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국내 ‘투톱’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 안팎으로 악재가 겹쳤다.

두 항공사는 코로나19 여파로 한국과 미국·유럽을 오가는 하늘 길이 줄줄이 막히고 있는데다 대다수 국제선 운항을 줄이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다 대한항공은 이달 말 남매간 경영권 대립의 정점이 될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으며 아시아나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매각작업을 앞두고 불리한 여론을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눈치보기에 나섰다.
 
대한항공·아시아나 코로나 사태로 미주·유럽 46개 중 40개 멈춰…업계 타격 심각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해외에 취항한 114개 도시 중 84개 도시, 아시아나는 64개 도시 중 51개 도시에 대한 운항을 중단하거나 감편했다. 비운항하거나 감편한 도시의 비중은 대한항공은 73%, 아시아나는 79%에 달한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주·유럽·대양주 노선 46개 중 40개는 운항을 멈췄거나 편수를 줄였다. 전체 노선의 86%로, 해당 노선들은 다음 달 말까지 운휴를 이어간다. 두 회사는 추후 상황에 따라 추가 감편과 중단을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미주와 유럽 노선 취항이 멈추며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아시아나의 경우 중국 노선 비중이 34%에 달하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노선은 26개 노선 중 단 2곳만 정상 운영하고 있다.

지난 달 부터는 항공 여객 수도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국제선을 이용한 국내 여객 수는 376만2125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42만7375명)과 비교해 약 47% 감소한 규모다.

이번 코로나19가 앞선 전염병 사례보다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지난 2015년 발병한 메르스의 경우 5월 초 첫 확진자 발생 후 4~5개월 뒤인 8~9월부터 전 노선이 운항을 재개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7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에 대해 3000억원의 긴급 융자 지원 및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유예 등 지원책을 내놓으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빠져 있었다.

이후 저비용항공사(LCC)에 집중됐던 피해 대형항공사(FSC)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이자 국토부는 지난 3일 긴급히 국내 모든 항공사 사장단을 불러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여객 수요 회복과 노선 정상화시기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 종식은 후순위로 두더라도, 현 상황이 얼마나 더 커질지 몰라 당장이 걱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무급휴직, 임금삭감, 희망퇴직 등 막대한 피해가 업계 전반을 덮치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면서 “저비용항공사 대형항공사 전부 긴급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일 아시아나항공은 운항 승무원과 객실 승무직, 정비직을 비롯해 일반직 등 모든 직종을 상대로 이달 안에 무급 휴직 10일을 집중 사용키로 했다. 월급의 33%를 반납하는 셈이다. 한창수 사장은 급여전액을 반납하고, 임원은 급여의 50%, 조직장은 30%의 급여를 반납한다.

종전 자구안에서 사장은 40%, 임원 30%, 조직장 20%의 급여를 반납하기로 한 것에서 급여 반납 비율을 더 높인 것으로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자구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여행업계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한층 더 강화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까지 특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전체 매출의 30% 비중을 차지하는 미주노선 감축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사진=각 사)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사진=각 사)

대한항공, 주총 앞두고 조원태-조현아 경영권 대립···아시아나, HDC 인수과정 ‘눈치보기’

이밖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내부적으로도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주총을 앞두고 조원태 회장 남매간 경영권 대립이 한창이며 아시아나 역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매각작업을 앞두고 실적악화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눈치보기에 나섰다.
 
최근 KCGI·조현아·반도건설 3자 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은 서로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주 명부 폐쇄(지난해 12월26일) 이후 추가로 매입한 지분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양측이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이후 임시주총이나 내년 주총까지 염두에 둔 행동으로 풀이된다.

양측 간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가 향후 KCGI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KCGI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그룹 경영진을 질책하며, 대한항공의 실적을 이유로 들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 대비 부채비율은 높고 수익은 낮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은 “부채비율이 올라간 것은 리스 회계 기준 변경 및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순차입금은 수천억원 감소한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나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가 오는 4월 예정된 HDC산업개발의 인수 마무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될까 염려하는 모습이다.

HDC 측은 아시아나 인수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아시아나 내부에서는 실적 악화로 인해 인수 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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