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불 꺼진 경기장...무관중·중단·취소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스포츠 선수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세계스포츠계가 무관중·중단·취소 등으로 경기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중앙뉴스DB)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스포츠 선수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세계스포츠계가 무관중·중단·취소 등으로 경기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중앙뉴스DB)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확산에 지구촌의 스포츠계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스포츠 선수들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스포츠계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경기 시작 직전 리그 중단 사태를 맞은 미 프로농구(NBA) 리그 중단사태를 전했다. CNN에 따르면 NBA 사무국은 성명에서 “유타 재즈 선수가 사전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서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리그 일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유타 재즈의 루디 고베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조치였다.

같은 날 유럽 축구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초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구단 유벤투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다니엘레 루가니(25)가 코로나19 검체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도 프로축구 선수 중 최초로 확진자가 나와 충격에 빠졌다. 독일 2부리그 소속 구단 하노버96은 이날 성명에서 수비수 티모 휘베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 선수단도 지난달 28일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와의 유로파리그 원정경기에서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상대팀 구단주와 접촉한 일이 드러나 자가격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영향이 유럽 리그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에 UEFA 측은 이날 스페인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로파리그 세비야와 AS로마 경기와 이탈리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인터밀란과 헤타페의 경기를 모두 연기시켰다. 

스페인 라리가는 다음달 15일까지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게 확정됐다. 다음달 18일 열릴 예정이던 스페인 국왕컵 코파델레이 결승전도 연기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다음달 4일 예정되어 있던 리그컵 결승전이 연기됐다.

국내도 앞서 지난달 프로축구 K리그의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가 바이러스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것에 따른 조치였다. 한국과 중국이 맞붙어 대결을 치러야 할 여자축구대표팀의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도 4월로 늦추어졌다.

또 지난 2일 남자 프로농구(KBL)도 시즌 중단 결정했다. KBL의 리그 중단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29일 전주 KCC 선수단의 숙소에 머문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한 조치였다. KBL 소속 외국인 선수들도 속속 이탈을 결정, 국내를 빠져나갔다. 

(사진=방송캡처)
(사진=방송캡처)

KBL의 코로노 조치에 지난 23일부터 남녀 V리그 경기를 모두 무관중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향후 확진자 증가 추이와 상황에 따른 여타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자농구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들은 유일한 겨울시즌을 노리는 종목이라 체육관 문을 걸어 잠근 채 무관중으로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프로야구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범경기를 전면 취소하면서 오는 28일 예정된 프로야구 개막전도 연기, 혹은 무관중으로 치러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세계컬링연맹도 오늘 14일부터 22일까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프린스조지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를 13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스포츠계가 코로나에 경기장 문을 닫아 걸자 팬들은 사태의 심각성에 결정한 사안이라 어쩔 수 없다면서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나타났다. 야구팬이라 밝힌 회사원 A씨는 “시범야구경기가 취소된 것인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놀랐다.”며 “정말 코로나19가 대단한 거 같다. 코로나 위력에 온 지구촌이 떨고 있다. 야구 정규시즌 시작 이 약 한달 정도 남아있는데 제발 빨리 종식되어서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정상대로 진행되길 바란다. ”라고 말했다.

(사진=방송캡처)
(사진=방송캡처)

야구장의 흥을 돋우는 치어리더들도 코로나19로 인해 불 꺼진 경기장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삼성썬더스 농구단 –KT위즈 야구단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플렉스 치어리더팀’ 의 관계자는 언론 일간지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바뀐 것이라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TV를 틀어도 코로나19 뉴스만 보게 되고 답답하다”며 “가족들 걱정이 돼 전화하면 나를 또 걱정한다. ‘마스크 잘 써라’ ‘먹고 싶은 것 없냐’고 오히려 용기와 격려를 준다”고 말했다.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사업에 주력을 보였던 기업들도 속속 불 꺼지는 경기장에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달 스포츠산업계를 돕기 위한 200억원 특별융자 긴급지원에 나섰다. 이번 특별융자는 금리 1.5% 융자한도는 1억에서 ~2억으로 전녀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감소한 스포츠기업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스포츠계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스포츠문화가 현대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셈이 되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육체적 지적 놀이로 인종과 국적을 넘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적인 역할은 물론 스포츠를 통한 기업, 국가 간의 브랜드 상승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pandemic)을 선언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은 향후 대처 방안을 놓고 오는 17일 연맹 가입국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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