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음력 7월 15일이면 전국의 사찰에서 큰 법회가 열린다. 바로 우란분재(盂蘭盆齋)이다.

우란분재란 거꾸로 매달려 고통을 받고 있는 악도의 중생을 위해 재를 베풀어 구하는 불교의식이다. 또한 중생의 전도(顚倒)된 가치관 즉, 어리석어 세상을 잘못보고 거꾸로 착각하는 중생심을 버리고, 지혜의 자성광명으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거꾸로 살아 온 자신의 모습들, 즉 세속의 가치를 쫓아 참된 가치를 버리고 있었던 일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짓밟았던 일, 부모님에게 불효한 일이나, 부처님 말씀을 믿지 아니하고 어리석게 행동했던 일 등 자신의 거꾸로 된 잘못된 모습을 바로 세우는 데 참뜻이 있는 것이다.

우란분재의 역사적 기원은 부처님 재세 시에 목련존자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목련존자의 구모생천(求母生天)’이라 하여 널리 회자되어 왔으며 ‘목련경’과 ‘우란분경’에 자세히 설해져 있다. 우란분재 또는 우란분회(盂蘭盆會 : 우란분법회), 우란분절(盂蘭分節)은 이들 경전을 근간으로 유래된 재(齋) 또는 법회로 불교의 5대 명절 가운데 하나이다.

음력 7월 15일은 또한 백중날이다. 이날에 우란분재를 행하면 현재의 부모는 수명이 백 년이고 병이 없으며, 모든 고뇌와 근심이 없게 하고, 과거 7대의 부모는 아귀의 고통을 떠나서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나서 복과 낙이 다함이 없게 된다고 한다.

종묘에 이른 벼를 베어 천신을 드렸던 것에서 유래해 백중날 집에서는 익은 과일과 채소로 조상의 사당에 천신 차례를 지냈다. 절에서는 재를 올려 부처님께 공양하고 불자들은 우란분재를 베풀어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조상의 천도재를 올렸다. 그리고 공덕을 짓기 위해 방생을 하거나 선행을 했다. 각 지방의 민속에 보이는 공동 우물 청소나 마을 청소를 하고 부유한 집에서 음식과 술을 내어 온 동리 사람들에게 대접한 것도 방생과 공양의 의미를 되새긴 것이다.

또한 백중은 세벌 김매기인 만두레를 마치고 추석 전까지 따가운 햇살에 곡식이 영글고 익어가기를 기다리는 일시적 농한기이자 풋과일과 채소가 수확되는 풍요로운 때로 농민과 머슴들이 힘든 일손을 놓고 각종 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이는 계급제도에서 핍박받던 하층민이 힘든 노동에서 해방되어 잠시나마 놀이와 휴식으로 즐길 수 있던 민속노동절이었다.

조계종포교원 포교연구실에서 펴낸 ‘우란분재’(조계종출판사)는 백중이 우리 전래의 세시풍속과 불교의 우란분재가 만나 이루어낸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민속 가운데 하나였음을 드러낸다. 나아가 과거 농경사회와 달리 오늘날 산업화, 도시화된 사회에서 백중의 깊은 의미와 전통은 새롭게 재해석되고 현대적 모습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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