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돈풀기에 올인
한국은행도 못 버티고 인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가 침체되자 달러를 푸는 것이다. 채권을 사들여서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도 동시에 단행된다. 사실 이런 식의 돈풀기는 금융위기가 있을 때마다 반복돼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중앙은행장을 연일 압박했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됐었다.

우리 시간으로 16일 아침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기준금리를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이자없이 돈을 공짜로 빌려주는 제로금리 시대가 빈번해지고 있는데 다시 미국이 제로금리를 결단한 것이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여파로 2015년 12월까지 제로금리였다가 정상 금리로 회복됐는데 4년만에 돌아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캡처사진=CNBC)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해당되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좀 늦게 열릴 예정이었는데 좀 더 일찍 열렸고 금리 인하를 서둘러 결정했다. 연준이 지난 3일 기습적으로 0.5%포인트 인하했으니 두 번에 걸쳐 대폭 내린 셈이다.

동시에 연준은 7000억달러(858조 2000억원) 규모의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돈을 풀기로 했다. 금리 내려서 대출 권장하고 채권 사들여서 돈줄을 여는 것이다. 속도는 400억달러씩 10차례 이상에 걸쳐 차근차근 돈을 푼다. 

이런 기세에 발맞춰 미국은 한국과 유럽을 비롯 세계 각국과 통화 스와프(맞교환)를 체결할 전망이다. 각국에 달러를 쏴주는 것이다. 

연준을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커뮤니티를 훼손하고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의 경제적 활동에 피해를 줬다. 글로벌 금융 여건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았다”며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의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고 최대 고용과 가격 안정 목표를 촉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외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로 금리는 지속하더라도 돈을 빌려주고 원금보다 덜 갚아도 되는 마이너스 금리까지는 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를 미국의 적절한 대책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 경제가 최근 사건들을 극복하고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보통 통치자는 경기 침체를 두려워하고 무엇보다 거시경제 지표 악화에 무척 민감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진데 금리 인하에 대해 “아주 행복하다. 큰 걸음이고 그들이 해내서 아주 기쁘다. 연준을 축하한다”고 표현했다. 

이주열 총재는 끝내 금리 인하 압박을 못 이기고 사상 최초 제로금리를 결단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축통화국 미국이 달러를 풀겠다는데 한은이라고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 1.25%도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라서 코로나 위기에 따른 문재인 정부의 압박을 받았음에도 2월27일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최초의 코리안 제로금리가 임박했다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평가다. 

마침 한은이 16일 16시반 임시 금통위를 열고 20분만에 금리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이 내리니 한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고 코로나까지 겹쳤으니 별 도리가 없다. 

대구경북 위주의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수도권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들려오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WHO(국제보건기구)가 팬데믹(지구적 대유행)을 선언한 만큼 특단의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사실 한국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하고 있고 위급한 조치(서킷 브레이커와 사이드카)까지 내려진 마당에 민생 경제 역시 극도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이 총재가 정식 금통위도 아니고 임시 금통위를 열어서 발빠르게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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