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눈치본다는 비판
한국인 전면 입국 금지
중국 지방정부
왕이와의 직접 통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동안 코로나19와 관련 ‘중국 눈치본다’는 보수진영의 공격에 합리적 근거가 됐던 것이 중국의 과도한 조치였는데 이에 정식으로 우려 표시를 한 것이다. 

유럽 일정을 소화 중인 강 장관은 우리 시간으로 27일 자정 가까운 시각에 왕 부장과 통화를 했고 최근 중국 지방정부의 지나친 조치들에 대해 그럴 필요가 없고 자제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중국 산둥성과 랴오닝성 등의 공항에서는 한국인 전면 입국 금지, 무조건적인 격리, 강제 추방조치, 감염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도 2주간 격리 강제와 같은 과잉 조치를 단행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중국발 코로나 파동이 극심했을 시기에 보수진영의 맹렬한 압박이 있더라도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라는 최대치의 조치를 자제했다. 나중에 진원지인 후베이성에 국한해서만 입국을 금지했다.

강경화 장관과 왕이 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부가 전달한 대화 요지로만 알려져 있어서 직접 워딩은 알 수 없다. 다만 강 장관이 강조한 취지는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력 어필 △사실에 근거한 중국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통제 △제한적 입국 금지와 같이 최대한 자제했던 한국 정부의 노력 등이다.

왕 장관의 화답은 크게 △중국의 코로나 위기 때 한국이 보내준 격려에 대한 고마움 △한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 노력에 대한 평가 △한중관계를 공고히 해서 교류와 경제협력에 코로나가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노력 등이 골자다. 마무리로는 당연히 두 장관이 발전적인 양국 관계를 지속하자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외교라인 실무진의 상호 소통도 아니고 장관 간의 탑다운 대화에서 싫은 소리 자체가 나오기는 어려운데 이 정도의 불편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강 장관은 이미 왕 부장과의 직접 소통을 예고했었다. 강 장관은 26일 오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과도한 대응이 되지 않도록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관련 질문을 받고 “과도하다는 게 일차적 판단”이라고 말했고 “우리도 중국에 대해 상당히 자제하는 대응을 했는데 중국도 상응하게 자제해서 과도한 대응이 되지 않도록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강 장관은 중국 외에 다른 10개 국가들이 한국발 입국자를 들어오지 못 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초반에 후베이 입국 금지를 했는데 각국의 평가를 우리가 뭐라 할 것은 아니”라면서도 “무조건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막는다는 것은 절대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 정부와 소통해 불필요한 조치가 취해진다면 사전에 우리와 협의를 하고 조율을 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각 공관이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강 장관은 지금 같은 시기에 외교부 수장이 해외 출장을 강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예정된 외교 일정 때문에 출장을 왔지만 다자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취하는 조치를 설명하고 각국 정부의 과도한 대응을 자제해달라고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내 상황이 걱정도 됐지만 제네바에서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만나는 등 외교 장관으로서 국제 사회에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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