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긴급돌봄 오후 5시까지 운영"
개학연기 기간 중 단축 없이 돌봄교실 운영
3월 2일부터 6일까지 1주일간 긴급돌봄 실시

코로나19 사태에 어린이집이 휴원에 들어가자 손녀 돌보미로 나선 할머니가 손녀와 함께 서점을 방문했다 황급히 돌아가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어린이집이 휴원에 들어가자 손녀 돌보미로 나선 한 할머니가 손녀와 서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그야말로 전국이 비상이다. 특히나 교육부가 초,중고 개학 연기와 어린이집 휴원 조치를 내려 돌봄서비스에 적색등이 켜졌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는 물론 어린 손주를 둔 노부부들까지 깨져 버린 일상에서 혼란스러움을 토로하고 있다.

28일 서울 중심의 한 대형서점에서의 어린 손녀의 손을 이끈 김지숙 (가명 59세)씨. 김 씨는 맞벌이 아들내외의 긴급 호출로 이틀 전 부랴부랴 시골에서 상경했다. 긴급하게 어린 손녀 돌보미로 나선 것이다. 이처럼 손녀 때문에 상경한 것은 며느리의 출산 때 말고는 지금껏 없었던 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더구나 이제 슬슬 농사일을 준비할 시기에 집을 떠났으니 마음은 초조하고 혼자 있을 남편도 걱정이다. 그 때문에 오래는 있지 못하겠다고. “지금 시골에는 마늘도 심어야 하고, 양파도 심어야 하고, 좀 있으면 고추모도 사다 옮겨야하고. 집에 할 일이 태산이라 마음이 급하죠, 그래도 우리 손녀가 첫째라 올라오긴 했는데 한 이틀 있다 다시 내려 가야는데 이놈의 코로나가 나를 도와줄지.”

그나마 다행인건 김씨가 하는 일은 손녀를 학원에까지 보내고 데려오는 일. 그래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고 한다. “지금껏 유치원 차가 아이들을 데려가고 데려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차가 운영을 못한다고. 그래서 내가 오긴 왔는데 이것도 해보지 않은 것이라, 여간 조심스럽고 쉽지가 않아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썰렁한 서점에서 할아버지와 나온 아이가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썰렁한 서점에서 할아버지와 나온 아이가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그런데 오늘은 아이가 유치원을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써 유치원 대신 서점으로 나오게 됐다며 불한한 표정이다. “유치원을 안 간다고 해서 책을 한 권 사줄 겸 데리고 나왔는데 아들이 알면 깜짝 놀랄텐데, 사람들 많은 데는 절대 나가지 말라고 신신 당부 했는데” 그러다보니 마음이 초조한 듯 아이 손을 이끌고 행여 눈가 쫓을 새라 황급히 걸음을 재촉한다. 

이날 어느 때보다 한산한 서점의 아동도서 코너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동화책에 빠져 있는 한 아이에게서 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린 손자 돌보미로 호출 된 손아무개(73세)씨, 평소 같으면 노인복지센터에서 노인들에게 서예를 가르칠 시간이라고.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인복지센타 휴강에 이어 학교와 학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손자돌보미가 되었다고. 그도 깨져버린 일상이 썩 유쾌하지 않다는 표정이다. 더구나 금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손자 돌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다. “남자애라 그런지 가만히 안 있어요, 잠깐 한 눈을 팔면 금세 사라지고. 동작이 어찌 빠른지, 전에는 몰랐는데 애보기가 여간 힘 드는 게 아니에요.”

손 노인도 맞벌이 딸을 도와주기 위해 아침 일찍 안양에서 합정까지 왔단다. “나는 안양 사는데 우리 손주 때문에 급하게 딸네 집으로 왔어요. 알다시피 요즘 맞벌이들은 아이 맡길 데가 없다고 난리라 안 봐 줄 수가 없네요. 애들 있는 집은 가족이 다 나서야할 판이에요.

하루 빨리 코로나가 잡혀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오늘도 확진자가 늘었어요. 그러니 사회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에요.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가 안 된다고 난리고. 전염병으로 이렇게 사회가 고전하는 건 처음이에요.”

교육부의 초등학교 개학 연기 조치로 초등학교 교정이 썰렁하다 (사진=신현지 기자)
교육부의 초등학교 개학 연기로 초등학교 교정이 썰렁하다 (사진=신현지 기자)

맞벌이 김아무개씨도 지난주부터 휴원에 들어간 어린이집에 이미 남편이 돌봄 휴가를 사용했다며 울상이다. 그는 양가 부모님들이 손주들을 봐 줄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휴가를 얻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하지만 그러다가는 자칫 퇴사로 이어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만 깊어진다.

이처럼 돌봄 서비스에 어려움이 따르자 교육부가 개학 연기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의 휴업 기간 동안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긴급돌봄을 제공한다고 28일 밝혔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유치원 유아 및 초등학생 대상으로 3월 2일부터 6일까지 1주일간 긴급돌봄을 실시한다. 이에 긴급돌봄은 평소와 동일하게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단축 없이 운영되며 학급 당 최소 인원으로 구성하되 10명 내외로 배치하도록 권장했다.  

또 경험이 풍부한 교직원을 배치하도록 했으며 긴급돌봄 기간 동안 학교와 유치원에서는 매일 2회 발열 등 건강 상태도 체크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학교별로 마련된 긴급돌봄이 안전하게 운영되어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및 현장 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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