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특혜법’ 본회의 부결 미스테리? “의원들의 양심”
‘KT 특혜법’ 본회의 부결 미스테리? “의원들의 양심”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3.06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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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 의원이 설명하는 분위기
KT 위한 특혜법 ‘해도 너무 했다’
보수적인 의원들도 반대표
다음 회기 때 다시 상정해도 어려울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에서는 ‘법안소위(법안심사소위원회)만 넘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입법 절차의 첫 단계인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만장일치 합의로 의결시키는 관행을 뚫는 게 중요하고 그것만 되면 본회의 통과까지 시간 문제다. 물론 100건당 1건씩 예외 사례가 있다.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이 부결됐다. 재석 184석 중 찬성 75표와 반대 82표였다. 기권은 27표다. 이미 여야 교섭단체 지도부의 합의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문턱까지 넘어섰지만 저지된 이유가 있다.

그 법은 “해도 너무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제윤경 의원은 6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보기엔 의원들 다수가 양심적으로 이거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윤경 의원은 인터넷은행법 부결에 대해 의원들의 양심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제윤경 의원은 인터넷은행법 부결에 대해 의원들의 양심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다음은 제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민주당 내에 인터넷은행법 반대파 의원들이 좀 있었지만 분명 소수였는데 왜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보는가? 
A:
일단 여야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은산분리를 완화시키는 1차 법안을 논란 끝에 통과 시켰는데(2018년 9월20일)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가 근본적인 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얻기에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어서 법을 만들어줘도 대주주가 될 자격이 안 되는 것이다. 미통당(미래통합당)이 그 인터넷은행에 한해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어도 대주주 자격을 문제삼지 않는 것을 아예 KT만을 대놓고 타겟팅해서 특혜를 주자고 하는 것은 너무 노골화했고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보기엔 의원들 다수가 양심적으로 이거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사실상 KT만을 위한 인터넷은행법 2차 법안은 2019년 5월24일 미래통합당 의원 11명(김종석·경대수·김석기·김선동·김용태·김진태·김학용·박맹우·박성중·정태옥·추경호)이 발의했다.

Q: 경제 문제에 있어서 보수적인 의원들도 상당수 반대를 했더라?
A: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의원들 중 상당수가 보수적인 의원들도 있다. 예를 들어 특경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안 되고 공정위법은 되고 이런 게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법률적 안정성은 너무 떨어지고 입법 기관으로서 양심에 거스르는 법인 것이다. 그게 개개인 의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Q: 아무래도 KT 광고 물량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언론 지형을 보면 국회가 가로막았다는 식으로 프레이밍 되어 있다고 보는가?
A:
KT가 가로막힌 게 아니라 KT가 범죄를 저지른 게 문제다. 법을 어겼고 한 기업의 위법한 내용까지도 법으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법을 설계하는 게 나는 참 미통당이 해도 해도 어떻게 보면 이건 법률을 너무 지나치게 기업을 위해서 마음대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다. 말이 안 된다. 

Q: 어쨌든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 토스, KT 등 인터넷은행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사업자들 중에 KT만 대주주 자격을 못 얻게 됐다. 
A:
KT가 예를 들어서 그 법 하나 때문에 걸려서 지금 너무 너무 잘 하고 있는데 막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기엔 은행업 자체에 대해서 경쟁력에 의구심이 든다. 출자를 통해서 더 적극적인 자본 확충을 못 해서 사업이 안 된 것이 아니라 아이템 자체가 새롭지 않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 완전 다르지 않은가? 

Q: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혁신 사업을 하려고 했다가 규제에 막혔다는 프레임이 좀 있는 것 같다.
A:
위법사항을 눈감아주고 법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 과연 혁신인가? 어쨌든 그 인터넷은행 인가 관련해서 법을 만들고 그 이후에도 한 차례 인가 과정에서 기업들이 한 군데도 안 됐을 때도 있었다. 법 때문에 안 된 것이 아니라 지금 시장에서 실제로 인터넷은행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혁신 스타트업이 얼마나 많은지 판단을 해봐야 한다. 일단 법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논리도 일견 타당성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그 법이 된 이후에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되고 너도 나도 하려고 한다는 이런 수준까지는 아니다. 그런 것들이 좀 아쉽고 물론 최근에 토스가 인가를 받았는데 토스는 공정거래법 위반 내용과 관련해서 해당사항이 없다. 

Q: 이미 은산분리 규제를 한 번 완화해줬음에도 안 됐다는 것은 전적으로 KT의 책임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A:
담합이든 뭐든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없고 그런 기업을 위해서 이 법이 시작부터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에 대해서 여러 위험성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토스 같은 좋은 사례도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성이 있는데 그걸 굳이 다시 또 KT를 위해서 대주주 적격성을 추가로 법 위반에 대해 용인해주는 특혜성 완화 조치를 해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4월26일 KT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 등은 2015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공공기관이 발주한 총 12건의 전용회선 사업 입찰에 들러리를 내세워 고의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막판에 빠지는 방식으로 담합 행위를 했다. 

무엇보다 KT는 2015년 4월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 사업에 낙찰을 받았는데 다른 경쟁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세종텔레콤은 들러리를 섰다. 공정위는 KT가 공공분야 전용회선 시장 점유율 38%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담합을 주도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Q: 어쨌든 여야 교섭단체 지도부의 합의로 법사위 문턱까지 넘었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과 패키지로 통과시키자고 했는데 금소법만 통과됐고 인터넷은행법은 부결됐다.   
A:
의원들이 잘 판단한 것이다. 이걸 뭐 민주당이 딜을 어겨서 마치 민주당이 배신했다고 하는데 사실 당대 당 협상도 중요하지만 300명 한 명 한 명 의원들이 입법기관인 점도 중요하다. 이게 우리 당 당론도 아니었는데. 이게 중요한 것은 보수적인 지상욱 의원(미래통합당 소속)도 이 법을 반대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고려해서 굉장히 거세게 반대를 했었다. 

Q: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사항을 깼다는 미래통합당의 반발을 감안해서 몸을 사리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다음 회기 때 다시 개정안을 올려서 통과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A:
차후에 국회 운영을 위해서 어쩔 수 없으니까 그렇다. 미통당도 그런 선택(개정안 재발의)을 하기에 아니 진짜 국회가 최종 선택한 그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는 법안을 다시 한 번 올린다? 그러면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어떻게 하는가? 뭐 몇 달 사이에 소신을 바꾸는가? 사실 의원들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Q: 본회의 표결 직전 반대 토론을 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있지만 채이배 민생당 의원의 토론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A:
정말 설득력있게 KT의 문제점을 잘 짚어주시더라. 의원들의 양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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