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는 그 자체로 총선과 직결된다. 미래통합당(통합당) 중심으로 보수통합이 완료된 것 같았지만 아직 극우정당들이 독자 행보를 밟고 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총선에서 미약하게나마 보수 표심이 갈릴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려는 시그널을 공식화했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과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민생당 소속)은 그 지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들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에 대한 단상을 짚어봤다.  

이 대변인은 “사실 이번에도 태극기여 단결하라. (통합당 안에 유승민계를 비롯 비박계가 있고 그들은) 박근혜를 버렸던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그들과도) 단결하라고 단결을 주문한 것”이라며 “그것 자체가 국민을 갈라치는 언어다. 갈라치는 메시지다. 전체 국민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라 태극기를 들었던 수구보수 세력을 향한 메시지이고 분열을 낳고 조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4일 오후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공개된 옥중편지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나라가 매우 어렵다.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 보여주시기 바란다.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나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라는 대목이다. 

이미 일정 정도 통합된 보수진영이지만 친박계 극우정당들도 대세인 통합당과 합치라는 것이다. 이에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는 자유공화당과 홍문종 대표가 창당 절차를 밟고 있는 친박신당 모두 바로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변인: 전문을 다 읽어봤다. 

정 위원: 이건 박근혜의 글이 아니다. 

이 대변인: 아주 정갈하고 전략적이다. 

이 대변인: 개인의 지적 수준으로 썼다기 보다는 상의를 해서 한 것 같다. 그 사람은 개인이 아니라 보수진영의 한 축을 갖고 있으니까. 

정 위원: 한편으론 박근혜가 감옥에서 뭘 했겠는가. 계속 신문보고 뉴스를 챙겼을 것이다. 

이 대변인: 드라마만 본 것 아닌가? 

정 위원: 약간 지적 능력이 조금 번쩍이던 때로 돌아온 것인지 물론 그때도 최순실이 뒤를 봐줬지만. 아마 초고를 쓰고 유영하 변호사가 보고 다시 훑어보고 검토한 뒤 최종 확정한 것 같다.

편지에 보면 “지난 2006년 테러를 당한 이후 나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고 그 삶은 이 나라에 바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부분이 있다.

과거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하는데 이 대변인은 “커터칼 테러 이후로 내 목숨이 내 목숨이 아니라고 하던데 사실 그렇게 국가와 결혼하고 국민을 위해 살았던 사람이 국정농단을 일으키고 특정 세력과 개인의 이익에 복무했다. 어쨌든 국정농단으로 재판을 받았던 범죄자 신분이고 국민과 국회에 의해 탄핵당한 사람인데 이제 와서 무슨 국가와 민중을 위해 살아온 것처럼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그래서 내가 역겹다라고 논평에 썼다”고 비판했다.  

사실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힘입어 문재인 정부의 평균 지지율은 80%에 육박했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 리스크 관리 실패 및 불경기 분위기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코로나19 위기 등을 겪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장악 능력은 약화됐다. 지지율도 40% 중후반대다.

정 위원은 “문제는 박근혜의 이런 발언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게끔 만드는 현 문재인 정부의 문제가 크다”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항상 촛불 정부다 뭐다 이렇게 하는데 촛불을 낼름 가져와서 자기들 배불리는 데에만 다 써버리고 그 촛불로 인한 사회의 변화나 적폐청산 등 여러 가지 나라다운 나라라는 이런 약속들이 다 어디로 갔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의 그런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예전 같았으면 다들 혹평 일색이었을 것인데 심지어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도 거리를 뒀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걸 가지고 야권 집결의 호재라고 말하게 되는 지경이 된 것은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도 “지금 박근혜도 그렇고 통합당도 그렇고 예전에 국정농단에 대한 촛불로 이어지면서 드러났던 잘못했던 것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 했기 때문에 그게 살아서 처음에는 쥐죽은 듯이 살다가 언젠가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이제는 문재인 정권을 심지어 탄핵하자고 타도하자고 나아가고 있다”며 “그것은 정 위원의 말씀처럼 문재인 정부가 개혁의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고 공약했던 것처럼 노동존중이라거나 사회 대개혁을 해나갔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2016년 10월말부터 2017년 5월 조기 대선 정국을 거쳐 2018년 지방선거 때까지 그 기간을 돌이켜봤을 때 3년여만에 박 전 대통령의 부활이 이뤄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정 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저항이 덜한 상태에서 국민적 지지가 가장 높은 상황에서 촛불 대세에 그중에는 범진보 플러스 중도 세력 거의 대다수에 심지어 보수까지도 포함되어 역대 이러한 이 정도의 환경을 갖고 출범한 정부가 없었다”며 “심지어 남북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타서 지방선거도 압승했다. 지방 권력을 그렇게 잡은 것도 한국 정치 역사상 유례가 없다. 그 정도까지 됐으면 이미 국민들은 충분히 문재인 정부가 역량을 보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내부의 적폐청산도 제대로 못 하면서 외부의 적폐청산만 외치다 보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제는 한국 보수에게 아픈 고리다. 다시 뭉치는 것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이 대변인: 탄핵의 강을 건너냐 안 건너냐의 문제로 그동안 보수진영 안에서 ‘절대 박근혜 탄핵 찬성한 세력들과 함께 할 수 없어’라고 강경했지만. 지금 박근혜가 이렇게 오더를 내림으로써 지금 같이 하셔야 합니다.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뭉쳐주십시오. 이렇게 자기 지지 세력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정 위원: 탄핵의 강을 건넜다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 강이 아니라 탄핵의 태평양이다. 탄핵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로 하여금 그 당시까지 권력을 쥐고 있었던 당시 새누리당의 정치 권력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심판을 이미 내렸다. 그 부분에서 어떠한 정치적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만으로 모인다는 것은 그들의 본심을 정확하게 얘기하면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이겨야겠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박 전 대통령도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들도 많았다”고 거론했다.

