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행 막기 위해 총선 연기해야
재난 기본소득도 청와대 586 비서진 막아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재난 기본소득’과 ‘총선 연기론’이 대두되고 있는데 여권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당정청이 다 다르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 간의 관계도 미묘하게 입장차가 감지되고 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하면 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민생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청와대 586 기득권(1980년대 운동권이었던 민주화세대)이 재난 기본소득과 총선 연기를 막고 있다고 본다”며 “(정말 사실관계가 그렇다기 보다는) 정무적으로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이 2017년 수능 연기를 결단했을 때 내세운 논리가 안전과 공정성 두 가지였다”며 “근데 생각해보면 포항 지진으로 인한 안전 문제는 포항에 국한된 것이었고 공정성도 특정 학생들을 특별히 배려해서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때 대통령이 수능 연기를 결단했고 그 결정에 대해 대부분 잘 했다고 평가한다. 지금도 선거 연기를 하지 않으면 전국적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못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국진 연구위원은 청와대 586 비서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국진 연구위원은 청와대 586 비서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위원은 2017년과 달리 2020년에 문 대통령이 결단하지 못 하고 있는 배경에는 청와대 586 기득권의 책임이 크다고 환기했다.

정 위원은 “수능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비서진들이 다 반대했다. 필연적으로 비서진들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점도 있다. 안전지향적이 된다”며 “근데 그때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건의해서 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그때는 그렇게 했는데 지금은 못 하고 있다. 그때는 586 기득권 위주의 청와대 비서라인을 뚫고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에서는 2월21일 총선이 개최됐는데 미루지 않아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알리 라자마니 국회 부의장이 코로나 확진으로 사망했을 정도다. 2월21일 직후 확진자는 급격히 늘어 3000명에 이르렀고 사망자도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정 위원은 “선거 전에 확진자 2명이었는데 선거 이후 몇 천명으로 확 뛰었다”며 “(한국 보건당국은) 지금도 조금씩 잡아가고 있지만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면 무조건 그때 이후로 나라 전체에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대유행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6월 중순쯤이면 유행이 끝날 거라고 한다. 방역 노력이 결실을 보고 다른 하나는 그 균이 30도가 넘어가면 활동성이 급격히 낮아진다고 하더라”며 “후보들이나 특히 정치 신인들이 선거운동 할 때 안전을 걱정하고 치르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 인지도 있는 기득권 정치인만 또 당선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정 위원은 민생당 소속인만큼 좀 더 정당 홍보를 충분히 해야만 하는 소수당의 이해관계에 입각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정 위원은 “(총선 연기로) 작은 당들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것과 안전 우려는 별개”라며 “설령 그럴 수 있더라도 단순히 너네가 유리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할 게 아니”라고 밝혔다. 

재난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웅 쏘카 대표, 경향신문, 윤형중 랩2050 정책팀장, 오준호 작가, 민생당, 정의당, 민중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미래당, 녹색당 등이 공식적으로 도입 필요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기획재정부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청와대는 그런 대안이 나오는 배경을 이해하지만 검토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은 “청와대가 왜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못 듣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지사마저도 주장하고 있다”며 “민심을 청취하는 도지사직에 있는 사람이 봤을 때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고 광범위하게 누구나 느끼고 있고 이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요구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김 지사가 얘기했으면 문 대통령이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지금은 김 지사가 언급해도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주위에 있는 비서진 정치, 청와대 정치 즉 김상조 정책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쳐놓은 인의 장막 탓”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비상적으로 하는 것이고 그래서 필요한데 재정 건전성 이런 걸 가지고 문제를 삼겠지만 가만히 보면 추경(추가경정예산)에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집어넣기 위해 그런 점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코로나 핑계 삼아서 추경을 통해 이득을 보는 어떤 기득권들이 있다. 그것 때문에 포기를 못 하는 것 같다. 자동차 개별소비세만 하더라도 현대차 로비를 받았을 것이라고 보인다”는 취지다.

정 위원은 재차 “문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당장 할 수 있다. (청와대의 반응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청와대 비서들 중에서도 재난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청와궁에 들어가면 옳은 소리하고 바른 소리하면 다 커트가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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