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 사유 제한
인터넷은행 갈 길 멀기만 하다

[중앙뉴스=박광원 기자]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기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길이 막혔다.

대한민국국회.(사진=중앙뉴스 DB)
대한민국국회.(사진=중앙뉴스 DB)

국회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국회가 파행을 빚고, 미래통합당이 인터넷은행법 부결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나가면서 본회의는 정회됐다. 돌발변수의 등장에 '타다 금지법' 등 안건 160여건의 처리가 지연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이날 재석의원 184명 가운데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부결됐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할 때 결격 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전력을 삭제하고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최대주주 요건을 확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어서 법안이 통과되면 KT를 중심으로 주주사들이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법안 부결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해당 법안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도 자연스런 수순으로 예상됐으나,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통합의원모임, 정의당에서 대거 반대·기권표가 나오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특히 여야는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같이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판매행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민주당이 처리를 주장해 온 법안이다. 이 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되기 직전에 의결돼 통합당이 주장해 온 인터넷은행법 개정안만 무산된 셈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대상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을 빼는 것은 KT라는 특정기업을 위한 분명한 특혜라며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불법기업의 면죄부가 돼선 안된다"고 밝혔다.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의 부결 조짐은 표결 전 찬반토론에서 나타났다. 토론에 나선 4명 중 3명이 반대 의사를 보였다.

민주통합의원모임 채이배 의원은 별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고, 이번 개정안은 독과점, 갑질,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친 자도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통합당 정태옥 의원은 인터넷은행에 투자하는 기업은 대부분 포털을 운영하거나 인터넷 전문 산업자본인데 현실적으로 공정거래법 및 독점 관련 법률에 대부분 묶여 있다며 개정안 처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해당 법안이 부결되자 통합당은 민주당이 패키지 처리 합의를 깼다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고 본회의가 정회됐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반대 당론으로 투표한 것이 아니고 각자 소신에 맡겼다"며 부결이 자유 투표에 의한 결과임을 강조했다.이와 관련해 이미 정무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인데도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당내 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종석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회견을 열어 민주당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심 원내대표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합의를 파기하는, 신뢰를 배반하는 작태는 도저히 용서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패키지로 묶여 있던 인터넷은행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의 의안 처리 순서가 바뀌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이미 먹었다, 인터넷은행법은 막았다, 임무 달성했으니 튀자'는 먹튀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입장 자료를 내 "국회의장은 해당 법안들의 진행순서에 대해 일체 관여한 적이 없다"며 "법사위 의결 후 의사국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 순서 그대로"라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는 결국 속개되지 못했다. 양당은 원내지도부 간 협의를 거쳐 6일 오후 4시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당 윤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양당 협의정신이 훼손되고 국회 신뢰에 금이 간 것에 대해 내일 공개사과하고, 오늘 부결된 인터넷전문은행법안은 다음 회기 때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여야가 4월 임시국회 등 다음 회기에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 처리가 지연된 법안 중에는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공군 병사의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병역법 개정안, 가습기살균제 피해 범위를 확대하고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가습기살균제특별법 개정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종교집회 자제촉구 결의안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 착취물 동영상 공유 등 디지털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가상자산과 관련한 자금세탁 의심거래 모니터링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 고등법원 부장판사직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이 처리됐다.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후 협의를 이어간 끝에 법안 처리 불발에 대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사과, 해당 법안의 다음 임시국회 처리를 전제로 6일 본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날 채이배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경제개혁 시민운동을 하는 동안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반대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되고는 금융 혁신, 신산업육성이라는 시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면서 현실과 타협하여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2017년 제가 정부에 제시한 타협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기존 4%에서 50%까지 무작정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34%까지만 확대해 경영권은 경영권대로 확보· 유지할 수 있도록 하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대주주가 바뀔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재벌만큼은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법사위에 보임하자 정무위에서는 은산분리 기준 지분율을 34%로 완화하는 동시에 재벌까지 은행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금융혁신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것을 수용하더라도, 재벌이 은행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원칙이 무너진 법 개정이었다.

따라서 채 의원은 은행은 국민들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 은행의 신뢰는 대주주의 도덕성과 신뢰에서 나온다는 원칙이다. 세계가 변화되는 것을 파악하고 이번 기회에 인터넷은행의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 것이 현실이다. 국회는 지헤롭게 잘 대처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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