그 대목에 대해 정 위원은 “(통합당이) 현재 민주당을 못 이길 것 같다는 것이고 민주당을 이기기 위해 일단 합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당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통합당 자체가 도로 새누리당이자 도로 박근혜당이고 이번에 박근혜가 옥중에서 통합당 지지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더 극명하게 빼박캔트로 도로 박근혜당 도로 새누리당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위원은 “현재 통합당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선거에만 집중해서 뭔가 정치적인 비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그걸 못 하고 있는데 선거 승리에만 너무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내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비박계(유승민 통합당 의원 등) △구 안철수계(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사실상 지금 상황에서 공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기가 어렵다.

정 위원: 모든 것들에 다 선행하는 것. 탄핵의 태평강도 건널 수 있는 것. 그것은 당선이다.

이 대변인: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식의 명분도 없고 국민 민심도 없는 오로지 자기 당선만 바라보고 이합집산 하는 것을 수십년 동안 지켜보고 있다. 이번에 결국은 통합당이 심판 대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못 하고 경제가 어렵고 코로나19로 힘들어져도 여전히 통합당이 심판의 대상이다.

극우정당들까지 합치면 정말 통합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 대변인은 “국민이 촛불 들고 만들고자 했던 사회가 있는 것이고 그 열망 자체가 그대로이기 때문에 그 이후로 물론 한창 촛불할 때만큼 타오르지 않더라도 그것은 총선에서 반드시 보여질 것”이라며 “아직 완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하고자 했던 뜻이. 당연히 뭉치면 자기들끼리 표 갈라먹는 것 방지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 자체로 다시 재탈환을 하게 놔둔다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목해야 할 포인트 중에 ‘형 집행정지’와 ‘유 변호사의 공천’이 있다.

정 위원은 “남은 갈등의 불씨는 뭐냐면 검찰이 박근혜를 형 집행정지로 풀어주는 것인데 그러면 정국에 엄청난 파급력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반 통합당 진영이 결집하게 되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도 감옥에서와는 달리 훨씬 더 자유롭게 현안마다 메시지를 시시콜콜 내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통합당 내 유승민계와의 갈등도 표면화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통합당으로 잠시 의탁한 중도 표심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 변호사는 통합당이 출범한 2월17일 기존에 갖고 있던 자유한국당 당적을 내놨다. 

정 위원은 “통합당이 출범한 날 유영하가 탈당했다. 이 말은 유승민이 들어온 것에 대한 일종의 불만이고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어제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은 그 사이에 박근혜의 입장이 변했다는 것”이라며 “나름의 불만도 내비치다가 극우쪽에 힘을 실어주려고 했었는데 그쪽의 움직임이 썩 만족스럽지 못 하니까 여전히 가장 큰 정당인 통합당이 더 낫다라는 그런 식으로 입장을 바꿨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말 그대로 유 변호사를 고리로 방향이 급변했는데 정 위원은 “유 변호사가 통합당에서 공천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며 “TK(대구경북)에 보내면 당선이 확실하니까. 그런 식으로 뭔가 딜이 이뤄져서 지금 입장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