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정의당에 놓여진 선택지
김어준이 보는 선거의 성패
전략 투표가 비현실적인 이유
간단하게 연합정당에 표달라고 해야
미래당은 이미 봉쇄조항 3% 인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범진보진영 연합정당론의 키는 정의당이 쥐고 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 원외에서 미래당과 기본소득당이 연합정당 참여를 공식화했다. 녹색당도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의당은 8년 동안 군소정당 생활을 버텨오면서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했고 그만큼 작은 틈이 열린 상황에서 어떻게든 ‘정의당 유력 정당 모델’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의당은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 공식 위성정당)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정당론이 아닌 ①전략 투표 ②민주당 비례대표 무공천 ③민주당과 ‘지역구+비례대표’ 정치 협상 등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13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서 “정의당의 착오는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 정의당 비호감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이 존재에 대한 과소평가가 있다. 마음은 수학이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 표로 안 간다”고 주장했다. 

즉 정당 투표에서 단일화하는 방법으로 별도의 연합정당을 창당하지 않고 ①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정의당이 밀고 있지만 김 총수는 그게 어렵다고 피력한 것이다.

김어준 총수는 선거의 구호는 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딴지방송국)

김 총수는 “선거법 협상 때부터 비례 정당이 나올줄 알았고 연구해왔다”며 “연합비례 소위 플랫폼 정당에 범진보진영이 몰빵을 해야 한다는 게 나의 결론”이라고 운을 뗐다. 

우선 선거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에 대한 김 총수의 관점은 이런 거다.

김 총수는 “선거라는 게 마음의 흐름이자 기세다. 단순해야 모인다. BBK 지분에 대한 특강을 하는 게 아니라 다스는 누구겁니까? 이 한 마디로 이명박을 잡는 거다”며 “평생 한 당만 찍은 시골 할머니도 알아들어야 한다. 매일 정신없는 단기 알바생에게도 전파돼야 한다. 이게 대전제다. 복잡한 선거 전략은 전략이 아니라 시뮬라시옹(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이론으로 실재가 아닌 대체물이 실재인 것처럼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게시판, 유튜브, 팟캐스트, SNS로 여러 커뮤니티로 도달 가능한 층이 있다. 그렇지만 정당이 내는 공식 메시지로 설득되는 층이 있다. 혹은 8시 뉴스, 지상파, 라디오, 종이신문, 입소문, 카톡 다 도달 경로가 있다”며 “이 짧은 시간 안에 스스로 이해하지 못 하는 선거법을 들이대고 황금 분할로 투표하라(①)고 하는 것은 도달할 수가 없다. 단 하나의 구호, 단 하나의 번호,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파시키기에도 시간이 촉박하다”고 정리했다.

아주 간단한 선거 구호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연합정당 플랫폼을 한 곳 정해서 여기로 범진보진영 정당들이 전부 모이고 단일화된 연합정당으로 표를 몰아달라는 메시지가 효과적이라는 취지다.

김 총수는 “민주당, 정의당, 젊은 소수정당들이 다 참여해서 몰빵하면 26석도 가능하다. 그쪽(미래통합당)이 1당이 되거나 과반이 되는 문제도 해결된다. 지금대로 가면 미래한국당이 26석이 가능하다. 핵심은 미래한국당을 어떻게 저지하느냐다. 이건 비례 정당이 없으면 저지할 수 없다”며 “지역구와 비례는 룰이 완전히 다르다. 다른 링이다. 비례 정당은 비례의 링에 올라 싸워야 대결이 된다. 다른 방식으로 안 된다. 지금 그대로 가면 민주당이 얻을 비례대표 의석수는 7석밖에 안 된다. 민주당은 7석을 (연합정당) 후순위에 배치하고 앞순위에 소수정당 후보를 배치한다는 것”이라고 풀어냈다. 

정의당이 강경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뭘까.

