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의 맛있는 시 (233) // 꽃이라는 말이 사라지면 / 최세라
최한나의 맛있는 시 (233) // 꽃이라는 말이 사라지면 / 최세라
  • 최한나 기자
  • 승인 2020.03.17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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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하여』 펴낸 최세라 시인
사진 제공 / 최세라 시인
사진 제공 / 최세라 시인

 

꽃이라는 말이 사라지면

최세라

 

어머니라는 말도

소쿠리와 굴뚝

너른 들판이라는 말도

사라지겠지

 

발파와 터널

벌 나비라는 말도 사라지겠지

 

꽃이라는 말이 사라지면

옷이라는 말도

패션쇼와 연예인과

가상현실이란 말도 사라지겠지

 

총과 맹세

집값이란 말도 사라지고

그리고 맨 나중에 태초라는 말이 사라지겠지

 

- 최세라 시집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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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꽃이라는 이 한 글자의 위력을 자근자근 음미해보자. 꽃 대신 희망을 대입해보자. 꽃 대신 사랑을, 명예를, 재물을, 화합을, 배려를... 가난한 시인들과 이웃의 이름도 대입해본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당신과 내 이름을 대입해보자. 당신이란 존재가 꽃답게 존재하므로 세상의 모든 것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꽃 같은 내가 있어야 너도 있고 비로소 우리가 되어지는 것이며 화약내음 총소리 사라진 세상, 살만한 지구가 굴러가는 것이라고 화자는 꽃처럼 속삭여준다. 세상을 지탱하는 꽃다운 마음들, 그 에너지가 오늘 창궐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국내외적으로 어지럽고 아픈 이 시기를 향기로운 저력, 꽃의 힘으로 기필코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야말로 저마다의 향기로운 꽃이므로...태초부터 있었던 그 꽃!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그 ’꽃,이란 말이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아서, 아니 어쩌면 사라질 것만 같아서 불안함이 엄습하기도 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바라건대 제발 기우이기를...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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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라 시인 /

2011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 『복화술사의 거리』『단 하나의 장면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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