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대표 연합정당 모델 강하게 비판
소수당에 단순 정책 연대만 제안했는가
개별 입당 출마와 합당 요구 안 했나
신지예 전 위원장의 증언
미래당 사람들의 이야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소속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심장에 붙은 정의당 마크를 지켜주는 것”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 대표와 정의당은 작년 11월부터 올초까지 소수당과 접촉해서 개별 입당 및 합당 의사를 타진했다. 

심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방적인 말씀가지고 질문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보고 저희가 어떤 녹색당이나 미래당과 이야기했던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녹색과 그들이 대표하는 청년의 가치와 정책, 가치 연합과 정책 연합하자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무슨 지금처럼 당명을 다 없애고 어떤 의석을 다 배분하는 방식의 그런 구상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대표는 비례 연합정당에 대해 위성정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창당 9년차 유력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다른 진보적 소수당들에게 정의당으로 들어와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 단순히 정책과 가치를 공유하는 선거연대 방식만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선거연대의 방식은 크게 아래와 같다.

①비례 연합정당 모델
②합당 후 당내 당 활동 보장
③개별 입당 후 출마 
④정책 연대

현재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추진하는 것이 ①이다. ①은 임시 페이퍼 정당을 만들고 거기에 참여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하는 형태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를 다시 각 당에 돌려보내고 페이퍼 정당은 해산한다. 

심 대표는 이러한 ① 방식을 구상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물론 ①과 ②③은 다르다. 하지만 본지 기자가 심 대표에게 질문한 내용은 ②③에 대한 것이었지 ①이 아니다. 심 대표는 오직 ④만 했다면서 ①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작년 11월25일 신지예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11월 중순에) 심상정 대표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정의당 개방형 경선제와 관련)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 녹색당과 미래당을 위해 개방 의석 4석을 마련할테니까 그 중에 하나로 들어오면 어떠냐. 그래서 미래당은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정의당의 미래당으로 들어와라. 민중당처럼. 민중당의 청년당과 엄마당이 있는 것처럼 정의당의 미래당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신 1석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순번 결정권을 비당원 일반 국민에게 열었고 이게 개방형 경선제다. 민중당은 당내 당 모델로 모두 민중당 소속이지만 △노동자 민중당 △농민 민중당 △여성엄마 민중당 △청년 민중당 △빈민 민중당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즉 신 전 위원장에 따르면 심 대표는 개방형 경선제를 통해 별도의 외부 정당 할당을 줄테니 개별 입당을 해달라 또는 합당해서 당내 당으로 활동을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분명 별도의 진보적 페이퍼 정당을 만드는 ①은 아니지만 ②③ 의사를 타진했다.  

신지예 전 위원장은 작년 11월25일 기자와 만나
심 대표에게 여러 선거연대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 대표는 “비례 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 가치인 정치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겠다는 것이고 과거로 회귀하는 수구 야당 그리고 현재에 안주하는 집권 여당에 비판적인 국민들에게도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 대표는 거대 양당 양자택일이 강요되는 획일적인 정치 생태계를 비판했지만 정의당이 진보진영의 플랫폼 정당이 되어 다른 진보적 소수당을 흡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13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서 “정의당의 셈법은 그렇게 따로 만들지 말고 우리를 플랫폼 정당으로 간주해달라는 것”이라며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소수 진보정당을 협박할 때 진보정당으로 가는 표는 사표라고 구사해왔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민주당은 병립형 7표 외에 나머지는 다 사표다. 그래서 그 나머지 표를 정의당에 몰아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의당은 정의당에 가장 유리한 전략을 수립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유력정당 모델을 밀었던 심 대표의 입장에서 정의당 중심으로 범진보진영의 표심이 결집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타 진보적 시민사회와 정당들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한다.  