김 총수는 “정의당의 셈법은 그렇게 따로 만들지 말고 우리를 플랫폼 정당으로 간주해달라는 것”이라며 “과거 민주당이 소수 진보정당을 협박할 때 진보정당으로 가는 표는 사표라고 구사해왔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민주당은 병립형 7표 외에 나머지는 다 사표다. 그래서 그 나머지 표를 정의당에 몰아달라는 것(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아가서 민주당은 비례 후보를 내지 말고 정의당에 몰아주면(②) 정의당이 범진보진영의 지지를 다 모으면 정의당이 (정당 득표율) 45~50% 될 수도 있다. 정의당이 25~26석이 되어서 범진보진영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민주당이 1당은 안 되더라도. 민주당은 비례 7석조차 못 받으니까 1당은 못 된다. 정의당이 20석 이상의 교섭단체가 되어서 범진보 과반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정당은 자기만의 셈법이 있다. 이상한 게 아니다.

김 총수는 “정의당은 정의당에 가장 유리한 전략을 수립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 총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정의당까지 참여해서 범진보진영이 사상 최초로 하나의 정당에 몰빵하는 것”이라며 “그게 베스트다. 선거 전략은 단순해야 한다. 단 하나의 구호로 단 하나의 사표도 없이 단순해야 한다. 분할 투표나 전략 투표라고 하는데. 다른 비례 정당들에게 15% 나눠주고 정의당에게도 15% 나눠주고 이런 식의 분할 투표하라고 하는데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김 총수는 재차 ①의 비현실성을 환기하면서 정의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를테면 “투표하는 순간까지 이번 선거법을 이해하지 못 하는 유권자가 90%를 넘을 것이다. 지금 현역 국회의원들도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걸 이해시킨 후에 그 전략적 필요를 어필하고 3~4개의 정당으로 적절한 배분으로 나눠주어서 모두가 해피한 결과를 얻겠다? 망상이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김 총수는 “왜 종편에서 선거 관련 뉴스를 하나도 안 내보내겠는가? 지금 이대로가 유리하니까 그렇다. 이 코로나19 뉴스 홍수 속에 정당 이름을 외우기도 촉박한 시간이다. 선거법을 이해시키고, 지지자들을 설득시키고, 정당성을 이해시켜서 그걸 몇대 몇의 황금 분할로 나눠서 분할 투표하게 만든다? 이건 불가능하다”고 설파했다. 

김 총수는 차라리 “정의당의 승부수는 참여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동참을 할 때 뭘 요구할 것이냐라고 나는 본다”며 “참여하든 안 하든 그것은 정의당의 선택이라 그것대로 존중하지만 만약 안 하면 나머지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나머지는 모아서 직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내에서 박용진·김해영·설훈 의원이 연합정당론에 회의적인 이유가 있다.

김 총수는 “중도층의 정치 혐오로 서로 싸우니까 떨어져나갈 것이라는 게 민주당 의총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내세우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우인철 대변인은 전략 투표와 민주당의 비례대표 무공천이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인철 대변인은 전략 투표와 민주당의 비례대표 무공천이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2017년 초 창당 때부터 정의당의 러브콜을 받은 미래당도 ①②에 대한 비현실성을 인지하고 연합정당론을 구상했다.
 
우인철 미래당 대변인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②을 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인지?”라며 “(①을 한다고 해도) 기존 정치세력을 제외하고 봉쇄조항 3%를 돌파할 새로운 목소리의 등장이 가능한지?”라고 정의당의 대안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어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지 못 했다. 그래서 ②이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미래당은 지금의 선거연합과 무관하게 일찍부터 선거연합을 검토했다. 봉쇄조항 3%의 벽이 다당제로 가는 길을 가로 막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우 대변인은 “미래한국당의 등장으로 선거제 개혁의 취지는 이미 훼손됐다. 윤리적인 비판이나 법적 대응은 시기를 놓쳤다”며 “지금은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 정치적 해법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총수는 연합정당론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이미 비례 의석에서 지고 들어가는 범진보진영의 총선 열패감에 대해 설명했다.

김 총수는 “이미 지고 시작하는 게임의 패배감이 있다. 사람들은 승패가 정해지면 투표를 안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대패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졌다.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며 “20석을 지고 시작하면(민주당 병립형 7석 대 미래한국당 연동형+병립형 27석) 그냥 지는 거다. 저쪽은 27석이고? 여기는 7석으로 지고 시작하는 거야? 지고 시작하는 선거가 주는 해봐야 안 될 것 같은 열패감은 선거를 정말 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선거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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