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의 조언
긴급복지 지원제도 조건 낮춰야
세제 혜택 위주의 추경
재난 기본소득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국 사회가 갖고 있던 원래 문제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는 한국 사회 밑바닥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취약계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기초생활수급자,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프리랜서 등 이들은 코로나가 아니었다고 해도 일상적 재난 상태에 직면해 있었다. 실제 2019년 ‘산업재해’로 희생된 사람은 855명이고 ‘빈곤 사망’(일가족 집단 사망)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규모는 100여명(30여건)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16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기존에 우리가 이미 갖고 있었던 문제점이 이 시기가 되어 드러난다고 봐야 맞는 것 같다”며 “이 상황에 취약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원래도 노동환경이 불안정하고 원래도 저임금이고 4대 보험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였다”고 밝혔다.

김윤영 사무국장은 재난 기본소득 논의 이전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긴급복지 지원책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윤영 사무국장 페이스북)

12일 새벽 1시경 40대 쿠팡맨 A씨가 코로나로 인한 배송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A씨는 경기도 안산시 5층 주택 건물에서 엘리베이터 없이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쿠팡맨으로 알려진 배송 노동자들은 그나마 같은 업계에서 처우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2년 정도 계약직 신분으로 격무를 치러내야 한다. 그 이후에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다고는 하나 쿠팡의 재정 상태를 봤을 때 정규직 전환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그렇다고 해서 공공 부조는 너무 낮다보니까 사회보험도 공공부조도 포괄하지 못 하는 어떤 영역에 이미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계층이 속해 있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아무런 사회보장이 없었다는 게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고 이런 상황이 재난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어려운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도 너무나 명백해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빨리 하되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가 고민을 해야 된다”고 밝혔다.

특히 김 국장은 “빠른 시일 내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지지 않으면 몇 달 뒤에 이 결과를 온몸으로 떠안았던 사람들의 상황이 파국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금 닥친 문제는 사회보장 제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예를 들어 파견직 불안정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주들에 대한 단속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많은 것들이 같이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난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김 국장은 현재 정부가 검토를 안 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논의와 시간이 필요한 기본소득 말고 당장 시급하게 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국장은 “재난 기본소득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제안이 있긴 한데 사실 모든 국민에게 매달 같은 금액을 안정적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지금 현재 제도를 마련하는 측면에서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 사회 정책을 실험하는 적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의 위중함을 너무 가볍게 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의 소득을 누구에게 주면 한큐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오히려 벗어나서 지금 현재 누가 가장 위기에 처해 있는가. 어떤 사람들의 약함에 기생해서 우리 사회가 가고 있었는가.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이걸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논의들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편성된 코로나 추경(추가경정예산)은 참 문제적이다.

김 국장은 “소득이 중단된 사람들, 한국의 영세 자영업자들은 워낙 지출이 큰 사람들이다 보니까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혁신적인 조치를 마련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여러모로 정부안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추경안 내용은 너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대출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기준이 너무 강박하기 이를 데 없고 직접 지원이 너무 적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4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은 총 11조7000억원이고 여기서 세수 부족을 메우는 3조2000억원을 제외하면 약 8조5000억원 규모다. 주요 내용은 ①감염병 방역체계 고도화 2조 3000억원 ②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회복 2조4000억원 ③민생과 고용안정 3조원 ④지역 경제와 상권 살리기에 8000억원 등이다. 

하지만 ②은 전부 대출 관련 금융지원이고 ③은 저소득층·아동수당 대상자·노인일자리사업 참가자에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각종 소비진작용 세금 감면책이 지나치게 많다.  

박주현 민생당 의원(공동대표)은 대정부질문을 통해 재난 기본소득의 취지대로 직접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는 1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한 질의를 통해 “추경에 광범위한 소비 진작 세금감면 예산을 포함시켰다”며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임을 안 하는데 신용카드 세금 감면을 늘려서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다. 자동차 개소세를 감면해서 4700억원의 혜택을 주는 것이 코로나19 재난 추경과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카드 감면과 자동차 개소세 감면이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고효율을 비싼 가전제품 구매 비용 지원도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직접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4700억원 △신용카드 조세지출 확대 7800억원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10% 환급 3000억원 △고용창출장려금 확대 4874억원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확대 5962억원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확대 1조539억원 △저소득층 189만명 추가 지급 8506억원 등 총 4조6178억원의 재원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그 돈으로 △370만 소상공인들에게 평균 100만원 지급 △매출 신고를 통한 부가가치세+공공요금+사회보험료 지원 △비정규직과 생계형 알바 등 사회보장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200만명의 생활 안정을 위한 일회성 재난수당 50만원 지급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추경안 중 방역 및 소상공인 지원의 내용. (자료=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추경안 중 민생 안정 및 지역경제 소비진작의 내용. (자료=기획재정부)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죽지 못 해 사는 지경에 이른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 특히 음식점, 여행업, 서비스업, 대리운전, 공연계, 일거리가 없으면 급여를 받을 수 없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일용직, 아르바이트, 복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모든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 이미 가동되고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해도 된다.
          
김 국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 지원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프로그램 중에 생각해보면 긴급복지 지원제도 같은 게 있는데 이런 경우는 최장 6개월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며 “금액은 기초생활수급비 보다는 보장이 조금 낮기는 하지만 지금 같은 때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 의료비와 주거비 지원도 따로 있다. 상황에 맞춰서 사용할 수가 있을텐데 문제는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통장에 단돈 500만원만 있어도 지원을 못 받는다는 점”이라며 “금융 재산이 500만원만 있어도 다르게 취급해서 서울 같은 경우는 1억8000만원이 기본 재산액인데 사실 1억8000만원이면 전세금도 넘는 곳이 많다. 대도시 기준 보증금 1억8000만원만 넘으면 (심사에서) 떨어지게 돼 있다. 이런 걸 일시적으로 예외 조치를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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