하지만 평생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고생했던 심 대표처럼 원외 소수당들도 마찬가지의 심정이다. 지난 2월5일 정의당과 미래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공식 간담회를 열고 1시간 넘게 비공개로 대화했다. 미래당이 비례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사실상 마음을 굳힌 뒤 3월6일 열린 정치개혁연합(하 전 위원장의 연합정당 추진체)과의 간담회에서 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그때 심 대표는 좋은 취지로 미래당이 정의당과 함께 하자고 말씀하셨지만 작은 정당 입장에서는 간판 내려놓고 들어오라는 말씀으로 들리니까 아무리 변두리 구멍가게 작은 정당이지만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 건 어렵다고 답했다.”

오 대표는 17일 심 대표의 기자간담회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④ 제안만 한 게 아니라) 합당하자고 한 것”이라며 “세상이 다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2월4일 정의당이 미래당 등을 흡수 통합하려고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오 대표는 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벌써 통합이네 마네 이런 제목 기사가 떠서 정말 어제 전화와 카톡이 불이 났다. 기자들이 자꾸 전화하는데 첫 소개팅 시작하기도 전에 열애설도 아니고 결혼설이 뜨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오늘이 첫 공식 만남이다. 애프터는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원외정당들이 의석을 얻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원외정당의 제도 정치 참여를 위한 험난한 길 그 몸부림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비례 연합정당에 대해 “위성정당”이라고 규정하고 “연동형 비례제를 함께 추진해왔던 정당들이 가서는 안 될 길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 것”이라고 환기했다.

그러니까 소수당이 정의당 플랫폼에 들어오는 것은 괜찮고 별도의 플랫폼 정당으로 가는 것에 대해선 “위성정당”이자 “가서는 안 될 길”이라고 고언하는 셈이다.

더 나아가 심 대표는 “이번 연합정당은 자기 이름으로 자기 정책을 가지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며 “그런 점에서 지금 하는 사전에 하나의 당으로 묶어서 다양한 정당이 국민 앞에 평가받는 것을 방해하는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연합정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협력 정치라는 것은 그 당의 정체성을 다 무시하고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오해다. 다양성의 정치라는 건 국민들 앞에 다양한 비전과 정책과 정체성을 달리하는 정당들이 국민 앞에 정책과 비전을 내놓고 평가받고 그 성적표를 기초로 해 사후적으로 협력을 구조화하는 것이 연합정치의 본래 취지”라고 역설했다.

민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소수당들이 압도당할 수도 있지만 현재 ①에 참여한 미래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은 모두 정책 의제 관철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기본소득당은 ‘의제의 동등성+홍보의 동등성+결과의 동등성(당선가능성)’ 3대 원칙이 보장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협상을 종료하겠다고 공언했다. 미래당과 녹색당은 심 대표의 기자간담회 시작 직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국회 실현 △정치 세대교체 구현 △선거제도 개혁 완수 등 3대 공동의제를 천명했다. 그럼에도 심 대표는 이런 식의 소수당들의 시도에 대해 위성정당화에 불과하고 가서는 안 될 길이라고 일축하고 오직 정의당으로 들어오라는 방침만 추진했던 것이다.

미래당과 녹색당이 녹색미래 선거동맹을 선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무엇보다 신 전 위원장도 심 대표의 입장과 똑같다. 그래서 거절했다. 

신 전 위원장은 “(심 대표가) 녹색당에게 제안한 것은 청년 후보 비례로 넣으면 녹색당으로 활동하는 것 그니까 출당하게 해준다고 하는 것 같다. 무슨 얘기인지 내가 정확하게 묻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녹색당으로 들어와달라 이런 내용인 것 같은데.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녹색당으로서는 덥석 받기가 어렵다”고 증언했다. 

이어 “일단 잘 안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있을 수 있고 녹색당 안에서도 그렇게 1석을 얻으면 비례 후보의 메시지 자체가 녹색당을 뽑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간다. 정의당을 뽑아야 한다고 이렇게 가는 것이니까. 선거운동을 정의당으로 치르는 것”이라며 “정의당을 뽑는 사람들에게도 거짓말 하는 격이 된다. 정의당을 뽑았는데 녹색당 의원이 생기는 경우처럼 그렇게 읽힐 수 있다”고 밝혔다. 

