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열린 영수회담
황교안 대표의 면전 앞 맹비판
총선 연기는 신중
중국 입국금지 실익 없어
추경 긴급하게 편성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최대 관심사였던 ‘총선 연기’나 ‘중국인 입국금지’는 담기지 않았다. 추경(추가경정예산)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28일 15시 국회 사랑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4당(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민생당·정의당) 당대표들과의 영수회담이 열렸다. 영수회담은 약 100분간 진행됐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섰고 매우 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영수회담이 꽤 늦게 성사됐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모이는 데까지 입장차가 있는 것인데 공동 발표문도 아주 당위적인 내용으로만 짜여졌다.

발표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날부터 사전 조율이 있었는데 이날 회담 직후에도 문구 조율로 시간이 좀 걸렸다. 

①엄중한 상황이라는 공통 인식 아래 국회와 정부는 초당적으로 총력 대응
②정부는 국회 공식 기구인 ‘코로나19 대책특별위원회’ 적극 지원
③경제활력 회복 위해 추경 편성 등 특단의 대책 필요성에 대한 인식 공유
④추경은 감염병 대응 및 민생 피해에 대한 직접 지원을 최우선 반영
⑤방역에 고생하는 보건의료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의료인력·치료병상·시설장비 등을 집중 지원하고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보건의료체계 대책 마련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과 4당 대표들(이해찬·황교안·유성엽·심상정)은 상호 합의에 따라 손소독을 하고 사랑재에 입장했으나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을 구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왔다”며 코로나 3법(감염법·검역법·의료법)을 신속히 통과시킨 국회의 역할을 평가했다.

이어 “범국가적 대응을 위한 국회 협력이 첫발을 잘 뗀 만큼 협력의 강도와 속도를 높여 주시길 바란다. 방역 역량 강화와 피해 지원 등을 위해 예산과 제도로 뒷받침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가적 어려움이 닥치면 여야는 항상 초당적으로 협력했다. 국회가 조속히 추경을 통과시켜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예산을 뒷받침하는 일에 여야가 함께 나서야 할 것”이라며 “오늘 회동이 협력하는 여야의 모습을 보이고 실질적 성과를 내서 코로나19 조기 극복의 희망과 자신감을 드리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호응했다.

각을 세우는 쓴소리가 빠질 수 없다. 역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가장 셌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아 “우한 코로나 사태는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감염병 확산 사태였으나 우리나라의 우한 코로나 사태는 인재의 성격을 띠게 됐다. 위기의 배경에는 정부의 대응 실패가 결정적”이라며 “대통령과 총리 등 정권 전체가 너무 안일하고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월18일 신천지 신도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하고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폭증했지만 황 대표는 그것에 관심이 없었다. 오직 중국 경유자 입국금지를 왜 하지 않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대정부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도 “안타깝게도 정부의 코로나 초기 대응은 명백히 실패했다”며 “좀 더 긴장하고 좀 더 철저했어야 한다. 안전 불감증에 빠진 정부의 안일한 판단과 대처가 결국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워버렸다”고 비판 기조에 섰다. 

두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악화를 지적하는 타이밍에 최저임금 인상 및 소득주도성장 정책까지 언급했다.

(사진=청와대)
사랑재로 들어가기 위해 참모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반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황교안 대표께서 중국 입국금지 이야기를 계속 하시는데 지금 중국 입국을 봉쇄하는 것은 거꾸로 다른 나라들이 한국 봉쇄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실제 후베이성 우한시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 전면에 입국금지를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많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유럽에 중국 관광객들 활개치고 다닌다. 그런데 왜 감염은 하필 중국과의 직항을 끊어버린 이탈리아에서 일어났을까”라며 “유럽 전역과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역학조사 결과 모두 이탈리아에서 퍼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이탈리아인이 전염시킨 게 아니라 대부분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온 내국인에 의한 감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세계 2위의 코로나 발생국”이라며 “여러분들의 논리라면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면 (세계 국가들이) 당장 한국인의 입국부터 막아야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 여러분처럼 생각한다고 하자. 그래서 한국인이 오가는 항공편 다 끊고 기존의 입국자 중에서 14일이 안 된 사람들 강제로 출국시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국 경제는 아마 그날로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심 대표는 “지금은 지역 확산을 넘어 전국 대유행 단계로의 확산을 저지해야 할 절박한 국면”이라며 “중국 봉쇄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 신천지발 감염 확산을 신속히 봉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심 대표는 “슈퍼 감염의 진앙지가 신천지로 밝혀졌는데도 아직까지 집단 감염의 원인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대통령께서 직접 지시해달라. 이만희 총회장을 비롯 신천지 교단 운영 책임자들에 대한 강제조사와 압수수색 등 가능한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신천지 교인의 감염 및 경로를 밝히고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물론 심 대표도 “정부여당의 안이한 인식과 말실수가 연일 정쟁거리가 되고 있다”며 “더 이상 분열과 정쟁이 되지 않도록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밖에도 심 대표는 △정쟁 중단 선언 △정부가 100% 공적 통제를 해서 마스크 전량을 구매해 무상 공급 △대구경북의 의료 및 물자 부족 상황을 감안해서 비상사태 계획(전시 정부연습 계획 ‘충무계획’)에 따라 의료 인력·장비·물자에 대한 동원체제로의 전환 검토 △추경은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 포함되면 안 되고 오직 코로나 관련 지원으로 편성돼야 등 4가지로 정리해서 메시지를 냈다.

유성엽 대표는 영수회담에서 오간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장 추경을 포함한 코로나 대비용 재정 규모가 가장 궁금하다.

유 대표는 회담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아마 다음주쯤 추경을 내기로 했다”며 “현재 예비비에서 4조를 집행했고 오늘 발표한 종합 대책에서 16조원이 거론됐다. 도합 20조에 추가로 소요된 플러스알파가 추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상조 정책실장이 다음주쯤 정부가 제출할 예정이라고 국회가 신속한 처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며 “코로나 추경에는 코로나 자체에 대한 방역이나 치료 외에 소상공인에 가해진 악영향을 극복할 지원 대책이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선 연기론과 관련 유 대표는 “소강상태가 된 듯 하다가 최근에 급격하게 숫자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 상황이 3월 중에 잡히지 않고 계속 간다면 총선이 한 달 보름쯤 남았는데 여기에 대한 대비나 후보 계획을 정부가 마련해서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야 할 것 아니냐 물으니 거기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답변이 왔다”고 전했다. 

유 대표에 따르면 이 대표는 3월20일 정도는 되어봐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아직 연기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 대표는 “이 대표가 분명히 그랬다”며 “예를 들어서 3월20일 즈음 가서 소강상태에 들어서면 정해진대로 치러야 하는 것이고 계속 증가 추세라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뜻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중국인 입국금지와 관련 유 대표는 “정부측 답변은 중국인 입국 현황이 2020년 1월1일~20일까지 일 평균 입국자 수가 1만6489명이었는데 어제자(27일) 입국자 수가 1093명에 불과하고 오늘은 1000명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서 중국인들의 경우는 유학생이나 긴급한 비즈니스 외에 입국자가 거의 없다는 .답변이 있었다”며 “중국인 입국 제한을 전면적으로 하는 것은 여러 가지 기대될 수 있는 효과도 있지만 잃어버릴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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