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와 편의점
학습지 선생님과 학원 강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의당의 한 당직자가 행사 말미에 할 말이 있다고 손을 들었다.

“참석해주신 기자들에게 한 마디 드리고 싶다. 저희가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도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그중에 하나가 현장에 있는 분들의 말씀을 기자들이 생생히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미 힘들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서) 새삼스럽지만 여러 고통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여러 정책적 갑론을박을 할 게 아니란 걸 몸으로 체감했다.”

정의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피해 당사자에게 듣는다 코로나 비상 민생대책회의>를 열었다. 

정의당이 코로나19의 직접 피해자들을 국회로 초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의당이 코로나19의 직접 피해자들을 국회로 초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10일 10시 기준 확진자 7513명에 사망자 54명 수준이다. 그나마 확진자 증가세가 100명대로 줄어들었다. 증가‘세’가 줄었다는 것이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민생 경제는 처참한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다. 고용관계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사실상 고용되어 일하는 개인사업자, 소규모로 장사하는 자영업자 등등. 

재난은 철저히 불평등하게 고통을 안겨준다. 그래서 재난 기본소득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형성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안은 문제가 많다. 일단 피해 당사자들의 절규를 있는 그대로 들어볼 필요가 있다.

①박은호 한국마트협회 수석부의장
“한국마트협회 회원사의 사례만 들어서 말씀드리면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냐면 확진자가 1명만 다녀가도 매장을 폐쇄하고 소독을 한다. 1.5일에서 이틀 정도 영업을 못 한다. 사용자나 직원 중에 1명만 확진자가 있으면 14일 폐쇄다. 얼마나 심각하냐면 소독을 하고 폐점을 한 뒤에 재오픈을 하면 그 지역에 소문이 난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고 소비자들이 안 온다. 기존 매출의 20~30% 매출 밖에 안 나온다. 매출이 안 나오니 가장 큰 문제는 고용 유지가 안 된다. 불가능하다.” 

“여기에 간단한 답이 있다. 그 마트에서 그 슈퍼에서 다시 마스크를 팔면 손님이 모인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공적 공급을 위해 마스크를 다 뺏어갔기 때문에 한 개도 없다. 마트는 다시 매출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한 가지만 부탁드린다. 확진자가 다녀갔거나 폐점됐던 매장에서 마스크를 팔 수 있게 해달라. 그러면 구매자가 다시 살아난다. 이 시점에서 4대 보험료의 사용자 부담분을 완화가 아니라 전액 면제를 해줘야 한다.” 

“할 말 참 많은데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지금 일자리안정지원자금이 210만원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가장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일자리안정지원자금을 현실성 있게 300만원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그래야 그분들도 소비를 하고 그 돈이 활성화 선순환 될 수 있다. 실핏줄 같지만 그 핏줄이 돌아서 지역을 따듯하게 만든다.” 

(사진=박효영 기자)
마트와 편의점과 같은 생활 유통점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직군들 중에 대표격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②장영진 한국편의점네트워크 회장
“마트와 비슷한데. 내가 오늘 좀 지각한 이유 중의 하나가 저희 직원이 독감을 걸렸다. 야간 근무를 서야 하는데 감기 걸렸다고 한다. 어떡하냐고 하길래 쉬게 했고 내가 대신 좀 근무를 서고 교대하고 와서 늦었다.” 

“다들 어려운데 어려운 점을 말하면 한도 끝도 없다. 대면하는 일들을 많이 하다 보니 마스크 문제를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직원들이 쓸 마스크조차 부족하다. 나는 4일 정도 쓰다가 버린다. 요즘 요일제별로 한다고 하던데 어려워서 매출이 떨어지니까 근무자 고용 창출이 어렵고 그러다 보니 솔직하게 말하면 마스크를 사라고 할 시간조차 없다. 8시간에서 많게는 14시간까지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근무자들이 독감이 걸리면 또는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안 나오겠다고 하면 주휴수당을 줄 능력 뿐만이 아니라 기본급도 줄 능력도 안 되는 상황이다. 매출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고용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고 (어떤 알바생은) 그걸 악용해서 노동청에 신고해서 가뜩이나 힘든데 그런 식으로 이중고를 겪는 상황도 있다. 근무자가 쉬면 실 운영자가 30시간이나 36시간 살인적인 근무를 서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③오수영 학습지노조 위원장
“학습지 교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다들 알 것이다. 가가호호 직접 방문한다. 나도 주 5일을 다 일하지 않지만 자주 나가는데 내가 가르치는 유아가 80%다. 내가 사는 지역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해서 수업을 다 진행하지 못 하고 있다. 그러면 급여가 없다. 어떤 분들은 지난달 마감을 하면서 본인이 갖고 있던 보험을 깨서 마감을 했다고 하더라.” 

