽한 화학적 결합이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공동대표는 보수적 경제정책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인데 DJ 정신(故 김대중 대통령)으로 경제위기를 돌파해나가자고 천명했다.

유 공동대표는 “과거 IMF 외환위기를 1년 만에 극복하고 또 1년 만에 경제를 회복시켰던 김대중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4차산업혁명은 우리 경제를 기본적으로 살려놓고 난 이후에 가능한 일”이라며 “경제를 살려 나가고 민생을 챙겨 나가는데 최우선을 두고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박 공동대표는 제3지대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박 공동대표는 “제3지대를 열어가는 정당이 필요하다”며 “미래통합당은 과거분열당일 뿐이다. 거론할 가치가 없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지금 여당으로서 국민에게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국민은 실력있고 진정성있고 민생을 가장 앞서서 해결해주는 제3세력을 갈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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