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미투 운동
동료들의 지지 선언문으로 대체
정치인으로서 지지하고 응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8년 초 서지현 검사와 김지은씨가 미투 정국을 열어젖히고 그 사이 조직적 성폭력의 온상으로 까발려진 게 연극계였다. 연극연출가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는 연극계의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문화가 어떻게 성폭력 왕국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11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녹색당은 전당원 투표 1·2차에 걸쳐 선출된 공식 비례대표 후보 6명(고은영·김혜미·성지수·천호균·최정분·김기홍)을 확정했다. 성지수 후보는 연극인이자 연극계 미투를 이끌어온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활동가다.

성지수 후보는 연극계 미투를 주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성지수 후보가 자신에 대한 연극계 동료들의 지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성 후보는 “가부장 끝판왕 모든 폭력이 그 어느 곳보다 살벌하고 폭압적이었던 연극계에서 미투 운동을 하던 사람”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누가 소리 한 번 내지 못 하고 죽어나가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국회에 들어가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같이 살자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나 하나 잘 살자고 내 동네 하나 잘 살자고 이야기하는 국회의원 이제는 필요없다”며 “그간 녹색당 신인 정치인으로서 주로 말과 글로 당원과 시민을 만나왔다. 그것만으로도 내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 분들이 있어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참 감사하다”고 밝혔다.

동료 연극인들은 성 후보가 나서서 판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용기있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할 수 있었고 가해자에 맞설 수 있었다. 

동료들은 그런 성 후보의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성 후보의 정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성 후보를 받아주는 정당이 녹색당인 것에도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그래서 좀 독특하지만 성 후보는 자신을 믿고 신뢰해준 동료들의 지지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발언 시간을 대체했다. 

퀴어 페미니스트 연극배우 A당원은 “진보신당 진성 당원이었고 노동당 당적을 가진 내가 채식주의자임에도 녹색당 가입을 미룬 내가 마침내 가입한 것은 성지수 때문”이라며 “내가 가지고 있는 한줌의 시민으로서의 권력을 누군가에게 맡긴다면 연극인으로서 미투와 블랙리스트와 지원사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나를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성지수에게 맡기자”고 제안했다.

이어 “(성 후보를) 국회로 보내자. 지금. 다음 총선 말고”라고 덧붙였다.

성 후보는 연극연출가 남성 B당원에게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동료인 내가 당신이 갖고 있는 한줌의 권력을 잘 써보고자 분배해보면 그러면 안 될까? 이렇게 시건방을 떨 때마다 내게 지지와 힘을 보태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B당원은 “(2018년 미투 정국 때는) 내 연극 인생에 분기점이었다. 누군가 마이크를 잡아야 했고 드러내야 했고 얘기해야 했다. 내가 그렇게 머릿속만 채워나가고 있을 때 먼저 다가와서 구체적인 말과 행동을 보여준 사람이 성지수였다”며 “남성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비남성이 되면 된다’고 말해줬다. 기존의 방식과 달라져야 하는 화학작용을 고민하고 있을 때 새로운 화학작용을 만들겠다고 먼저 다가왔다”고 묘사했다.

이어 “지금도 누군가 나서줘야 한다고 하는 시간과 장소에 늘 성지수가 있었다. 나 대신 나서줬으면 하기 보다는 함께 부딪쳐줬으면 하는 동료다. 함께 빚지는 동료였으면 좋겠다. 나중에 서로가 부끄럽지 않은 동료였으면 좋겠다”며 “필요할 때 있어주는 지금처럼 그 힘으로 지금 모습 그대로 어디선가 부딪치고 제안하고 설득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3회째 페미니즘 연극을 하고 있는 퀴어 페미니스트 C당원은 “탈당한 당원을 다시 불러온 마성의 성지수. 예술하는 페미니스트로서 내가 주목하는 연대 현장에는 항상 성지수가 있었다”며 “대의 정치 국가에서 나를 대표할 사람을 뽑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성지수를 택하겠다. 국회로 보내자”고 강조했다.

성 후보와 함께 연극계 미투 운동을 조직한 D당원은 “성지수를 믿는다. 성지수를 만들고 있는 녹색당을 믿는다. 녹색당을 지지하는 나를 믿는다”며 “타산지석이 되어버린 역사와 선례, 어른들과 다르게 가겠다고 그래도 함께 가겠다고 고군분투하는 성지수에게 나는 많은 것을 빚졌다. 여성인권, 예술인 인권, 소수자 인권, 노동권, 안전보장권, 생태기후권, 표현의자유, 기본소득, 예술인권리보장법, 블랙리스트 후속 대책 등 그가 앞장서서 말하는 것이 모두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기획자인 E당원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명석한 창작자를 지금은 국회로 밀어보내고자 한다”며 “성지수는 소수자 인권과 기후위기를 위해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예술인 인권에 대해 가장 실질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후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 후보는 이런 동료들의 지지 선언에 대해 “국회에 들어가서 꼭 잊지 않아야 할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앞으로 나의 발걸음으로 정치인 성지수를 보여주겠다. 내 발걸음이 닿는 곳에 녹색당이 있을 것이고 그곳은 아마 거리의 정당 8년차 원외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를 대변했던 녹색당이 내놓은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