“2월도 어찌 어찌 지나갔는데 이 상황이 장기화 됐을 때 학습지 교사는 고용이나 생계나 모든 부분에 있어서 많이 불안하다. 학습지 회사들은 다들 100대 기업에 들어가는 대기업이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면 서비스가 없음에도 매출이 늘어난 곳도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적어도 한 달에 20일 정도 대면 서비스를 나가고 있다. 그런데 마스크 지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내가 있는 재능교육은 2월 2장, 3월 3장이다. 마스크를 개인적으로 구매할 수도 없고 회사 차원에서 지원이 안 된다고 한다.” 

“학습지 교사들이 다 쉬는 게 아닌데 나가면서도 불안한 게 내가 감염의 경로가 될까봐 불안하다. 예방용품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회사에서도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구매하기 어렵다는 답을 되풀이 중이다. 대면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맞는 실질적인 마스크 지급이 필요하다.” 

“3월부터는 내 급여가 반토막이 나고 4월에도 반토막이 날 것이다. 학습지 교사들은 여성이 많지만 대부분 가장이다. 가계를 이끌어가고 있고 여성들이 일을 못 하면 그 집은 무너져 내린다. 그런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저희는 정규직처럼 유급 휴직을 해서 70%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예방 용품을 지급받을 수도 없다. 회사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노조를 통해서 같이 대안을 찾아보자고 하지만 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회사들이 있다 보니 실제적인 교섭이 안 이뤄지고 있다. 생계와 안전 대책을 논의했으면 좋겠다.” 

(사진=박효영 기자)
학습지 수업 노동자와 학교 비정규직 교사 역시 막대한 피해를 강요당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④김정봉 금속노조 주얼리분회 분회장 
“나는 주얼리를 만들고 있는 귀금속 세공사다. 종로에는 700개~800개 정도 주얼리를 다루는 공장들이 운영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년 동안 매주 주얼리 노동자를 대상으로 상담하고 있는데. 최근 몇 달간 피해 상담이 급격히 증가했다. 대부분 사업자들은 30~50% 감봉이 시작됐다. 직원을 전체적으로 해고하고 소수의 인원을 다시 고용해서 원래 사업으로 돌리고 있다.”
 
“경기가 어려우니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한다. 90% 노동자들이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 하고 있다. 그래서 고용위험지원금을 신청하지도 못 한다. 그래서 취업 수당도 신청할 수 없고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 그러다보니 사업주들은 일부 4대보험 가입자들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절차인 두루누리지원사업이 단절될까봐 사직을 권하고 있다.” 

“작년 성북구 네모녀 사건이 있는데 그들이 주얼리를 업으로 다루던 분들이다. 청산가리로 음독 자살한 분들도 있다고 한다.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지원금을 전혀 못 받는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⑤정유정 교육공무직본부 특수교육지도사
“학교에서 장애인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특수교육지도사로 근무하고 있다. 학교에는 교원이나 행정직 이외에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크게 방학 중에도 일을 하는 상시노동자들이 있고 나처럼 방학 중에 나오지 않아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방학 중 비근무 직종도 있다. 이들은 말로만 무기계약직이지 실제 방학이 포함돼 있는 1~2월 7~8월에는 본인이 일한 만큼 급여를 받아가는 일당제 노동자와 다름 없다. 1~2월에는 거의 무급으로 생활하고 있다.” 

“저희도 학습지 선생님들처럼 보험 대출을 받아서 산다. 애초 나와 같은 사람들이 교육계에 발을 들인 것은 애초에 공교육이 도입될 때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여성 가장을 대상으로 하는 자활사업을 시작으로 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도 유난히 여성 가장이 많은 이유다. 그렇다 보니 1~2월에는 거의 급여를 받지 못 하고 있다. 그래서 3월에는 일정 부분의 급여와 제대로 된 한 달치 급여를 받을 수 있나 기다리다가 코로나로 학교가 개학을 미루고 있다. 그래서 방학 중 일하지 않는 노동자는 강제로 출근을 중지시켰다. 나갈 수 있음에도.” 

