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난국 ‘금융 지원책’의 한계 ·· ‘재난 기본소득’ 나오는 이유
코로나 난국 ‘금융 지원책’의 한계 ·· ‘재난 기본소득’ 나오는 이유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3.04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본소득 도입 적기인가
금융 지원책의 한계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현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코로나에 취약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전국민이 피곤하다. 코로나 자체로도 대한민국을 힘들게 하지만 경기 악화와 서민경제 타격도 걱정거리다.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는 재정 지원책을 보면 전부 우회로 조건부 방식이라 근본적으로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2020년 본예산과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쏟아낼 재정 지원 규모는 27조원이다. 대부분이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이다. 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만 보더라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늘리고 △자동차 소비세 인하하고 △휴가비와 문화관람비 등을 우회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재난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인 기본소득 담론이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는데 코로나 위기 때야말로 국가적인 기본소득을 결단해볼 적기라는 것이다. 현재 이재웅 쏘카 대표, 김민아 경향신문 선임기자, 윤형중 랩2050 정책팀장, 오준호 작가, 민생당, 민중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미래당, 녹색당 등이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재정 지원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그런 문제의식에 공감해서 원이슈 정당으로 창당됐고 기본소득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기본소득 정책을 원이슈를 위해 창당까지 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예컨대 지금 가장 속이 타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다. 우선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지원책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600만 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소규모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손님이 가장 중요한데 모두가 밖에 나가는 걸 자제한다. 안 그래도 경쟁이 치열해서 어려웠는데 코로나로 손님이 뚝 끊겼다. 이에 금융당국은 2월7일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부문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2조원 규모의 신규자금 공급 및 금리 감면 △기존 대출과 신용보증의 만기 연장 △소상공인 미소금융 550억원으로 확대 △초저금리 대출(기업은행) △긴급경영안정자금 제공(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특례 보증 제공(지역신용보증재단) △민간 은행 신규대출 및 금리감면 특별 프로그램 가동 △민간 카드사 무이자할부 및 영세 가맹점에 대한 청구 유예 추진 △금융감독원을 비롯 정책금융기관들에 전담 상담창구 설치 등이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금융위원회가 2월28일 별도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런 금융 지원책을 3주 정도 시행해보고 자체 평가를 해보니 “소상공인들의 애로를 충분히 해소하는데 미흡한 점이 있고 현장에서 지원 내용을 인지하지 못 하거나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는 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월7일부터 26일까지(19일간) 금융 지원책의 혜택을 받기 위해 전국 자영업자들로부터 상담 문의가 총 5만건 가까이 왔다. 5만건 중 4만건은 신규자금 지원 문의였다. 실제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업종은 당연히 음식점업(5305건)이었고 한 업체당 평균 지원 규모는 5600만원 수준이다. 

금융위가 스스로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 미흡했다고 평가했다면 실제 상담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다양한 볼멘소리를 토로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위는 1차 금융 지원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출 상품을 2조5000억원 가량 늘리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금융 지원의 핵심인 대출 지원 규모만 총 4조2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여기서 볼멘소리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 여러 부서에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온 곳은 없었다. 

금융위가 나열한 추가 대책을 토대로 추측해보면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인데 5600만원 받아봤자 매출 부진을 해소하기 어렵다거나 △직접 신청해야 하는 것이라 이런 금융 지원책이 있는지도 몰랐다거나 △지원 대상이 ‘상시 근로자수 10인 미만’이라 해당이 안 된다거나 △저소득 저신용 소상공인을 위한 미소금융 종류의 대출은 비록 소액이지만 금리가 4.5%~17.9%로 매우 비싸서 부담스럽다거나 △딱 3년만 1.4% 수준의 초저금리 혜택을 주고 4년 이후부터는 시장 금리를 적용해서 꺼려진다거나 △당장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 지출은 숨을 조여오는데 심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신속하지 않다거나 등으로 짐작된다. 

김주호 민생팀장은 금융 지원책의 한계를 명확히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호 민생팀장은 금융 지원책의 한계를 명확히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팀장은 3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사실 매출 하락이 원인이기 때문에 대출을 해주거나 금리를 낮춰주거나 그러면 당장 시급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긴 하다”면서도 “실제 매출 하락으로 인한 고정 비용 부담 즉 인건비나 임대료와 같은 걸 해결하기 어려워서 금융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금리 대출을 많이 해주는 것은)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에 실효성있는 대책으로 확 와닿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임대료나 인건비는 지금 당장 나가는 돈인데 대출받아서 막는다고 바로 해결되기 어렵다. 언젠가는 갚아야 할 자금이 들기 때문에. 물론 그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금융 지원책도 그 나름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조적인 측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팀장은 “보조적인 대책이고 버틸 수 있게 하는 대책이라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며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하고 동시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실제 소비자들이 현장에 가서 돈을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의 조언처럼 이미 금융당국은 최대한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금융위는 민간 은행들이 코로나 위기 대응용 소상공인 대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심사에 너무 까탈스럽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즉 대출 조건에 미진하거나 좀 더 확인할 서류들이 많음에도 일단 코로나로 자영업자들이 너무 어려우니 해주고 보라는 것이다. 혹시 이로 인한 부실 대출과 상환 문제가 발생해도 담당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대출 독려책이다. 물론 담당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다. 아울러 금융위는 금감원 실무자들과 ‘합동 현장지원반’을 설치해서 어떻게든 되는 방향으로 독려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일 은행연합회에서 5대 은행지주사 회장들(KB·신한·하나·농협·우리)과 만나 “제대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가 직접 발 벗고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3일 같은 자리에서 전국 19개 은행장들을 만나 “과거 은행권에 대해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쓴소리가 있었다”며 “소나기가 쏟아질 때 튼튼한 우산이나 피할 곳을 제공해주는 든든한 은행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가운데)은 금융 지원책의 최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민간 은행들에게 적극적인 대출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금융 지원책의 고삐는 최고치로 올려졌다. 

