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날씨도 하필 추운기온 찬바람 모질게 불어대는 날 오전 08시20분부터 꼬박2시간 40분을 손과 발을 쉼 없이 흔들고 안절부절 징징거리며 견디고 견뎌 마스크5개를 거금5천원에 구입했습니다.

마스크를 손에 쥔 사람들은 무슨 경기쟁탈전에서 최우수트로피라도 거머쥔 듯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납니다.

누구는 만족해하며 파안대소하기도 합니다. 우수경칩이 지났다곤 하나 아직은 겨울바람이 매섭게 차갑습니다. 탁상행정이 이런 걸까요? 맞습니다, 분명 탁상공론 속에서 도출해낸 기획으로 탁상행정이 맞지 싶습니다.

탁상공론과 탁상행정이 빚어낸 결과가 매우 아프고 슬픕니다. 자조와 자괴감과 우울함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납니다. 가슴 속 깊이에서부터 울분이 솟구쳐 오릅니다.

상주인구 6천여 명이 살아가고 있는 비교적 조용하고 한가로운 시골 면단위 우체국에서 요 며칠째 벌어지는 기막힌 현상입니다. 누가 그렇게 지시하고 지령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날은 오후2시 정각에 그리곤 그 뒤론 오전11시 정각에 한 사람당 마스크5개씩판매가 개시되도록 됐습니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날이라고 방송언론에 뜨면 당일은 어김없이 3시간 여 전부터 미리들 몰려와 진을 치고 있습니다. 보물급 진품명품을 구하러 나온 사람들 모습입니다. 글로벌경제12위권 안에 든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이 모양 이 꼴 되었나요?

좁은 우체국마당에  300여명이 몰려들어 웅성대고 투덜대며 야단법석을 칩니다. 거개가 머리가 히긋히긋하고 주름살 깊게 파인 쪼그라든 65세 이상 남녀노인들입니다. 우체국장이 나서서 먼저 온 사람 순으로 숫자를 헤아리며 일정한 숫자이상은 잘라버립니다.

여기서부턴 끊어버리니 그냥 돌아들 가시란 것입니다. 통제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입니다. 민주시민의 인권과 인격이 우선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오늘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제대로 흥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스크5개가 오스카 상 4관왕을 거머쥔 ‘기생충’보다도 더 관심이 집중되고 인기가 절정에 달해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명화라 해도 영화야 봐도 되고 안 봐도 되지만 마스크는 생명과 직결된 귀중품이 됐으니 생사를 걸 수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노렸을까요?

탁상공론과 탁상행정이? 이처럼 심하고 지독하기만 한 경제 불황과 불경기에도 오늘 시민들의 관심사는 오직 마스크5개가 더 중합니다. 정부에서 배부하는 마스크 숫자가 한정돼 있다면 판매현장에 달려 나온 구입희망자를 선착순으로 셈해서 배분하고자하는 숫자대로 돈 받고 나눠 쥐 보내면 되련만.

대기표도 주질 않고 그냥 무작정 줄 세워놓고 2시간이든 3시간이든 따질 것 없이 정시, 즉, 11시면 11시에. 오후2시면 오후 2시가 되도록 잡아 놓고 있다가 나눠주는, 그냥 주는 것도 아닌 돈 받고 판매하면서도 그 지정된 시간까지 꼼짝 달작 못하게 잡아두고 있는 한심한 작태가 도대체 누구의 대갈머리에서 나왔는지?

그 사람은 가히 대통령표창을 넘어 유엔보건최고책임자표창 깜이 될 듯합니다. 아무리 허접한 노년층의 쓰잘머리가 없는 gaffer들이라 하더라도 최저 임금을 산정 한다면 시간당 3000원 이상 되련만 대기하는 시간은 시간으로 치지도 아니하는 모양새에다가 마스크5개 값 5000원을 제대로 지불해야 하는 아프고 슬픈 사연을 그 누가 알리요.

어쩌면 코로나의 골치 아픈 정국을 슬그머니 잊어버리게 하는 꼼수가 숨어 있는 탁상행정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국민들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건강해야 앞으로 좋은 꼴을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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