“교육청이 제시한 문건을 보면 유급 휴직을 권고하라고 돼 있지만 시도교육청이 방학이라도 한 것처럼 비정규직 노조원들에게는 무급을 강요하고 있다. 노조를 통해서 생계 급여를 요구하자 각 시도 교육청에서 나온 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받아야 될 임금을 선지급하는 가불 형태다. 먼저 주고 차후에 받아야 될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 쉽게 말하면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메우는 뗌질식 처방이다.” 

“안 그래도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임금 수준에서 내가 받은 가불을 되갚아야 하는 그 달에는 계속해서 재정 마이너스가 이어진다. 방학도 있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 심 대표가 말했지만 11조7000억원의 추경 중에서 지방 재정 교부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이 2900억원이라고 들었다. 그 돈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쓸 수 있음에도 교육청은 그걸 반영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유급을 권고해도 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그걸 강요하고 있다.” 

“송파 세모녀 사건의 원인은 무엇인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무급이 계속되면 송파 세모녀 사건처럼 사회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당국이 이러한 문제점에 관심을 갖고 책임을 갖고 임해달라.”

⑥양선희 교육공무직본부 학교급식조리노동자
“식당일이라도 나가고 싶은데 코로나로 사람도 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송파 세모녀 사건 이야기가 와 닿는다. 6년 전 그 사건은 내 일이 아니라서 가슴으로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뼛속깊이 느껴진다. 저희는 출근하고 싶어서 출근 투쟁을 하고 있는데 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이나 다수 교육청이 우리를 바이러스 취급해서 출입 통제 문구를 붙여놓고 막고 있다. 굉장히 많은 비참함을 느끼고 있다. 항상 교육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비정규직들은 정말 교육 가족이 맞는지 그 답을 듣고 싶다.”

(사진=박효영 기자)
일반 학원 강사들도 당장 수업 자체를 못 하는 상황을 맞게 됨으로써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⑦정유진 과학강사
“나는 저녁에는 학원에서 중학생을 가르치고 낮에는 마을학교 교사로 도서관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과학 강사다.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겨울방학 도서관 특강을 준비했고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특강을 하려고 했는데 과학 실험의 특성상 기자재를 미리 구입해야 하는데 결정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결국 카드 결제를 했다. 2월 초 개강하는 과학 특강이 코로나로 취소됐다고 도서관으로부터 문자 통보를 받았다. 어렵게 전화를 했는데 여름방학 때 다시 하자고 하더라.”

“방안 가득 35만원 정도의 과학 기자재들을 보고 한 숨만 나온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그 정도 여유도 없느냐고 한다면 고정 수익이 아닌 일한 만큼만 급여를 받는 상황에서 양가 부모님 생활비, 고등학생 두 자녀 학원비를 내고 나면 적금을 들 상황이 안 된다.” 

“나는 그나마 낫다. 동료 선생님은 동화 클레이(찰흙)를 하는데 첫 수업을 하고 정지가 되어 그게 다 말라버려서 전부 다 쓰레기가 됐다. 보드게임 선생님은 그걸 대여하는데 전부 다 대여비를 지불하고 빌려왔는데 수업이 취소되어 생돈만 날라가는 현실이다. 

“나와 같은 강사는 사회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투명인간이다. 추경 예산에는 민생 피해 지원에 최우선으로 반영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과 4당 대표의 공동 합의문에도 있다. 수 조원이 편성됐다는 추경 예산이 어떻게 누구에게 쓰이는지 나같은 강사에게도 혜택이 오기는 오는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 

“이제 2월24일 학원 수업마저도 못 하게 됐다. 아이들만 생각하는 좋은 원장 선생님이 손해를 감수하고 휴원을 결정했다. 인터넷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작은 학원은 실제 오프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저희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작은 학원들로 갈까봐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한다. 

“수업을 하지 못 하면 생계가 끊어지는 저희 강사들에게 무슨 금융 지원이나 세제 지원 이런 어려운 말들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고 딴나라 얘기 같다. 당장 생활비와 카드 대금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하다. 오래 걸리는 간접 지원보다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됐으면 좋겠다. 정말 빠듯한 삶이지만 꼬박꼬박 납세의 의무를 수행했다. 우리가 낸 세금 이럴 때 쓰라고 낸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에는 학교 말고도 도서관, 돌봄교실, 지역아동센터, 마을학교, 방과후지도, 공부방, 교습소, 학원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에 선생님들이 있다. 어디 하나 기댈 곳 없는 선생님들의 피부에 와닿는 지원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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