그럼에도 근본적이지 않다. 결국 갚아야 할 돈이고 아무리 조건을 완화해도 조건에 미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삶에 치여 지원책의 존재를 알지 못 하거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심사 기회조차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재난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다. 

김 팀장은 “지금 현재로서는 그렇다면 소상공인을 위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 방안이 있느냐라고 했을 때 최근 특별 재난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던데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이긴 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두 권의 기본소득 책을 쓴 오준호 작가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난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라며 “기본소득이 필요한 건 지금 당장이 아니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난 직후다. 그때가 무서운 거다. 지금 쉬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쉬고 난 다음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실은 지금은 쉬는 것이 곧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이다. 자의가 아닌 이유로 경제활동을 쉬었는데 그 다음달에 좀 적으나마 급여가 나올 거라 기대할 수 있다면 그건 일종의 특권이다. 공무원이거나, 정규직이거나, 그럭저럭 규모 있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허용되는 특권”이라며 “경제활동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알바, 계약직, 프리랜서, 자영업자에겐 그런 특권이 없다. 그들은 한 달 쉬면 다음 달엔 무소득”이라고 묘사했다.

아직 완전 공개되지 않은 정부 추경안에 대해 오 작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늘리고 자동차 소비세 인하하고 휴가비, 문화관람비를 주겠다니 어이가 없었다. 기회에 감세, 기회에 규제완화, 기회에 관광산업 살리기인가”라며 “이 제안을 추경이라고 내놓은 사람들은 다음달 월급이 안 나올 수 있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오 작가는 “기본소득 같은 대책 없이는 재난 직후 우리 사회 불평등은 최악으로 치닫을 게 분명하다”며 “지금이 기본소득 줄 때고, 지금이 증세할 때고, 지금이 부를 재분배할 때다. 재난 공동체의 이름으로”라고 글을 마쳤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부총리에게 기본소득이란 화두가 놓여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주현 민생당 의원의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추가경정예산에 그런 취지의 사업들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저소득 계층에 대해 지원해주는 내용과 아동수당 대상자는 추가 지원해주는 게 그런 취지의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기본소득으로 명명한 새로운 예산 항목을 추가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논의해볼 만큼의 용의를 갖고 있지는 않다. 딱 그런 취지의 조건부 수당을 늘리는 것으로 퉁치려는 느낌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당장 도입하기 어렵다면 기본소득 담론에 공감하고 진지하게 논의해볼 성의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문재인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들 중에서 그런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미 추경에 기본소득의 취지를 살린 조건부 수당들이 충분히 편성됐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팀장도 “(당장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그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이고 얼마를 줄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걸 실현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대표격인 유승희 의원이 이번 총선 지역구 경선에서 탈락하는 등 여당 차원의 논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이 “정책적 상상력에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과감하게 결단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공언했듯이 뭔가 결단의 첫 테이프를 끊어볼 타이밍이긴 하다. 

김민아 경향신문 선임기자는 2일 출고된 칼럼을 통해 “홍 부총리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책은 언젠가 본 듯한 대책의 나열이었다. 담대하고 파격적인 상상력은 없었다. 임대료를 내리는 건물주에게 인하분 절반만큼 소득·법인세를 공제하는 착한 임대인 지원책은 고소득 임대인일수록 감면되는 세금이 늘어나는 역진형”이라며 “자동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깎아주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올려주고, 휴가·문화·관광 쿠폰을 지급하겠다는 소비 진작 대책 역시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에겐 먼 나라 얘기”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감염학회 등 방역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며 집에 머물라고 권한다. 그들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러 나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터다. 문제는 생계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가족돌봄휴가를 활용할 수 있는 노동자는 소수”라며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 하는 이들도 잠시 멈춰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2주간 일하지 않고도 밥먹고 월세 내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역 대책이자 공동체의 신뢰를 단단하게 하는 길이다. 한 번 해보자. 코로나 기본소득제 명칭이 기본소득이냐 국민소득이냐 비상생계비냐, 대상이 온 국민이냐 2000만명이냐 1400만명이냐, 액수가 50만원이냐 30만원이냐는 부차적 문제다. 지금은 통상적이지 않은 비상 상황이다. 초유의 위기는 초유의 결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