신 전 위원장은 재차 “(지역구 후보 단일화는 몰라도) 비례는 힘들다. 그렇게 되면 당의 이름이 완전히 사라지는 거니까”라며 “녹색당이 그 1석을 얻기 위해서 이번 선거를 패싱하는 게 맞는가”라며 거절할 수밖에 없었음을 설명했다. 

의석 배분 하한선은 정당 득표율 3% 약 75만표다. 즉 봉쇄조항은 원외정당으로서 현실론을 고민하게 만든다.
 
신 전 위원장은 “심 대표가 봉쇄조항이 올라간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게 협박일 수도 있다. 정의당으로 결집이 된다. 그러면 밑에 있는 정당들은 싸그리 죽고 초토화되는 것인데 어쨌든 그 표가 0.5%든 1%든 거기로 가니까. 정의당이 오히려 봉쇄조항을 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내가 보기에 심 대표가 좀 날을 세웠다고 해야 하나. 칼을 가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라도 비례 20%(정당 득표율)를 돌파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 정국에서 민주당이 봉쇄조항을 5%로 올리려고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서 저지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그런 움직임을 막은 것은 맞다. 다만 미묘한 지점이 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작년 12월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봉쇄조항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정치에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5%로 상향하자는 주장이 있었다”면서도 “정의당이 비록 의석수에 손해를 좀 보더라도 3%를 훼손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중당이나 원외 진보적 소수당들이 3%를 혹시라도 넘기면 정의당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심 대표가 정의당 중심으로 여러 세력을 흡수해서 진보정당 단일화를 시도했을 동기가 설명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 대표는 소수당에 입당 및 합당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 대표는 2019년 연초부터 더 이상 군소정당이 아닌 유력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을 건설하겠다고 천명했다. 신 전 위원장은 심 대표의 그런 정서를 느꼈다.

그러다보니 신 전 위원장은 “믿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정의당 후보로 당선되어) 바른미래당처럼 출당 안 시켜줄 수도 있고 나쁜 마음이 있으면. 근데 그걸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심 대표가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 정의당 전국위(전국위원회)에서는 통과 못 시켜주겠다더라. 이렇게 한다든가”라고 밝혔다. 

물론 신 전 위원장은 하 전 위원장과 ①을 놓고 녹색당 내부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그로 인해 올해 1월 당대표직까지 내려놨다. 그 당시에는 심 대표에게 그러한 느낌을 받았지만 현재는 정의당의 ②③ 제안이 ①과는 다르고 정의당만 유일하게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범진보진영에서 하 전 위원장이 던져놓은 ①에 대해 유일하게 선명한 반대를 하고 있는 곳이 정의당이기 때문이다.

신 전 위원장은 17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개혁연합은 각 정당에서 후보자를 추천해서 연합 명부를 만들고 탈당시켜서 제명해서 다시 돌려보내겠다는 것인데 이것 자체가 꼼수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며 “다만 정의당이 제안하는 것은 앞으로 계속 정치를 같이 하자. 이런 의미였다. 그니까 위성정당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큰 장기적 정치연합을 얘기했다고 보고 위성정당 제안과는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종의 스카웃 형식이었다고 사후적으로 해석하는 것인데 분명 그때 당시 신 전 위원장은 정의당이 소수당을 잠식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느끼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심 대표는 기자간담회 말미에 “(①을 하면) 녹색당이나 미래당 그 정당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이 다양성의 정치가 아니라 획일화된 정치로 결국 양당 정치 틀 안에 소수정당이 포섭된 사실상 위성정당”이라며 “투표용지에 녹색당과 미래당의 이름이 없다. 저희가 누구와 연대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의당이 시도한 것도 녹색당과 미래당의 당명이 투표용지에 나오지 않게 하는 것임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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